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열풍 급속히 시들어…디즈니·MS 이어 메타도 구조조정

김태영
2023년 03월 30일 오후 9:37 업데이트: 2023년 03월 30일 오후 9:37

불과 2년 전만 해도 세계적인 열풍을 몰고 왔던 3차원 가상 세계 메타버스가 업계 우선순위에서 빠르게 밀려나고 있다. 이용자 부진에 경제 침체까지 겹쳐 투자 대비 수익 창출 전망이 어두워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8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콘텐츠 기업 월트디즈니는 메타버스 전략 개발 부서를 해체했다. 디즈니는 지난해 11월 밥 아이거 최고경영자(CEO)가 복귀하면서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운영 비용 삭감에 초점을 맞춰왔다. 메타버스 관련 사업부는 이러한 디즈니 내부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됐던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2017년 10월 시장 선점을 목표로 인수한 ‘알트스페이스VR’ 서비스를 최근 중단했다. 알트스페이스VR은 가상 현실 공간에서 아바타를 통해 대화나 게임을 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SNS) 앱이다.

메타버스 사업에 주력하기 위해 사명까지 바꾼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이하 메타)도 예외는 아니다. 메타는 최근 주력 사업을 메타버스에서 인공지능(AI)으로 방향 전환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지난해 11월 직원 1만 1000명을 해고한 데 이어 메타버스 사업 관련 인력을 포함한 직원 1만 명을 추가로 해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저커버그는 지난달 기업 실적 발표 후 가진 콘퍼런스콜에서 AI를 28번 말할 동안 메타버스는 단 7번밖에 언급하지 않았다고 WSJ은 분석했다.

메타버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온 메타가 돌연 주력 사업을 바꾼 것은 실적 부진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메타의 자체 가상현실(VR) 세계 앱 ‘호라이즌 월드’의 월간 이용자 수는 출시 1년이 지난 2022년 말 기준 30만 명에도 못 미쳤다. 당초 목표치인 50만 명에도 크게 못 미치는 성과다. 또한 호라이즌 앱을 접속하는 데 필요한 VR 헤드셋 매출도 감소하는 추세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용자들이 아바타로 어울릴 수 있는 가상 세계 부동산 가격도 폭락했다. 메타버스에서 토지 매매를 추적하는 사이트인 위메타(WeMeta)에 따르면 메타버스 플랫폼 디센트럴랜드의 토지 시세는 1년 전 대비 거의 90% 가까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서치 기업 ‘서드브릿지그룹’의 기술 부문 애널리스트인 스콧 케슬러는 “많은 기업이 직원 수나 전반 지출을 줄여야 할 경우 이런 종류(메타버스)의 범주가 손쉬운 목표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차라리 AI에 대한 투자가 더 빠른 시일 내 기업에 수익을 보장해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이와 다른 의견도 존재한다. 메타버스 관련 책의 저자이자 벤처 투자가인 매튜 볼은 “메타버스에 대한 거품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를 진전이 없는 것으로 오해해선 안 된다”며 “변화는 그렇게 빠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저커버그는 장기적 관점에서 메타버스 사업에도 계속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AI와 메타버스는 우리(메타)의 목표를 주도하는 두 가지 주요 기술의 물결”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