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줄 없는 ‘작은 개’ 피하다 넘어져 다친 피해자에 ‘3700만원’ 배상 판결

이서현
2020년 07월 16일 오후 1:22 업데이트: 2022년 12월 14일 오후 1:59

목줄 없는 개를 피하다가 다쳤다면 개 주인이 100%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법 민사21단독 허용구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A씨(62)가 개 주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밝혔다.

사고는 대구의 한 노상에서 2018년, 4월 오후 8시쯤 발생했다.

당시 길을 걷던 A씨는 자신을 물것처럼 위협하는 개를 발견하고 뒷걸음질 치며 피했다.

하지만 바닥에 굴러 넘어지며 허리를 다치는 등 전치 8주의 부상을 입었다.

개는 생후 11개월 된 슈나우저로 키 50㎝, 길이 50㎝ 정도의 크기였다.

주인인 B씨가 주차를 한 후 문을 열어주자 목줄이 채워지지 않은 상태로 바깥으로 나가 돌아다니던 상황이었다.

사고가 났을 때 B씨는 차량에 앉아 휴대전화를 보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사와 무관한 자료 사진 | 연합뉴스

B씨는 지난해 1월 대구지법에서 과실치상죄로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와 별도로 A씨는 B씨가 목줄 등을 채워 위험을 사전에 막아야 하는데도 이를 게을리했다며 치료비와 위자료로 66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다.

B씨는 재판에서 “성인인 원고가 어린이도 놀라지 않을 정도인 아주 작은 강아지를 보고 놀라 넘어진 것은 과잉반응”이라며 “개가 원고를 물거나 신체적 접촉이 있었던 것도 아닌 만큼 원고에게도 최소 50%의 과실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사와 무관한 자료 사진 | 연합뉴스

그러나 재판부는 A씨에게 100% 과실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62세 여성이 야간에 달려드는 개를 발견하면 방어행위를 못하고 뒷걸음치거나 놀라 주저앉는 것이 일반적인 반응인 만큼 방어행위를 하지 않았더라도 이를 A씨의 과실이거나 손해 발생 확대의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B씨는 개 주인으로서 개가 타인을 위협하거나 물리적으로 해를 입히지 않도록 목줄 등을 채워 그 위험을 사전에 방지해야 할 주의 의무가 있음에도 사고 당시 개가 A씨에게 달려들어 마구 짖으며 물 것처럼 위협하는 동안 차 운전석에 앉아 휴대폰의 문자 등을 확인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순수한 치료비와 위자료에 해당하는 3700여만원을 손해배상 합계액으로 판단했다.

이는 A씨가 이 사고 이전에 질병이 있었던 점 등을 반영해 일부 손해배상 청구 금액은 제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