미국내 중국 유학생의 암울한 미래와 ‘스톡홀름 증후군’

Peter Zhang
2018년 09월 11일 오전 10:43 업데이트: 2019년 10월 26일 오전 9:52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특정 국가명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에서 공부하는 모든 중국 유학생들은 사실상 스파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는 이야기가 언론에 나돌고 있다. 미국의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터무니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일리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2월 13일, FBI 국장 크리스토퍼 레이가 미 상원 청문회에서 “교수든, 과학자든, 학생이든 미국 전역 대학에 거대한 중국 첩보망이 작동 중”이라고 증언했다. 그는 “FBI의 미 전역 사무소에서 확인한 사항이다. 큰 대도시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소도시도 해당된다”라고 전했다.

또 “이 문제에 대한 학계 측의 순진한 대처 수준이 문제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중국)은 미국이 가진 매우 개방적인 연구 개발 환경을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우리는 이러한 연구 개발 환경을 존중하고 있으나 그들은 이를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현재 미국의 고등교육 기관에 등록된 중국 출신 학생은 대략 35만 명 정도로 미국의 유학생 중 약 35%를 차지한다. 백악관의 정책 자문 담당자인 미 의회 산하 ‘미-중 경제 안보 심사 위원회’ 위원장인 마이클 웨셀은 베이징이 이 유학생의 일부를 기술 노하우 확보를 위해 스파이로 고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듀크대 박사 과정으로 민감한 기술정보를 중국에 넘긴 혐의로 기소된 ‘류뤄펑 사건’ 등은 비록 러시아 스파이만큼 언론에 화제가 되지는 못했지만 실상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편이다.

수상한 중국학생학자연합회

‘중국학생학자연합회(이하 연합회)’는 중국인이 다니고 있는 미국의 대학교라면 예외 없이 존재하고 있다. 연합회는 주로 지역 중국 영사관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으며 그들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

연합회는 단순한 학생모임이 아니다.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중국 학생을 감시하고 소위 반중 특성을 보이는 사람들을 괴롭히고. 중국 지도부 인사가 미국을 방문하면 열렬히 환호하며 이들을 맞이하는 등 여러 가지 친중 임무를 수행한다.

2015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에는 중국 대사관 측에서 중국 모바일 메신저 ‘위챗’을 통해 연합회를 움직여 인근 대학생 700여 명을 동원해 시진핑 주석을 향해 붉은 깃발을 흔들도록 강요했다. 이날 참가 대가로 1인당 20달러(한화 약 2만 2000원)가 지급됐다. 버지니아 공대처럼 몇 시간 떨어진 학교에서 버스를 타고 현장을 찾아온 학생들도 있었다.

믿기 힘든 예를 하나 더 들어보자면, 2002년 장쩌민 전 국가주석이 아이슬란드에 공식 방문했을 때 유럽에서 공부하던 수백 명의 중국 학생들이 비행기를 타고 아이슬란드를 찾아오기도 했다. 아이슬란드 당국은 레이캬비크 케플라비크 공항에서 중국 정부가 제공한 블랙리스트를 참고해 수백 명의 파룬궁 수련자와 티베트 시위자의 입국을 거부하면서 장쩌민을 맞은 바 있다.

그러한 연합회의 임무 수행이야 별일도 아니라는 듯, 중국공산당은 미국 전역의 대학 내에 공산당 지부를 공공연히 설치했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와의 인터뷰에서 일리노이 대학교의 한 공산당 조직 학생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중국으로 돌아가면 선생님과 1대 1 면담을 한다. 거기에서 우리 자신에 대해서 그리고 다른 유학생들은 외국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우리는 다른 유학생들이 반정부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야 한다.”

이러한 공산당 조직은 캘리포니아, 오하이오, 뉴욕, 코네티컷, 노스다코타, 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 활동 중이다.

전체주의적인 사회에서 학생이 다른 학생을 감시하는 스파이문화란 특별할 것이 없다. 사실 학생이 감시해야 하는 대상은 학생에서 교수로까지 그 범위가 넓어지기도 한다.

중국에서 샤먼 대학교의 유션동 교수, 중남재경정법대학교의 자이주홍 교수, 그리고 충칭사범대학교의 탄송 교수는 모두 수업 중 정치적으로 부적절한 언급을 했다는 학생들의 제보로 교단을 강제로 떠나기도 했다.

