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러 위성들, 한 달새 잇따라 파괴…영국은 우주사령부 창설

류지윤
2021년 04월 9일 오전 10:45 업데이트: 2021년 04월 9일 오후 7:02

우주강국인 미국, 중국, 러시아 위성들이 최근 한 달 사이 연이어 해체돼 눈길을 끌었다.

러시아 통신사 스푸트니크는 미 공군이 우주 추적 사이트인 스페이스 트랙(space-track.org)에 러시아 군용 위성 1기가 지난 1일(현지시각) 우주 궤도를 벗어나 태평양 상공에서 해체됐다는 사실을 공개했다고 3일 보도했다.

이번에 해체된 러시아 군용위성은 코스모스(Kosmos 2525)로, 2018년 3월 우주 궤도에 진입해 작동한 지 만 3년째를 맞았다.

앞서 미 우주군 제18우주통제비행대는 공식 트위터를 통해 중국 위성 윈하이(YUNHAI 1-02)가 지난달 18일 오후 7시 41분께 지구 궤도상에서 21개 파편으로 조각나 산화했다고 밝혔다.

중국 위성이 21개 조각으로 부서진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러시아 언론들은 이 위성이 운행 2년째로 사용 연한이 많이 남은 데다 공격을 당했다면 21개 조각으로만 나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서 고장난 위성에서 떨어져 나온 쓰레기 등과 충돌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소식을 접한 중국 네티즌들은 자국 위성의 파괴보다 미국이 위성의 조각난 갯수까지 추적하고 있다는 사실에 더 놀라움을 나타냈다.

윈하이 1-02는 중국항톈과학기술그룹(CASC) 소유의 과학탐사 및 실험 위성으로 알려졌다. 그룹 산하 상하이항톈기술연구원이 제작해 지난 2019년 9월 CZ-2D 로켓에 탑재돼 주취안 위성발사센터에서 발사됐다.

중국은 윈하이 1-02를 대기해양환경요소탐사·공간환경탐사·재해 방지와 과학실험 등 영역에 주로 사용한다고 밝혔다.

윈하이 1-02가 파괴되기 약 일주일 전인 지난달 10일 미국 해양기상청(NOAA)은 18년 전인 2002년 발사돼 이미 퇴역한 노아 17(NOAA-17) 위성에 궤도상에서 수명이 다해 16개 우주 폐기물로 부서져 흩어졌다고 밝혔다.

미 우주군 제18우주통제비행대는 위성이 충돌로 해체된 징후는 없다고 밝혔으나 우주군과 기상청 모두 잔해가 다른 우주시설에 미칠 위험성은 없다며 더 자세한 내용은 제공하지 않았다.

미국과 중국의 위성이 불과 일주일여 차이를 두고 ‘자연히’ 파손됐다는 소식은 중국 네티즌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특히 미국 위성은 수명이 다 됐는데 중국 위성은 궤도에 진입한 지 2년밖에 안 됐다는 점에서 둘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무성하다.

가장 많은 네티즌이 지지하고 있는 가설은 미국 위성이 어떤 원인으로 폭발하고 그 파편에 맞아 중국 위성이 부서졌다는 설이다.

여기에 좀더 상상력을 보태어 미국 우주군이 레이저 등 우주공간용 신무기를 퇴역한 기상위성을 상대로 실험했고, 거기서 흘러나온 파편이 떠돌다가 중국 위성과 부딪쳤다는 설까지 나온다.

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우주 잔해는 주로 선진국들의 요격 실험 등에 의해 생겨난다.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등은 위성 요격 무기(ASAT)를 실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7~8개에 이르는 가설들은 어느 것도 확인되지 않았으나 미국이 최근 우주군을 창설하고 중국 공산당 역시 우주 역량 강화를 내세운 상황에서 단순한 사건으로만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러시아 위성이 파손된 이달 1일, 영국은 우주사령부 창설을 공식 발표했다.

영국 국방부는 앞서 작년 11월 처음 우주사령부 출범을 예고했다. 우주사령부는 영국 왕립 공군 산하 연합기관으로 편성되며, 우주 인력을 육성하고 우주 장비를 운반·운용하며 영국의 우주작전을 주도하게 된다.

영국 왕립 공군 참모총장 마이크 위그스턴 경은 지난달 31일 “우주 영역에서 적으로부터의 위협이 날로 커지고 있다”며 “영국은 중요한 우주 기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그스턴 참모총장은 “전쟁이 우주에서 시작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길지 않은 시간 내에 전장이 우주로 확대되고 승부 역시 우주에서 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한 바 있다.

우주사령부라는 말이 공상과학처럼 들리지만, 지난달 22일 발표된 영국 국방부 ‘국방전략지휘문서’에서 우주 공간은 육해공 및 사이버 공간과 함께 중요한 영역으로 지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