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디브 가서 6300만불 쐈다…中 공산당이 쳐놓은 채무의 덫

류정엽 객원기자
2022년 01월 12일 오전 10:19 업데이트: 2022년 06월 3일 오후 3:32

왕이 외교부장, 새해 아프리카3국·몰디브 순방
감당할 수 없는 채무 주면서 일대일로 끌어들여
빚 더미 스리랑카 “채무 조정”…중국은 답변 회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4일(현지시각)부터 나흘간의 일정으로 에리트레아, 케냐, 코모로 공화국 등 동아프리카 3국 순방을 마쳤다. 이는 중국 외교부장이 최초로 32년 연속으로 새해 첫 방문지로 아프리카를 찾은 것으로 기록됐다.

왕 부장은 이어 몰디브와 스리랑카도 방문했다. 그는 몰디브에 인프라 건설자금으로 6300만 달러(약 758억원)를 지원하겠다는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전형적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제안이다. 일대일로는 참여국을 빚더미에 빠지게 만들어 채무 함정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그는 이를 의식한 듯 앞서 3개국 순방 도중 케냐 기자회견에서 “아프리카의 발전을 원하지 않는 세력이 꾸민 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 방문지인 인도양의 섬나라 스리랑카는 중국에 채무 상환 재조정을 요청했다. 스리랑카의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은 9일 수도 콜롬보를 방문한 왕 부장에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위기를 언급하며 “그 해법으로 채무 상환 재조정에 대해 (중국이) 관심을 기울여 준다면 크게 안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리랑카가 중국에 진 빚은 33억8천만달러(약 4조원)에 이른다.

왕 부장은 수교 65주년을 맞은 양국 관계를 되돌아보는 연설을 했지만, 채무 상환에 대해서는 확답하지 않았다. 이를 놓고 중국도 막 퍼주던 시절과는 주머니 사정이 달라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중국 “연초 아프리카 방문은 전통”

자오리젠(趙立堅)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해 말 왕 부장의 연초 아프리카 순방 일정을 발표하며 “중국은 32년 동안 연초 아프리카를 방문하는 우수한 전통을 이어왔다”며 이는 중국이 아프리카를 중시하는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1991년부터 시행해온 연초 아프리카 순방을 ‘전통’이라고 표현한다. 중국이 아프리카에 32년간 공을 들이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 배경을 살펴보면,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시위를 유혈 탄압해 국제 사회에서 고립에 빠진 중국은 외교적 활로를 찾고자 진입 장벽이 낮은 아프리카 공략에 나섰다. 아프리카 국가 대부분은 역사적으로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서구 열강에 지배를 받아 반서구열강 정서가 강했던 탓에 중국, 구 소련 등 공산국가에 대한 반감이 비교적 덜했기 때문이다. 세계의 패권 장악을 꿈꿔온 중국은 이 무렵 1992년 우리나라와 수교를 맺었다.

인권 자체를 무시하는 중국은 아프리카가 과거 중국을 고립에서 구해줬다는 이유로 한없이 고마운 나머지 그 은혜를 갚기 위해 30년 넘게 아프리카 대륙에 외교 최고 실무자를 보내고 있지만은 않아 보인다.

중국은 아프리카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25.6%로 5.6%인 미국보다 훨씬 앞서 있다. 2009년 중국은 미국을 앞질렀다.

참여국 파산시키는 ‘채무 함정’ 일대일로

중국은 2013년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아프리카를 비롯한 개도국에 천문학적인 규모의 투자를 주저 없이 해오고 있다.

지난해 9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에이드데이터'(AidData)의 보고서 데이터를 인용해 지난 18년간 중국의 실크로드 전략은 165개국, 8430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1만3247건 개발금융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한 국가들의 부채와 관련한 핵심 우려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건이 좋은 양허성 차관과 무상원조를 통한 것이 아니라 중국은 준양허성 또는 비양허성 차관 형태”라고 했다.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한 국가에 차관을 빌미로 중국에 종속되도록 그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심지어 채무 함정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왕이 외교부장은 지난 12월 17일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 국제협력 고위급포럼 자문위원회 연례회의에서 일대일로는 ‘지리적 전략’이 아니며, 채무 함정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과거 그의 발언들을 보면, 누가 봐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지난해 5월 일대일로에 대해 전염병과 기후 변화 등 지구의 도전에 대응해 단결하고 대처하는 길이라며 어떤 나라도 독선적으로 혼자서 대응할 수 없으며 다자주의를 고수하면서 상생해 도전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다자주의’, ‘상생’이라는 말은 표면상 ‘공평’하고 ‘평등’해 보인다. 공산주의와 시장경제체제가 결합된 국가에서 나온 말임을 감안해 볼 때, 이는 곧 근본적으로 대등하지 않은 분명한 종속적 갑을관계가 전제조건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자주의에 근간한 상생 방법은 왕 부장이 올해 방문한 스리랑카의 일례가 대표적이다. 중국은 지난 10년 동안 일대일로를 내세워 스리랑카에 50억 달러를 빌려주고 항만, 도로, 공항 등 인프라를 건설했다.

