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차이나’ 의류, 실상은 북한 제품…규제 회피 목적

2017년 06월 2일 오전 11:26 업데이트: 2019년 11월 9일 오후 12:15

중국 단둥(丹東)시에서 의류회사의 회계를 담당하는 랑(朗, Lang) 씨는 ‘메이드 인 차이나’ 라벨이 부착된 양복과 치마가 회사 창고로 옮겨진 것을 확인하고 미화 10만 달러를 배낭에 넣었다. 그 뒤 사장과 함께 기차를 타고 북한으로 향했다. 여섯 시간이 지나자 그녀와 사장은 북한의 한 공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공장 안에는 여성 노동자 수백 명이 유럽의 고성능 기계를 사용해 ‘메이드 인 차이나’ 라벨을 옷에 박아 넣고 있었다. 그곳에서 랑 씨의 사장은 위탁 생산 계약에 따라 미화 현금으로 옷값을 북한 공장 책임자에게 지불했다.

단둥시는 인구 300여만 명의 도시로, 올해 33세인 랑 씨는 10여 년 전 이곳에서 환경보호학을 전공했다. 그 뒤 정착을 결정하고 다른 사람들처럼 북한과 거래하기 시작했다.

온통 명품을 착용한 랑 씨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유럽 및 중국 각지로부터 주문을 받아 북한 공장과 협업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객이 빠른 납품을 원하거나 상세한 규격 요구가 있을 경우, 단둥시 현지 공장에 일을 맡기기도 한다고 그녀는 말했다. 하지만 현지 공장에 고용된 사람들 역시 대부분 북한 사람이었다.

단둥시 상무국은 북한인 1만 명이 현지 의류공장에서 일하고 있다며 자랑스럽게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그들은 하루 평균 12~14시간을 노동하며 휴무는 사나흘에 불과했다. 임금은 월 미화 260 달러 미만이었다. 홈페이지에서는 북한인들이 근무자세가 훌륭해 관리하기 쉽고, 휴가를 요청하지 않으며 무단결근이나 반항도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거래 조건이 비교적 유연한 주문은 북한 쪽에 일을 맡기는데, 생산 비용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랑 씨는 밝혔다. 단, 납기를 보장하기 어려운 단점은 있다. 정전이 잦고 화물트럭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물자가 부족하기 때문에 ‘메이드 인 차이나’ 라벨 외에 방직품, 단추, 지퍼 등 물품을 지급해야 할 때도 있다고 그녀는 말했다. 또한, 북한에서 제조된 의류지만 ‘메이드 인 차이나’ 라벨이 부착된 것이라면 해외에 쉽게 판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사기 행위 및 원산지 표시 규정 위반에 해당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유엔 제재 리스트 선정 방해

유엔은 중국의 요청으로 북한 의류업을 제재 기업 명단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북한군뿐만 아니라 북한 주민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중국은 같은 이유로 북한의 해산업도 제재에서 제외시켰다.

중국의 무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은 의류 원산지 표시 위조로 미화 약 5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그러나 이러한 거래는 북한 주민의 생활 안정에 기여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북한 관료들이 이들 산업을 감독하면서 세금과 뇌물 등을 착복한 일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팬실베니아 주립대학의 조세프 토마스(Joseph M. DeThomas) 교수는 “북한이 방직 산업 수익을 핵개발에 사용했는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돈이 어디로든지 흐를 수 있다는 사실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 당국의 무역 홈페이지에 따르면 최소 원자력 관리국에서 통제하는 북한 기업 중 최소 1곳은 자수와 의류 제조 공장을 운영한다고 말했다.
중국 비호 아래 북한, 상당한 수입 얻어

오랫동안 중국은 북한이 제재로 인한 어려움에 시달리지 않도록 비호해 왔다. 김 씨 정권이 붕괴할 경우 대량의 난민이 국경으로 진입하거나 북한이 적대적으로 돌변할 상황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북한 주민들은 여전히 빈곤에 시달리며 식량 원조에 기대고 있다. 하지만 북한 경제는 오히려 성장하는 추세이다. 2000년 이래 북한은 중국의 원조 탓에 대외 무역량이 약 2배 증가했다.

이론대로라면 북한이 무역을 개방했을 때 제재 조치로 인한 제약은 심화된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반대로 제재가 제한성을 두드러지게 보여준다.

왜냐하면 중국이 유엔의 제재 조치와 관련해 북한 주민들을 빌미로 처벌 대상을 북한군과 집권 세력에만 국한시켰기 때문이다. 무역이 확대된다면 이 하한선은 모호해질 것이다.

중국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북한 간 석탄 거래로 북한이 벌어들인 수입은 미화 11억 달러에 달한다.

