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이후 점점 심화되는 중국 실업 위기

허칭롄(何淸漣)
2018년 10월 31일 오후 3:14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21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중국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금 회수 및 글로벌 산업 체인의 이전이라는 역풍과도 마주하고 있다. 산업 체인의 이전으로 중국을 포함한 일부 개발도상국에는 자본 유출과 실업 문제가 뒤따르고 있다.

미국은 세제 개혁과 당국의 감독이 느슨해지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조세 피난처가 됐다. 지난 8월 기준, 미국 내 새로운 일자리는 20만 1000개였고 실업률은 3.9%에 불과했다. 하지만 중국의 심각한 실업 문제는 해외 자본이 대거 철수하면서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다.

‘중국 특색’ 실업률 통계

중국 당국은 검열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무역전쟁과 실업률, 외환보유액, 주식시장 및 부동산 시장과 관련된 내용을 부정적으로 다루는 뉴스는 ‘민감 사안’으로 검열 대상이다. 그렇지만 중국 내 실업의 심각성을 측정해볼 수 있는 방법은 여전히 다양하게 존재한다.

지난 8월 중순, 국가통계국의 발표에 따르면 중국 내 도시 지역의 실업률은 7월 기준 5.1%로 이전 달보다 0.3% 증가했다.

중국 경제 전문학자들은 이런 통계 수치는 신뢰하지 않는다. 이들은 국가통계국에서 발표한 수치들을 가리켜 ‘중국 특색 통계’라고 부른다. 올해 4월부터 정부 당국은 ‘보고된 도시 지역 실업률’을 사용하던 기존의 실업률 측정방식을 ‘설문 조사된 실업률’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한편, ‘설문 조사된 실업률’이 기존의 ‘보고된 도시 지역 실업률’ 보다 더 신뢰성이 높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아홉 가지 이슈에 반영된 설문 조사 실업률 종합 분석’이라는 보고서를 전문가 집단에 의뢰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특색’ 실업률 설문 조사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했을 리 없다는 것을 모르는 전문가는 없다.

정부가 발표한 해당 통계 수치는 도시 지역의 실업률만을 다루며 수억 명에 달하는 지방의 생산가능인구 실업률은 무시하고 있다. 2017년 ‘청년 미디어 협회’로도 알려진 ‘메테오 기자 연합’이 실제 실업률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시행해 그 결과를 ‘중국의 실업률-숨겨진 진실’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발표한 바 있다.

해당 기사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2016년 기준 중국의 총인구는 13억 8300만 명이며, 이 중 16세에서 59세 사이의 인구는 9억 747만 명이었다. 고등학교, 대학교, 직업학교에 등록된 학생 6860만 명을 제외하면 생산가능인구의 수는 8억 3887만 명으로 총인구의 60.7%에 해당한다. 통계에 따르면, 경제활동인구는 7억 7463만 명이었다.

이 조사연구는 한가지 중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바로 농사를 짓는 농민은 은퇴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평생 ‘경제활동 인구’로 분류된다는 점이다. 60세 이상 농민의 수는 1억 2928만 명으로 이 수치는 총 경제활동인구 수에서 제외돼야 하는 부분이다. 결과적으로 실제 생산가능인구 수는 6억 4675만 명으로 현재 아무런 교육과정에 있지 않은 생산가능인구 수와 비교해 1억 9212명이 차이 난다. 이러한 측정치에 따르면 실제 중국 실업률은 22.9%가 된다.

올해 인구 통계 수치는 2016년 때와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실제 실업률은 올해 3월 촉발된 미-중 무역전쟁의 효과를 감안하지 않고도 여전히 22%를 웃도는 것이다.

무역전쟁의 이중 영향, 해외 자본 철수와 실업률 급증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중국 내 해외 자본 철수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중국 당국이 이에 대해 완강한 저항의 태도를 유지하고 있으나, 중국 상무부는 지난 9월 20일 정기 기자 회견을 통해 2000억 달러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로 전자기기 산업 및 섬유와 같은 경공업을 포함한 6가지 산업이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영향을 받을 기업 중 외국계 기업이 50%를 차지했다. 상무부는 미국의 관세 부과가 중국 및 미국 기업과 소비자에게는 물론 세계 산업 체인의 안정성에도 해를 끼친다고 주장한다. 특히 세계 산업 체인의 안정성과 관련한 마지막 언급은 해외 자본이 중국에서 철수하고 있거나 혹은 철수를 고려 중이라는 사실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

9월 13일 주중 미국상공회의소와 주상하이 미국상공회의소가 430개 이상의 중국 내 미국 기업을 상대로 시행한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 조사에 참여한 기업의 35%가 중국에서 동남아시아로 생산공장을 이전했거나 혹은 이전을 고려 중이라고 답했다.

일본의 교토통신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일본 기업의 69%가 중국에서 다른 국가로 이전했거나 현재 이전을 위한 과정에 있으며, 나머지 40%는 자금 철수에 대해 심각하게 고려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닛케이 9월 16일 자 보도에 따르면, 타이완 기업의 경우 나이키, 아디다스, 언더아머 등의 브랜드 신발을 생산하는 타이완 공장들이 생산라인을 동남아시아와 인도로 이전했다.

미국 정부의 엄청난 관세 보복을 피하고자 중국 기업 및 공장들조차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실제로 수많은 중국 공장들이 자국 생산라인을 해외로 이전하고 있다.