스리랑카는 함반토타항 건설을 위해 차관한 14억 달러를 갚을 수 없게 됐다. 결국 2017년 중국 국영기업에 항만 운영권을 넘길 수밖에 없었다. 중국이 군사적 용도로 활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은 新식민지주의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통신사 베스티드의 밀턴 에즈라티(Milton Ezrati) 수석 경제연구원은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왕 부장의 최근 아프리카 행보는 이번에 방문한 3개국과 여타 아프리카 국가들에 일대일로 참여를 위한 채무 의무를 부과하는 것과 관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에즈라티 연구원은 “중국이 아프리카인들이 채무 불이행을 하거나 일대일로에서 발을 뺄 수 있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들을 취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 프랭크 셰 에이켄 경영대학원 교수는 많은 아프리카 국가가 일대일로 이니셔티브로 인해 막대한 부채를 짊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외화의 고갈과 국가의 각성으로 중국 공산당은 일대일로 외교 정책을 유지하기 힘들어졌다”고 분석했다.

셰 교수는 “일대일로로 인해 스리랑카,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높은 외채 위기에 빠진 것을 목격한 아프리카 국가들은 일대일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유념하고 있다”면서 “점점 더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중국 공산당의 지원 이면에 신식민주의의 특징이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로 인한 두려움과 우려로 아프리카 국가들은 중국과 명확한 선 긋기를 시작했다”며 금전을 미끼로 압력을 받으며 주권을 침해당할 수 있다는 중국의 ‘야심’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일대일로의 이면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일대일로는 값싼 원자재와 국제 표심을 얻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아프리카의 천연 자원과 값싼 노동력이 중국 공산당이 아프리카 국가를 장악하게 한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보고 있다.

코르 에널리틱스사(Corr Analytics)의 앤더스 코르(Anders Corr) 대표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아프리카를 탐내는 이유는 아프리카에 풍부한 천연자원과 저렴한 노동력이 있고 중국에는 거대 시장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거대 시장을 보유하고 있고 큰 이득을 노리는 중국으로서는 아프리카에 인프라 건설 등을 포함한 수출이 필요하다고 본다는 것이다.

그는 또 중국이 아프리카 54개국에 기업 주식, 대출 승인, 보조금 지원을 비롯해 심지어 국가 원수에게 뇌물을 주면서까지 유엔에서 대규모 투표권을 중국으로 향하게 하여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국제 사회의 권력을 돈으로 매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학 교수이자 중국 경제 분석가인 안토니오 그라세포(Antonio Graceffo) 박사도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그는 중국이 아프리카에 관여하는 주요 원인으로 원자재, 광물 및 금속을 꼽았다. 또한 그는 “일자리 창출, 생산 능력 증대, 대출 및 자금 조달, 중국 제품에 대한 수출 시장 창출을 포함한다. 다른 하나는 정치적 동맹을 구축하고 유엔에서 투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총회서 발언하는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2021.9.23 | AP/연합

그러면서 그는 “중국은 아프리카 국가들을 이용해 인권탄압을 하며 국제 사회의 지지를 얻고 있다. 왜냐하면 유엔과 같은 국제 기구는 민주 국가 여부에 관계없이 한 국가에 한 표를 주기 때문”이라며 “중국은 ‘제3세계 국가’의 지도자로서 세계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고 했다.

셰 교수는 왕이가 연초에 아프리카를 최초로 방문한 것은 사실상 중국이 현재 아프리카의 자원을 손에 넣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이 주력하는 전기자동차 및 반도체와 같은 분야에서 필요한 광물 자원 등에 대한 시급한 국내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다.

그는 아프리카인이 중국에 대해 가지고 있던 환상이 깨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프리카인들은 경제 발전이 돈만 붓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프리카인들의 눈에 중국은 영국과 프랑스 식민지 시대 이후 새로운 식민제국을 일으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미국은 이러한 아프리카에 대한 중국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자 아프리카 외교에 시동을 걸었다.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서아프리카 케냐, 나이지리아, 세네갈을 순방했다. 이는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행정부 최고위급 인사의 아프리카 방문이었다.

블링컨 장관은 순방 중 “아프리카에 과도한 수준의 채무를 부과하지 않고 투자하고 있다”며 중국을 겨냥한 발언을 했다. 중국이 아프리카에 과도한 채무를 부과하고 있음을 우회 비판한 말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