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교사 “중공의 언어말살 정책에 충격…‘가짜 행복’서 눈뜨게 됐다”

이윤정
2020년 09월 9일 오전 9:28 업데이트: 2020년 09월 9일 오전 10:43

중국 네이멍구자치구 교육당국이 9월 1일부터 몽골족 학생들을 대상으로 중국어 교육을 강화해 주민들은 물론 현지 공직사회에서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중국어’ 과목의 이름을 ‘어문'(국어)으로 바꾸고, 수업을 몽골어 대신 중국어로 한다는 정책이지만, 현지 주민들은 이대로 몇 년 흐르면 몽골족 정체성이 흐려질 것이라며 “민족 문화 말살의 시작”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몽골족 학부모들은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거나 방목지로 데려가 아예 학교 측이 찾아올 수 없게 하는 방식으로 저항하고 있지만, 당국은 “엄중하게 처벌하겠다”며 압박하고 있다.

지난 1일 중국 공산당 우루무치 위원회 등은 네이멍구의 공직자들에게 “자녀를 학교로 돌려보내 중국어 교육을 받게 하라”며 “이에 따르지 않으면 엄중한 당 규범 위반으로 처벌하겠다”고 통지했다.

다음날인 2일 네이멍구 TV의 몽골인 직원 300여명은 “난폭한 조치”라며 반발하는 공동성명을 공개했다. 이 성명에는 실명을 적고 지장을 찍어 어떤 처벌을 받더라도 할 말은 해야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드러냈다.

네이멍구의 12대 행정구역 중 한 곳인 시린궈러맹(林郭勒盟) 지역의 몽골 민족중학교 교사 바이얼(白乙 ·가명)씨는 에포크타임스와 온라인 인터뷰에서 “이런 날이 오리라고 생각도 못 했다”며 충격과 당황스러움을 나타냈다.

학교 측의 중국어 교육 강행에 수업거부로 항의하는 몽골족 학생들 | 영상캡처

바이얼씨는 교직원들이 수업 거부에 동참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지시를 소극적으로 따르는 방식으로 저항하고 있다면서 “당국이 교사들에게 학부모들을 설득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하는 사람은 없다. 교사들도 학생들을 지지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러자 기율검사위원회에서 나와 직원들을 한 사람씩 불러서 일을 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공직자 윤리위원회 격인 기율검사위는 범법 행위가 없더라도 “당 규율 위반”이라는 명목으로 구금, 당적 박탈, 재산몰수, 해고, 기소 등 강력한 처벌을 할 수 있는 기관이다.

바이얼씨는 “우리 민족(몽골족)은 몇 년간 분수에 만족하면서 살아왔는데, 갑자기 이런 정책이 시행됐다. 어찌 보면 나쁜 것만도 아니다. 매일 술 마시고 춤추고 노래 부르던 가짜행복에서 깨어나 민족의 존망에 경각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그녀는 “우리가 바라는 건 지금까지 하던 대로 이중언어교육을 유지해달라는 것”이라며 “큰 충돌은 원하지 않는다. 충돌이 일어나면 우리만 다친다”면서도 투쟁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 몽골인이 촬영해 SNS에 올린 새 학기 ‘어문'(국어) 교과서 | 영상캡처

같은 시린궈러맹의 몽골어 연구원 아나(阿娜, 가명)씨는 본지에 “중국어를 배우지 않겠다는 게 아니다. 지금 몽골 아이들 중에 중국어 못하는 아이가 누가 있나? 우리는 중국인이고 우리나라를 사랑하지만, 민족의 언어와 문자는 계승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아나 연구원은 “지금 정부에서 내놓은 이중언어교육 개정안은 중국어 수업을 기본으로 해서 몽골어를 배우라는 식인데, 마치 영어처럼 외국어로 배우라는 것이다. 몽골인들은 여전히 일상생활에서 몽골어로 대화한다. 수업이 없어지면 언어는 퇴화할 것이고 그 끝은 소멸일 것이다. 세상에서 몽골어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몽골 주민들은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불법 행위도 저지르지 않겠다는 생각”이라면서 “어떤 노력을 들여서라도 마다하지 않고 우리 언어와 문자를 보존하려 한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몽골 민족중학교 교사 바이얼씨도 “이번 사태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몽골인이기 때문에 두려워하지도, 고개 숙이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