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범죄조직, 손목밴드 사용해 밀입국자 추적·관리

이현주
2021년 03월 30일 오전 6:10 업데이트: 2021년 04월 4일 오후 1:14

미국-멕시코 국경도시인 텍사스주 맥알렌의 국경순찰대에 따르면, 밀입국자자들은 밀수 조직이나 카르텔에 통행료를 지불했음을 증명하는 손목밴드를 착용하고서 국경을 넘고 있다.

이 손목밴드는 텍사스 남부에 있는 리오 그란데 계곡에서 밀입국자들에 의해 버려진 채 발견됐다. 일부 밀입국자는 두 개의 다른 색깔 손목밴드를 착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텍사스 공공안전부서장인 제이슨 존스(Jaeson Jones)는 이 손목밴드에 대해 “기본적으로 밀수업자들이 누가 통행료를 지불했는지, 누가 지불하지 않았는지, 그래서 그들을 통과시킬 수 있는지 여부를 알기 위해 사용하는 과정이다. 왜냐하면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국경을 넘기 위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손목밴드에는 숫자와 단어, 로고가 새겨져 있다. 존스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손목밴드에서 거북이와 악마의 머리, 작은 뱀 그림을 봤다”고 밝혔다.

이어 “멕시코의 범죄조직인 걸프 카르텔(CDG)은 멕시코의 특정 지도자를 표현하기 위해 ‘금속(metal)’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고 덧붙였다.

텍사스주 로마에서 리오 그란데를 가로지르는 콘크리트 블록 벽에는 ‘CDG’와 ‘metal’이 새겨져 있다. 그 벽은 멕시칸 시티의 ‘미겔 알레만’이라고 부르는 곳에 있는데, 이곳은 로스 제타스 카르텔 잔당인 카르텔 델 노레스와 걸프 카르텔(CDG) 간의 영토 전쟁 최전선이다.

국경 인근에 버려진 채 발견된 손목밴드들 | 샬럿 커트버슨/에포크타임스

국경순찰대는 강에서 약 3km 떨어진 곳인 페니타스 근처에서 색깔이 모두 다른 손목밴드 5개가 버려진 것을 발견했다.

하나는 ‘배달’을 의미하는 ‘엔트레가(Entrega)’, 다른 하나는 ‘도착’을 의미하는 ‘레가다스(Llegadas)’, 또 다른 하나는 ‘황금’을 의미하는 ‘도라도(Dorado)’가 새겨져 있었다.

카르텔이 밀입국 단계마다 다른 용어를 붙인 손목밴드를 사용해 불법 이민자들을 관리하고 있음을 추측하게 하는 부분이다.

손목밴드에 적힌 숫자는 불법 이민자가 강을 건너기 위해 카르텔에 지불한 ‘통행료’와 연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존스는 “각각의 개인 식별번호가 새겨져 있다”고 설명했다.

존스는 “손목밴드는 카르텔과 밀수업자들이 사람들을 상품으로 취급하기 위해 사용하는 과정이다. 정말 슬픈 상황이다”며 “카르텔은 손목밴드를 계속 주고 있으며, 사람들은 이를 차지하기 위해 많이 싸운다”고 덧붙였다.

지난 2월 국경순찰대는 10만 명 이상의 밀입국자를 체포했다. 이는 지난 14년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이다.

(현지시간) 지난 15일 젠 프사키(Jen Psaki)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은 행정부가 남쪽 국경에 대한 통제권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느냐”의 질문에 “우리는 확실히 갖고 있다”고 답했다.

 

통행료 인상

국경순찰대와 정기적으로 접촉하고 있는 존스는 “리오 그란데 강을 건너기 위한 일종의 통행료가 최근 올랐다”고 말했다.

존스에 따르면, 멕시코 사람은 2500달러(약 280만원), 베네수엘라와 페루, 에콰도르, 온두라스 사람은 3000달러(약 339만원), 중국인들은 5000달러(약 566만원), 아랍과 러시아인들은 9000달러(약 1018만원)를 내야 한다.

당장 지불할 돈이 없을 경우, 카르텔은 미국에서 돈을 벌게 한 다음 통행료를 내도록 했다.

국경 인근에 버려진 채 발견된 손목 밴드들 | 샬럿 커트버슨/에포크타임스

존스는 “카르텔은 사람들에게 빚 독촉을 하기 위해 완벽하게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카르텔은 통행료를 지불하지 못한 사람들의 이름과 전화번호, 주소 등 신분증과 관련된 모든 서류와 미국 내 연락처에 대한 세부사항을 포함해 개인 정보를 모조리 수집했다.

존스는 “그들이 돈을 내지 않으면 가족과 출신 국가에 대신 책임을 물도록 했다. 이는 가장 최고의 빚 독촉 방법이여, 인신매매의 한 형태”라고 전했다.

이어 “미국은 인신매매와 마약 밀수를 막는 데 집중하고 있지만, 문제의 핵심은 카르텔이다. 카르텔을 외국 테러조직으로 지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존스는 “미국은 문제의 핵심인 카르텔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다. 그들은 멕시코의 모든 지리적 공간을 소유하고 있다”며 “만약 우리가 국가로서 초점을 바꾸고 멕시코와 손잡고 카르텔을 쫓는다면 그것이 바로 우리가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이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샬럿 커트버슨 기자가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