스톡홀름 증후군

필자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한 중국 학생에게 다음과 같이 질문한 적이 있다. “중국에 있는 당신의 교회 신자들은 몰래 숨어서 신앙을 지키거나 무신론을 주장하는 공산 정권에 의해 박해당하고 있는데 학생은 어째서 연합회가 중국 지도부 방문을 맞이하라는 요구에 응하고 있는가? 오히려 나는 학생이 그들을 향해 시위를 벌이는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

그 학생은 ‘애국’의 의무를 다해야 할 지, 아니면 개인의 신앙을 옹호해야 할 지 매우 고심하며 어쩔 줄 몰라 했다. 국가와 당을 동일시하는 체계적인 정치 선전이 수십 년에 걸쳐 지속되어온 점을 고려하면, 그 학생은 중국과 중국공산당 사이의 희미해져 버린 경계선을 분별해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연합회 소속 학생 일부는 그들의 부모나 조부모가 중국의 문화혁명 시기에 힘든 시간을 보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중국공산당은 이 학생들에게 ‘공산당 없이 새로운 중국이란 없다’란 슬로건을 성공적으로 주입한 듯 보인다.

옥스퍼드 대학에서 공부한 정신과 의사 양징두안 박사는 의사 중 최초로 중국인들이 오랫동안 겪어온 내적 갈등을 설명하기 위해 노력한 인물이다.

양 박사는 2006년 5월, 하버드 옌칭 연구소 강당 객석을 가득 메운 청중 앞에서 중국의 유명 작가 딩링(丁玲)의 사례를 인용해 어떻게 중국 전 국민이 스톡홀름 증후군의 피해자가 됐는지를 설명했다. 스톡홀름 증후군이란 1973년 스웨덴에서 발생한 은행강도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용어로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느끼는 역설적인 감정을 말한다.

1950년대 반우파운동과 1960년대 문화혁명이라는 생지옥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딩링은 재교육을 받은 뒤로 누구보다도 중국공산당의 반우파운동을 지지하게 되면서 많은 이들의 눈과 귀를 의심하게 했다. 딩링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두려움과 정신 조종으로 유지되는 전체주의 사회는 이렇게 왜곡된 사고와 감정을 가진 사람들을 대량 생산해 낼 수 있다.

중국 고위 인사들이 ‘스키너(B.F. Skinner)’에 대해 들어봤을 리 없지만, 이들이 서구의 수많은 심리상담가보다 스키너의 행동수정 모델을 더욱 완벽하게 숙달했음이 분명하다.

스키너의 조작적 조건화 모델은 행동이 외부 자극에 의해 형성될 수 있다는 전제를 기반으로 한다. 스키너는 다수의 실험을 통해 통제된 환경 속에서 이러한 자극, 특히 보상이나 처벌과 같은 자극이 행동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국민을 격리시켜 사고와 행동을 조작하고 통제하는 데 중국공산당만큼 성공을 거둔 정당은 여태껏 많지 않다.

스톡홀름 증후군의 장기간 피해자는 자신의 사고가 왜곡됐다거나 자신이 피해를 봤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 중국인들은 어렸을 때부터 정부가 원하는 사상 외의 객관적인 사실에 대해선 교육을 받지 못한다. 이는 중국인들 뿐만 아니라 중국인 주변 사람들에게도 위험한 부분이다.

그렇다고 민주주의 정부가 이데올로기 조작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큰 차이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민주주의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이지만, 공산주의는 국민들의 수동적인 정권 신봉 때문이다. 후자의 경우 6억 인터넷 사용자를 대상으로 외부와 단절된 내부 전산망을 사용하는 등 가차 없는 선전과 가혹한 언론 통제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러므로 거대 권위주의 체제에 인질로 잡힌 사람들에게 필요한 유일한 치료제는 오직 자유로운 사회뿐이다.

스톡홀름 증후군의 영향과 오랫동안 지속한 공산주의 교육의 산물이라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다양한 유형의 정신 조종 영향을 극복하는 것이야말로 모든 중국인, 특히 자유 사회에서 자신을 바꿀 기회가 충분히 있는 해외 중국 유학생들에게는 가장 어려운 과제 중 하나이다. 조지 오웰은 자신의 책 <1984>에 “의식을 갖기 전에는 그들이 절대로 반란을 일으킬 수 없다. 그런데 그들이 반란을 일으킨 후가 아니면 의식을 가질 수가 없다”라고 썼다.

미국의 여러 대학교는 중국 유학생에게 과학적, 기술적 노하우만을 알려주기보다는, 중국의 공산주의 체제하의 정신 조종과 스톡홀름 증후군을 학습하는 데 자원을 투자하는 것이 더 중요할지 모른다. 관련 주제에 대한 워크숍으로 학생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뇌리를 파고든 공산당 선전의 충격적인 영향을 극복해,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하면서도 안전함을 느낄 수 있게하는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윈스턴 처칠은 “미래의 제국은 마음의 제국이다”라고 말했다. 중국이 평화롭고 신뢰할 수 있는 국가로 거듭나길 원한다면 건강한 마음을 길러주는 일이 우선이다

※ 편집자 주: 피터 장은 중국과 동아시아의 정치경제학을 주로 연구하고 있다. 그는 북경 제2 외국어대학, 국제법과 외교학 전문대학원인 미국의 플레처스쿨과 하버드의 공공정책 대학원을 졸업했다.

본 기사는 필자의 개인적 의견일 뿐 대기원의 관점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