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또 오르나…환율 급등에 9월 생산자물가 다시 상승 전환

이윤정
2022년 10월 21일 오후 2:36 업데이트: 2022년 10월 21일 오후 2:36

가스요금 인상·태풍피해·환율 급등 영향
원·달러 환율 추가 상승 예고
엔화·위안화도 약세…원화 가치 하락 부추겨

9월 생산자 물가가 한 달 만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국제유가는 하락했지만 지난달 원·달러 환율이 1400원 가까이 치솟으면서 공산품 가격이 오르고, 태풍 피해로 인한 생산 차질에다 도시가스 요금 인상으로 전력·가스·수도 및 폐기물이 오른 데 따른 것이다.

한국은행이 10월 21일 발표한 ‘2022년 9월 생산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120.16으로 전월 대비 0.2% 상승했다. 지난 8월 하락세로 돌아선 지 한 달 만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8% 상승해 22개월째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력·가스·수도 및 폐기물은 도시가스(6.3%)를 중심으로 전월 대비 2.5% 상승했고, 서비스 부문에서는 운송서비스(-0.9%), 금융 및 보험서비스(-1.3%) 등이 하락하면서 전월 대비 0.2% 내렸다. 농림수산물은 축산물(-3.0%)이 내렸으나, 농산물(2.2%)과 수산물(0.1%)이 올라 전월 대비 0.1% 상승했다.

생산자물가지수는 국내 생산자가 국내(내수)시장에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종합적 가격 수준을 측정한 통계다. 통상 한 달 정도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생산자물가가 상승하면서 10월 물가도 5%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12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3%로 0.5%포인트(p) 인상했다. 당시 한국은행은 “환율 상승으로 수입 물가가 오르면서 물가 상방 리스크가 커졌다”며 물가 상승률이 5~6%대의 높은 수준을 상당 기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이 엔화와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설상가상으로 원·달러 환율이 1430원대를 유지하는 가운데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강달러 흐름 속에서 엔화·위안화 등 아시아권 통화가 약세 흐름을 이어가는 영향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0일, 전날(1426.2원)보다 7.1원 오른 1433.3원에 마감하며 1430원대로 올라섰다. 21일 현재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0.9원 내린 1432.4원에 장을 시작해 1430원대 초반 보합권에서 등락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고강도 긴축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면서 달러화가 여전히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엔화가 달러당 150엔에 근접하는 등 약세가 두드러지면서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졌다.

최근 엔화 가치는 매우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달러당 110엔 안팎이었던 엔·달러 환율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거침없이 올랐다. 엔·달러 환율은 이날 장중 한때 달러당 149.98엔까지 올라갔다. 엔·달러 환율이 149.9엔을 넘어선 것은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10년’으로 불리는 거품(버블)경제 후반기인 지난 1990년 8월 이후 32년 만에 처음이다.

하지만 일본은 경제회복을 위해 금융완화 정책을 고수하면서 미국과의 금리 차가 확대하고 있어 약세 폭을 키우는 상황이다. 엔화 약세 폭이 커질수록 원화 가치 하락에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 위안화의 달러 대비 가치 역시 14년여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20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날 중국 역내 위안·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0.42% 하락한 7.2279위안으로 마감했다. 위안·달러 환율이 7.2위안을 넘어선 것은 2008년 1월 이후 처음이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엔화, 위안화 통화가치 급락으로 1997년과 비슷한 아시아 금융위기가 재연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