아시아 최대 물류 기업인 홍콩의 케리 로지스틱스 네트워크사도 현재 중국에 있는 생산라인을 말레이시아, 베트남, 미얀마, 심지어 라오스로도 이전 중이다.

해외 자본의 철수가 중국의 실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모든 해외투자 기업에 직접 고용된 총 인구수가 4500만 이상이라는 공식통계 수치가 널리 인용되고 있다. 해외 자본에 생존을 의탁하는 수많은 하청, 위탁업체들이 있다.

블룸버그 통신의 9월 11일 자 보도에 따르면, JP모건의 중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하이빈 주는 자신의 연구 보고를 통해 관세가 중국에 미친 엄청난 영향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이 이에 대해 보복하지 않는 경우, 300만 명의 실업자가 양산될 수 있고, 중국이 미국 수입품에 보복성 관세를 부과하고 위안화를 5% 절하한다면, 550만 명이 일자리를 잃고 국내총생산(GDP)은 1.3% 감소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2015년 9월 18일, 중국의 저장성 이우에 있는 직업 안내소에 일자리를 구하는 중국인들이 모여들었다. | Kevin Frayer/Getty Images

중국의 AI 정책, 구조적인 실업 초래

많은 선진국처럼 중국의 노동인력도 로봇 자동화 생산시스템과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연구개발재단과 세계 최대 벤처캐피털 중국 지사인 세쿼이아 캐피털 차이나가 지난 9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저장성, 장쑤성, 광둥성에 있는 몇몇 수출품 제조업체들은 지난 3년 동안 노동 인력을 30~40% 감축했다. 중국 대표 음료업체 항저우 와하하 그룹의 경우 지난 10년간 조립라인 인력을 200명에서 300명가량 감축해 현재 소수의 인원만이 남아있다고 한다.

인간이 하던 일을 두고 이제는 로봇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은 수많은 국가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기 때문에 인간의 입장에서 실업은 불가피한 일이 되어가고 있다. 일부 정부는 인간 실업으로 납세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를 충당하기 위해 다양한 종류의 ‘로봇 세금’ 제도를 고려하고 있다.

스위스 제네바 대학의 교수이자 세금 전문 변호사인 자비에르 오베르손은 특히 로봇 한 대가 일반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인력이 한 명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해 로봇의 생산성에 비례하는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러한 세금으로 조성된 기금이 실업자를 후원하고 교육하는 사회보장제도에 사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과 프랑스의 정치인들도 이런 방식을 통해 모인 세금이 실업자의 복지 향상을 위해 사용되길 바라며 오베르손과 유사한 제안을 내놓고 있다. 중국 당국은 인공지능으로 인한 실업률 증가 현실을 인식하고는 있으나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사회보장세 정책, 실업 증가로 이어져

8월 27일, 국가세무총국은 내년 1월 1일 시행될 예정인 세제 개혁안을 발표했다. 이 새로운 세금 제도에서 두 가지 큰 변화가 눈에 띄는데, 첫 번째는 기업이 실제 근로자 수를 숨기거나 사회보장세 납부를 회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독립 사회 보장 단체 ‘51 셔바오’가 지난 8월 말 발표한 ‘중국 기업 사회 보장 제도 백서 2018’에 따르면, 73%의 중국 기업이 국가가 시행하는 규제안들을 준수하지 않고 있었다. 예를 들면 실제 임금에 따라 부과되는 사회보장세를 납부하지 않고 있었다. 새로운 제도가 시행되면 기업이 사회보장세 납부를 피해갈 확률은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세제개혁을 통해 법인세는 종전 31%(세계 13번째로 높은 비율)에서 44%(세계 2번째로 높은 비율)로 인상될 것이다

새롭게 시행된 사회보장세 정책으로 기업의 부담이 증가할 것이다. 이 문제를 다룬 기사가 수많은 언론매체를 통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내년, 실업에 대비하라’라는 기사에 따르면, 기업이 근로자 1명에게 한 달에 1만위안(약 163만 원)을 지급하면, 종전의 경우 기업이 납부하는 사회보장세는 최소 금액이었으나 새로운 제도가 시행되면 근로자는 한 달에 640위안(약 10만 원)을 추가로 납부해야 하고, 기업은 한 달에 근로자 1인당 1860위안(약 30만 원)을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 따라서 기업체의 입장에서는 근로자를 한 명 고용할 때마다 일 년에 2만위안(약 327만 원)을 더 납부해야 하는 꼴이 된다. 이러한 비용의 증가는 중소기업의 이윤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주게 되고, 기업들은 살아 남기위해 직원을 해고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무역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그것이 중국에 미치는 영향은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 전쟁을 원치 않는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자국의 경제적 번영이 국제 무역 시스템 덕분이라는 사실은 깨닫지 못한 채, 서구에 중국 시장을 개방하는 것이 자신이 서구에 제공할 수 있는 특권이라는 듯 행동해왔다.

중국이 ‘평화적 부상’을 이야기한 2003년 이래로 중국 당국은 국제 룰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왔다.

2014년 시진핑 국가주석은 자신의 외교 원칙을 다음과 같이 공표했다. “국제 및 국내 시장, 국제 및 국내 자원, 그리고 국제 및 국내 룰을 모두 포괄적으로 고려하고 활용할 필요가 있다.”

현재 이러한 룰의 수호자는 미국이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국제적 행동 기준을 다시 쓰고 이에 대한 지배권을 갖기 위해서는 미국에 도전장을 내밀어야 했다. 하지만 무역전쟁이 본격화됐을 때 중국은 이를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미국과 경쟁하기엔 자산이 충분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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