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벌인 사상 최대규모 WTO 분쟁서 ‘완승’ 끌어낸 산업부 정하늘 과장

이서현
2021년 01월 25일 오전 11:16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전 11:49

지난 22일 새벽, 사상 최대 규모의 WTO 분쟁서 한국이 미국을 꺾고 최종 승소했다.

WTO 제소 3년 만이다.

지난 2019년 후쿠시마 수산물을 막아내 화제가 된 공무원이 이번에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분쟁은 미국이 2015년 8월 관세법 개정 이후 한국에 적용한 AFA(불리한 가용정보)제도 때문에 촉발됐다.

AFA는 기업이 자료제출 등에 충분히 협조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미국 상무부가 기업에 불리한 정보를 활용해 자의적으로 고율 관세를 산정하는 조사기법이다.

KBS 뉴스

미국은 2016년 5월 도금강판 반덤핑 최종판정(관세율 47.80%)을 시작으로 한국산 제품에 AFA를 적용, 최대 60.81%에 이르는 고율의 반덤핑·상계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은 지난 2016년 AFA(불리한 가용정보)라는 제도를 이용해 자의적으로 관세율을 산정했다.

정부는 AFA 적용의 문제점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으나, 미국이 조처를 계속하자 2018년 2월 WTO에 제소했다.

KBS 뉴스

미국은 한국산 철강·변압기 등 8개 품목을 문제 삼으며 AFA를 적용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해 미국 수출을 차단한 바 있다.

정부는 미국이 AFA 조항을 남용하고 있다며 지난 2018년 WTO에 제소했다.

제소 당시 정부는 고율의 관세를 매긴 철강재·변압기 등 8개 품목을 문제 사례로 들었다.

출하를 기다리는 철강제품들 | 연합뉴스
스위스 제네바 세계무역기구(WTO) 본부 전경 | 연합뉴스

해당 품목의 연간 수출 규모는 16억 달러로, 한국 돈으로 약 1조 7천억원으로 추산된다.

지금까지 한국이 관여한 WTO 분쟁 중 가장 규모가 크다.

WTO 패널(1심)은 AFA 조항 자체가 위법한 것은 아니라면서도 미국 조사 당국이 조항을 적용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패널은 40개의 쟁점 중 37개의 쟁점에서 한국의 주장을 인용하며 미국의 조치가 WTO 협정에 어긋난다고 봤다.

우리 기업들이 제출한 각종 자료와 관련된 미국 상무부의 AFA 적용 결정, 사용 방법, 최종 판정 등 일련의 조치가 적법한지에 대한 쟁점인데, 이에 대해 우리측이 승소했다는 뜻이다.

덕분에 미국의 AFA 남용에 제동이 걸리고 우리 기업의 AFA 대응도 한층 수월해질 전망이다.

정하늘 산업부 통상분쟁대응과장 | 연합뉴스

이번 분쟁을 승리로 이끈 주역인 정하늘 산업부 통상분쟁대응과장은 “정부는 약 3년간의 분쟁기간 동안 2만5000여장 분량의 증거자료를 면밀히 분석했다. 이를 토대로 치열한 구두 및 서면 공방을 벌였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승소로 다른 대(對)미국 수출품목에 대한 불합리한 AFA 적용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앞으로도 정부는 우리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WTO 분쟁해결절차를 적극 활용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과장이 이름을 알린 건 지난 2019년 WTO 한일 간 수산물 분쟁에서 모두의 예상을 깨고 우리측의 승소를 끌어내는 데 기여하면서부터다.

연합뉴스

통상전문 변호사로 이름을 알렸던 그는 2018년 4월 경력개방형 직위 공무원에 도전해 산업부 소속이 됐다.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아 4급 서기관이었던 그는 지난해 인사에서 3급 부이사관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일반 공무원이라면 통상 14~15년가량의 기간이 걸리는 과정을 그는 2년 반 만에 이뤄냈다.

또, 계약이 끝나면 그만두거나 같은 직급으로 재계약하는 개방형 직위 공무원 가운데 첫 승진 사례로 기록됐다.

누리꾼들은 “진짜 멋있다” “공무원이라 감사하다” “돈길 꽃길만 걸으시길” “진짜 대단한 분이네” “현대판 이순신이 따로 없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