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앞둔 메르켈, 백신 미접종자 전국적 봉쇄에 동의

잭 필립스
2021년 12월 4일 오전 11:50 업데이트: 2021년 12월 4일 오후 10:16

퇴임을 앞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전국민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고, 미접종자의 문화·여가시설 이용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2일 후임 총리인 올라프 숄츠 지명자, 연방·지역 관리들과 긴급회의 후 이같은 미접종자 봉쇄 조치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 조치는 독일 의회 승인을 거쳐 내년 2월 발효될 예정이다.

메르켈 총리는 “우리나라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모든 연방 관리들이 추가 조치를 통해 공동대응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독일 의회 역시 백신 접종 의무화 승인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미접종자들은 생활에 필수적인 업종을 제외한 모든 시설 이용이 제한된다.

백신 접종자는 음식점, 헬스장, 영화관, 박물관 등의 입장이 자유롭지만, 미접종자는 전국적 봉쇄와 다름없는 생활을 해야 한다. 미접종자를 사실상 사회로부터 격리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백신 접종을 완료했더라도 마지막 접종 후 9개월이 경과하면 ‘비(非)접종상태’로 취급된다. 부스트샷을 맞아 접종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학교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고, 클럽과 디스코텍은 인구 10만명당 확진자가 350명을 넘어서면 문을 닫는다.

Protest against COVID-19 restrictions in Berlin
독일 베를린에서 하원이 중공 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기 위한 입법을 논의하는 가운데, 의사당 외부에서 경찰이 시위에 대비해 경계를 서고 있다. | 로이터/연합

보건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면 중증, 입원, 사망에 대한 보호력을 높일 수 있다며 접종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백신을 완전 접종하더라도 코로나19에 감염되거나 타인을 전염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접종자와 미접종자의 다중이용시설 출입을 차별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전염병 확산을 위한 적절한 대처가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백신 접종자도 여전히 바이러스 전파…미접종자 차별 정당성 논란

독일 그라이프스발트대 위생·환경의학연구소 군터 캄프(Gunter Kampf) 교수는 지난달 2일 세계적 의학저널 란셋에 실린 논문에서 백신 접종자가 여전히 바이러스 확산에 연관된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미국의 첫 번째와 두 번째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 역시 모두 백신 완전 접종자로 확인됐다.

유럽 전역에서도 매주 이어지는 백신 패스 도입 반대시위 현장에서도 “백신 접종자와 미접종자로 사회를 계급 나누기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백신 패스 제도가 중국의 ‘사회신용제도’와 비슷한 국민 통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사회신용제도는 국민 개개인에게 행동점수를 부여해, 고득점자는 혜택을 주고 저득점자는 불이익을 주는 시스템이다.

사회주의식 국민 통제를 우려하는 사람들은 백신 접종을 확대하면서 구축한 개인정보 관리시스템이 초기형태의 사회신용제도와 비슷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지난 30일 그리스 정부는 모든 60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을 백신 접종을 의무화한다고 발표했다. 내년 1월 16일까지 1차 접종 예약하지 않은 백신 미접종자에게 매달 100유로(약 13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행정부 격)는 비슷한 규정이 다른 회원국에도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우리는 생명을 살리는 백신을 가지고 있지만, 이 백신이 모든 곳에서 적절하게 사용되고 있지는 않다”며 백신 접종 의무화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