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랑스·나토 “러시아 철수 조짐 없어…침공 위험 여전”

한동훈
2022년 02월 17일 오후 6:14 업데이트: 2022년 02월 17일 오후 6:40

러시아가 병력 일부를 철수했다고 주장했음에도 미국·프랑스·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6일(현지시각) 미국 ABC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위협은 실질적으로 존재하고 있다”며 “진정한 의미에서 병력 철수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반면 러시아는 계속 군대를 배치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침공 선두부대가 될 가능성이 있는 병력이 국경 지역에 집결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서방 측 추산 15만 명 이상의 병력을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주둔시키고 있으면서도 침공 의사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15일에는 남부와 서부 군구 일부 부대가 훈련을 완료하고 기지로 복귀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하고 관련 영상도 공개했다. 다만, 철수한 병력 규모와 이동 거리 등 세부 정보는 거의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블링컨 장관은 이날 “러시아가 병력을 철수한다면 환영할 만한 일이겠지만, 철수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은 언제든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방아쇠를 당기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교장관 역시, 이날 상원에 출석해 “현지 러시아군이 줄지 않았다”고 말했다.

르드리앙 장관은 “접경 지역에 집결한 러시아군 숫자는 그대로이며 훈련은 계속되고 있다”며 “(병력을 철수했다는) 러시아 측의 성명에 관해서는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토 역시 “러시아는 수요일(16일)에도 우크라이나 인근에 병력을 증원했으며 철수할 기미가 없다”고 밝혔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러시아군 병력과 탱크 등이 왔다갔다 하는 것은 철군 증거가 아니다”라며 “나토는 위성 영상을 근거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철수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AP통신은 전날 미국 행정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러시아군이 오히려 7천 명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은 우크라이나 위기에 대해 외교적 해법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도 협의를 통해 만약의 사태에 대한 대비를 강화하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가 긴장을 낮추고 외교적 해결을 택할 것을 촉구한다”면서도 17~20일 독일 방문을 통해 동맹국과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방안을 논의한다. 20일에는 독일서 열리는 뮌헨안보회의(MSC)에 참석할 예정이다.

에스토니아 대외정보국(EFIS)은 러시아가 전면 침공은 피하되 ‘제한된'(limited) 형태로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크 마란 EFIS 국장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미사일로 폭격하고 요충지를 점령할 수 있다며 “인구가 많은 도시를 점령하려면 많은 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러시아는 이런 지역을 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란 국장은 “그러나 러시아군이 어떤 경로로 공격을 가할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며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내 분리주의 세력을 통해 내부 교전을 심화시키는 방법도 동원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