또한 해외로 파견된 수천만 북한 노동자들이 매년 북한 당국에 강제로 상납하는 금액만 미화 2억 5천만 달러에 이른다. 이외에도 북한은 외국에 해상 어업권을 판매하고 미화 7천여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실례로 중국 회사가 북한에 미화 수백만 달러를 지불하고 북한 해역의 어업권을 구입한 바 있다. 한국 정부 관료는 이 돈이 모두 북한군이 관리하는 기업으로 흘러간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수십 년 동안 노동자를 해외로 파견하고 대부분의 임금을 착취해왔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또 김 씨 정권이 북한 국민을 노예로 취급했으며 김정은이 정권을 잡은 뒤에는 파견 규모가 더욱 늘었다고 지적했다. 현재 세계 40여 개국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는 약 5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북한이 계획적으로 수출하고 있는 노동력은 유엔의 제재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이 북한 인력 고용 중지를 각국에 계속적으로 촉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러시아 등의 국가는 이를 무시하고 있다.

또한 미국이 북한의 고려항공사(Air Koryo)를 제재하자고 호소했지만, 중국-북한 및 중국-러시아 노선은 여전히 운항 중이다. 이로 인해 중국-북한 간의 관광 산업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단둥시에서 출발하는 평양행 기차 외에도, 평양으로 향하는 항공 노선이 신규 취항할 예정이다.

북한은 해외 프런트 컴퍼니(front companies)와 그 대리인을 통해 금융 제재를 피하고 중국의 중계 기구를 거쳐 ‘거액의 현금’을 수취하거나 지불하고 있다.
중국 비호로 제재 효과 반토막

미국 대북제재 법 집행 담당자인 다니엘 글라서(Daniel L. Glaser) 전(前) 재정부 관료는 고양이가가 쥐를 잡는 식의 놀이로는 북한에 영원히 압박을 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중국이 진정으로 북한을 압박할 전략을 제시할 때 대북 제재가 실효성을 보일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때로는 중국이 일부 제재 조치를 취하기 했지만, 최선을 다한 적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중국의 많은 유명 기업들은 고객과 투자자를 미국에서 유치하고 미국산 부품에 의존하면서, 북한과의 사업 역시 유지하고 있다.

세계적인 무역 데이터 분석 기관인 판지바(Panjiva)가 입수한 중국 세관 통계 데이터에 따르면, 2015년 중국 제2의 통신설비 생산업체인 중싱통신(中興通訊, ZTE)은 미화 약 1500만 달러에 해당하는 상품을 북한에 수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3월 미국 당국은 ZTE가 이란과 북한에 대한 제재 조치를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미화 11억 9천만 달러에 이르는 벌금을 부과했다. ZTE측이 북한에 수출한 전자제품 283건에 미국산 부품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중국 세관 통계에 따르면, 전기차와 배터리 제조업체 비야디(比亞迪·BYD)가 2012년부터 북한에 수출한 금액이 미화 1400만 달러에 달했다. 여기에는 올해 1월 수출한 고무 상품과 지난해 12월에 수출한 자동차도 포함됐다.

중국 기업의 대북 수출 상품에는 냉장고, 에어컨, TV 및 기타 전자제품뿐 아니라 칭다오(青島) 맥주도 포함되어 있었다. 세관 데이터에 따르면 2014년 여름 북한으로 수출된 맥주는 미화 약 2만 달러 상당이다.

유엔은 각국에 대북 사치품 수출을 금지했으며, 보석, 고급 자동차, 운동 기구 및 설상 오토바이 등을 포함했다. 그러나 TV, 전자제품, 가전제품 등은 제재 대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일부 선진 기술을 보유한 중국 기업도 북한과 사업 거래를 하고 있다. 중국 세관 기록에 의하면 미사일 제조업체 ‘중국북방공업공사(中國北方工業公司: NORINCO)’의 자회사는 지난해 하반기만 일곱 차례 북한에 물건을 보냈다. 대부분이 전자 및 광학 제품으로, 총 수출액은 미화 150만 달러였다.

1990년대 중국 무역관제 조사를 담당했던 매튜 브라질(Matthew Brazil) 안전고문은 중국이 기업의 제재 위반 상황을 추적하는 데 협조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운이 좋으면 3개월 뒤에 계획대로 방문을 할 수 있는지 알게 된다. 그러나 애초부터 방문 배정을 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라고 말했다.

브라질 고문은 이 같은 문제가 줄곧 이어져왔다고 밝히며, “미국 전자제품의 경우, 어떠한 관제든 이미 철저히 무너졌다고 말할 수 있다. 이 분야의 기술이 중국을 통해 손쉽게 북한으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중국의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阿里巴巴)가 운영하는 플랫폼 ‘알리 익스프레스(AliExpress)’에 포함된 운송 서비스 회사 9곳 중 6곳이 북한을 배송 가능한 목적지로 설정하고 있다.

단둥의 한 항공 운송사의 간부 리(李) 씨는 중국에서 북한으로 전자제품을 운송하는 일은 몹시 간단하다고 말했다. “뚜렷한 택(Tag)이 없고, 무게 제한만 엄수한다면 곧장 보낼 수 있다. 오히려 북한 세관이 더 까다롭다. 북한 쪽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