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 “공급망·방산 협력 강화”

이윤정
2021년 12월 13일 오후 4:34 업데이트: 2021년 12월 14일 오후 12:26

한-호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
韓, 호주에 K-9 자주포 수출 계약
최종건 외교 1차관, ‘중국 견제’ 해석에 “그런 의도 없다”

호주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2월 13일 스콧 모리슨(Scott John Morison)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지고 핵심 광물자원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탄소중립, 수소경제, 방위산업 분야 협력 증진 방안도 논의했다. K-9자주포 호주 수출 계약도 체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2월 13일(현지 시간) 호주 수도 캔버라 국회의사당 내 내각 회의실에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수교 60주년을 계기로 한-호주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합의했다. 한국과 호주는 1961년 공식 수교 후 민주주의·시장경제 등 기본 가치를 공유하는 우방으로서 협력 관계를 꾸준히 발전시켜왔다. 문재인 대통령의 호주 방문은 2009년 이후 12년 만의 국빈 방문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호주의 외국 정상 초청은 문 대통령이 처음이라는 점도 의미를 더한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안정적인 광물 공급망 구축을 위한 협력을 강화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호주는 석탄·철광석 등 광물자원과 원유·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자원을 풍부하게 보유한 자원 부국이다. 호주와의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 양해각서(MOU)’ 체결로 한국 정부는 희토류·니켈·코발트 등 핵심 광물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공급망을 안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세계적인 광물자원 부국인 호주와 배터리·전기차 주요 생산국인 한국은 글로벌 공급망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광물의 탐사·개발·생산 등 자원개발 전 주기에 걸쳐 체계적으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과 모리슨 총리는 탄소중립 기술·수소경제 등 미래 핵심산업 분야에서도 지속적 협력관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양국은 ‘탄소중립 기술 이행계획 MOU’를 체결하고 수소경제·태양광·탄소포집 장치 등 친환경 부문 핵심기술 분야에서 폭넓게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양국 정상은 역내 안정과 평화·번영을 위해서도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정상회담 후 호주는 한국과 방위산업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더불어 K-9 자주포 도입 계약도 이뤄졌다. 호주 국방부 획득관리단(CASG)은 한화디펜스 호주 법인(HDA·Hanwha Defense Australia)의 K-9 자주포 30문, K10 탄약운반장갑차 15대 수입 계약을 체결했다. 총 계약액은 9000억 원 대이다. 이번 계약으로 호주는 세계 8번째로 K-9 자주포 운용 국가가 됐다. K9 자주포는 한국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한화디펜스(전 삼성테크윈)가 공동 개발한 국산 자주포로서 스웨덴 스톡홀롬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00년~2017년까지 세계 자주포 수출 시장에서 48%를 점유한 세계 최고 수준 자주포 중 하나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방, 방산, 사이버 분야를 포괄하는 안보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오늘(12월 13일) 계약 체결된 K-9 자주포 사업을 신호탄으로 하여 전략적 방산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호주 순방을 두고 중국 견제 시도라는 해석도 존재한다. ‘친미·반중 노선’을 명확히 표방하고 있는 호주는 중국과의 갈등 속에 있기 때문이다.

2017년 호주 정가는 중국계 정치자금 문제가 일었다. 중국이 정치자금을 통해 호주 정치인들을 포섭하려 시도한 정황이 나온 것이었다.  2018년 호주가 5G 네트워크 구축에 화웨이산 장비 공급을 금지하면서 중국과 호주 관계는 악화일로였다. 지난해 4월, 모리슨 총리가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국제적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양국 관계는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악화했다. 이후 중국은 호주산 석탄, 랍스터, 와인 등에 고율 관세를 매기며 경제 보복 조치로 맞섰다. 호주는 지난 9월 중국의 안보 위협에 대응하는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3자 외교안보협의체)’ 출범에 동참했고 미국,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와 함께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정부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까지 선언한 상황이다.

한국 정부는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태도다. 한-호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의 호주 순방과 한국산 무기 수출이 중국에 부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문재인 대통령은 “호주 국빈방문은 중국에 대한 입장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러나 중국과의 관계는 갈등하는 문제가 있고 경쟁하는 문제도 있다”고 답했다.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은 12월 9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문재인 대통령의 호주 방문이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중국 견제에 힘을 실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해석에 대해 “그런 의도는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최종건 차관은 “우리가 세계에서 수입하는 광물, 원자재의 40%가 호주로부터 온다. 공급망 안정, 핵심 원료 확보, 미래 경제 분야에서 양국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문 대통령이 호주를 방문하는 것이다. 주변국(중국)에 대한 특정 메시지를 염두에 둔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