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모르네”… 美 제재명단 오르자 “해외에 한 푼도 없어서 괜찮다”고 한 中共 관료

장둔(張頓)
2020년 08월 11일 오후 4:00 업데이트: 2020년 08월 11일 오후 6:08

홍콩 자치를 침해해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오른 뤄후이닝(駱惠寧·66) 중련판 주임이 “해외에 자산이 한 푼도 없다”고 선언했다.

뤄후이닝은 지난 8일(현지 시각) 중련판 공식 홈페이지에 “나는 해외에 단 한 푼의 재산도 없는데 ‘제재’를 한다는 건 헛수고 아닌가?”라는 성명을 냈다.

또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100달러(약 11만8천 원)를 보내서 동결할 수 있게 하겠다”고 비아냥거렸다.

해당 소식을 전한 뉴스에는 “해외에 한 푼도 없다”는 뤄후이닝의 말을 누가 믿겠냐는 댓글이 주를 이뤘다.

한 네티즌은 “뤄후이닝은 단돈 1달러도 미국에 보내지 못할 텐데”라며 미국의 제재대상에 오른 사실을 꼬집었다.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댓글은 “보시라이가 떠오른다”였다.

충칭시 공산당 위원회 서기(당서기)였던 보시라이는 지난 2013년 뇌물수수, 권력 남용 등이 인정돼 종신형을 선고받았으며 이후 항소도 기각돼 형이 확정됐다.

그는 거액을 부정 축재했다는 의혹을 받았지만 체포 직전까지 개인 재산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차기 권력자로 잘 나가던 그의 몰락은 지난 2012년 2월 오른팔이었던 왕리쥔 당시 충칭시 공안국장이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으로 피신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중국 인터넷에는 보시라이와 저우융캉 중앙 정법위 서기, 쩡칭훙 부주석 등 장쩌민 전 총서기 파벌의 쿠데타 모의 계획이 폭로됐다.

그런데도 한 달 뒤인 3월 보시라이는 충칭시 인민대표대회 회의에서 “충칭에서 부패·폭력 범죄자 소탕 운동을 벌이고 있으니 누군가 반발할 것”이라고 했다.

“음해세력이 나와 가족을 모함한다. 심지어 내 아들이 해외에서 유학하면서 빨간 페라리 스포츠카를 몰고 다닌다고 한다. 유언비어다. 강한 분노를 느낀다”고도 했다.

이어 “내 아들뿐 아니라, 나와 아내는 어떠한 재산도 없으며 수십 년 동안 그렇게 살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확히 6일 뒤 보시라이는 체포됐고, 충칭시 당서기에서 해임됐다. 같은 해 4월 10일 정치국 위원직에서도 해임됐다.

그의 아들도 외국 유학 중 고급 스포츠카를 몰고 다니며 방탕한 생활을 했음도 외신을 통해 보도돼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정확한 부패 내역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중국에서는 부패 액수에 따라 최고 사형까지 선고된다. 중국 안팎에서 사형 선고가 되리라는 예상이 우세했다는 점에서 엄청난 재산을 빼돌렸던 것으로 추정된다.

체포되기 직전까지도 “개인 재산이 전혀 없다”고 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편, “해외에 한 푼의 재산도 없다”고 한 뤄후이닝의 발언에 대해 그가 미국의 제재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런 것 아니냐는 비웃음 섞인 지적도 나온다.

미국의 제재명단에 오르면, 제재 대상자는 미국 내 자산뿐만 아니라 달러를 거래하는 모든 은행·기업과 거래가 차단된다.

직계가족, 그와 사업관계에 있는 개인·단체까지 제재를 받게 되며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에 의해 돈을 입금하거나 이체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한 네티즌은 “만약 뤄후이닝이 자신만 미국에 자산이 없으면 된다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미국의 확대관할법(long-arm jurisdiction)의 위력을 모르고 있다”고 했다.

확대관할법은 미국 국내법에서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으로 재판관할법을 확대 적용하는 규정이다. 법률 효력이 미치지 않는 역외까지 제재를 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