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떠나고 숄츠 새 총리 취임…독일 첫 남녀동수 내각

이진백
2021년 12월 9일 오후 5:38 업데이트: 2021년 12월 9일 오후 6:27

사민당 23년 만에 재집권
내무·외무·국방 등 주요 각료에 여성 기용
숄츠 “코로나19 확산 방지 위해 온 힘 쏟겠다” 총리실 산하 위기관리위 신설
문 대통령, SNS로 취임 축하 메시지 전해

12월 8일(현지 시간), 독일연방공화국 제9대 총리로 63세의 올라프 숄츠(Olaf Scholz) 사회민주당(SPD) 대표가 취임했다. 지난 16년 간 독일 정부를 이끌었던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 이어 중도 좌파 성향의 새로운 연방정부가 들어선 것이다. 숄츠 사민당 대표는 12월 8일, 연방 하원 재적 의원 763명 중 707명의 투표 결과, 과반 이상인 395명 찬성표(득표율 56%)를 얻었다.

표결 후 베르벨 바스(Barbel Bas) 독일 연방 하원의장이 표결 결과를 공표하며 “표결 결과를 받아들입니까?”라고 말하자 숄츠 대표는 “네 (Ich habe „Ja“ gesagt)”라고 답했다. 신임 독일 총리가 공식 결정된 순간이다.

숄츠 ‘총리 내정자’는 16명의 새로운 내각 각료들과 함께 대통령궁에서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Frank-Walter Steinmeier)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았다. 숄츠 총리는 다시 연방의회로 돌아와 취임 선서를 했다. 그는 취임 선서에서 “나의 모든 힘을 독일 민족의 안녕에 바치고 의무를 양심적으로 이행하고 모든 이들을 공정하게 대할 것을 맹세한다”고 선서했다. 이로써 1998년 사민당 출신 게르하르트 슈뢰더(Gerhard Schroder) 총리 이후 23년 만에 기독교민주연합(CDU)·기독교사회연합(CSU)의 보수 연립 정부 시대가 종식되고 중도좌파 성향의 사민당 정부가 공식 출범했다.

숄츠 총리의 새 내각은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독일 역사상 최초로 남성 8명, 여성 8명의 남녀 동수 내각을 구성했다.

지난 12월 6일 슐츠가 발표한 내각 인선에는 빨간색이 상징색인 사회민주당(SPD·사민당) 7명, 환경을 상징하는 녹색의 녹색당(German Greens Party) 5명, 노란색이 당색(黨色)인 자유민주당(FDP·자민당) 4명 등 총 16개의 장관직을 3개 정당에 고루 배분했다. 앞서 11월 24일 사민당·녹색당·자민당이 맺은 연정 협약에 따라 내각이 구성됐으며, 각 정당의 색을 따서 ‘신호등 연정(聯政)’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3개 정당의 연정도 이번이 처음이다.

숄츠 내각은 독일 역사상 처음으로 내무·외무부 수장에 모두 여성 장관을 임명했다. 숄츠 총리는 12월 6일 새 내각 인선안을 발표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여성과 남성이 독일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기 때문에 여성도 내각에서 절반의 힘을 얻어야 한다”

내무부 장관으로는 변호사 출신 낸시 패저(Nancy Faeser) 헤센주 사민당 대표가 임명됐다. 아날레나 베어보크(Annalena Charlotte Alma Baerbock) 녹색당 공동대표는 외무부 장관에 임명됐다. 여성 첫 외교 수장 자리에 오른 베어보크는 “인권과 법치를 기조로 하는 외교 정책을 펼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 의정활동 동안 위구르 족 문제 등 중국의 인권 침해 문제를 강하게 비판해왔다.

주요 각료 중 하나인 국방부 장관으로는 사민당 소속 크리스틴 람브레트(Christine Lambrecht) 법무부 장관이 발탁 됐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Ursula von der Leyen)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안네그래트 크람프-카렌바우어((Annegret Kramp-Karrenbauer) 전 국방부 장관에 이어 독일 역사상 세 번째 여성 국방부 장관이다. 숄츠 총리는 “노련함을 살려 국가의 안보를 책임질 것”이라 밝히며 “미래에는 국가 안보가 강한 여성들의 손에 달려 있을 것”이라고 람브레트 국방부 장관의 임명 배경을 밝혔다.

독일 함부르크 태생인 숄츠는 고등학생 시절인 1975년 사민당에 입당하여 정치에 첫 발을 디뎠다. 1998년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되기 전까지 노동법 전문 변호사로 일하며 사민당의 사회 민주주의 청년단체에서 활동했다. 2002년부터 2004년까지는 사민당 사무총장으로서 당시 사민당 대표이던 슈뢰더 총리를 보좌했다. 2007년 노동부 장관으로 입각했다. 이후 2011년부터 2018년까지 7년 간 독일 함부르크 시장으로 재임했다. 2018년 3월 메르켈 정부에서 부총리 겸 재무부 장관을 맡았다. 그러다 2021년 5월 9일, 96.2%의 득표율로 사민당 총리 후보로 확정됐다.

12월 8일 공식 출범한 숄츠 총리의 ‘신호등 내각’은 현재 역대 최대치로 확산하고 있는 코로나19의 4차 유행 확산 방지 업무에 역량을 집중할 전망이다. 총리 취임 당일, 숄츠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우리는 매우 어려운 과제인 코로나 위기를 해결해야 한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힘을 쏟겠다”고 썼다. 그는 총리실 산하에 ‘코로나19 위기관리위원회’를 설치하고 감염병 퇴치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2월 9일, 트위터를 통해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숄츠 총리님,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지난 10월 로마에서 만난 것을 기쁘게 생각하며, 한·독 관계 발전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를 기대합니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