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가세요” 온몸으로 덮쳐오는 불길 막으며 주민 대피시킨 소방관

이서현
2020년 01월 17일 오후 3:28 업데이트: 2022년 12월 20일 오후 5:27

정말 사명감 없이 할 수 없는 일 중 하나가 소방관이 아닐까.

위험한 순간에도 소방관들은 자신의 안위보다 다른 사람의 목숨을 위해 몸을 던진다.

지난 2017년, 불길을 온몸으로 막으며 사람들을 구한 소방관들이 있다.

봄기운이 찾아든 3월의 주말 밤, 서울 용산구 용문동 한 다가구 밀집 지역에 불이 났다.

4층짜리 주택 3층에서 시작된 불길은 순식간에 건물 전체를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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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히 대피한 주민도 있었지만 3층에 거주하던 40대 부부와 초등학생 아들 2명 그리고 4층에 거주하던 70대 남성이 빠져나오지 못했다.

아이들은 “살려주세요. 아저씨 살려주세요”라며 도움을 청했고 이를 지켜보던 주민들도 발을 동동 굴렀다.

화재 신고가 접수된 지 5분 만에 소방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했다.

다급한 상황에 소방관 5명이 불길 속으로 먼저 뛰어들었다.

4층에 있던 70대 남성을 구출해 옥상으로 대피시킨 후 3층 있던 아이들 먼저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이후, 대원들이 부부를 구조하러 들어간 순간 불길은 더 거세게 치솟았고 출구로 탈출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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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안으로 덮쳐오는 불길에 부부는 창을 통해 탈출을 시도했다.

그동안 이들이 안전하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최길수 소방대원이 몸으로 불길을 막아섰다.

그는 소방관이 된 지 두 달밖에 안된 새내기 대원으로 결혼을 3주 앞둔 예비신랑이었다.

현장을 지켜본 목격자는 “소방관분이 아기 부모님들 보호하신다고 몸을 대자로 펼쳐서 그 불길을 막으시더라고요”라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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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불길이 건물 전체를 삼키기 직전, 그는 온몸에 불이 붙은 채 창을 통해 간신히 빠져나왔다.

함께 투입됐던 김성수 소방대원도 부부가 탈출하는 동안 넘어오는 불길을 침실 매트리스로 막다 가족들이 탈출한 후 밖으로 나왔다.

연합뉴스
최길수 소방대원 | 용산소방서

당시, 최길수 대원은 떨어질 때 충격으로 허리를 다쳐 결혼식을 잠시 미뤘고 김성수 대원은 얼굴과 손에 3도 화상을 입었다.

몸을 사리지 않고 사람들을 구한 두 소방대원의 헌신에 많은 이들은 감사함과 미안함을 동시에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