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얼굴로 “공산당 퇴진” 외친 셀카영상 위챗에 올린 중국 20대 대학생 실종

리신안, 남창희
2020년 03월 31일 오후 10:53 업데이트: 2020년 04월 1일 오전 12:04

중국 메신저 위챗에 “시진핑 퇴진” “공산당 퇴진”이라고 말하는 셀카 영상을 올린 20대 중국 청년이 실종됐다.

산둥 지역 대학생 장원빈(張文斌)은 30일 오후 트위터 올린 영상에서 “나도 중공의 샤오펀훙이었다. 그런데 담장 너머 중공의 사악함을 서서히 알게 됐다”고 입을 열었다.

장원빈은 위챗 계정이 삭제되고  ‘도발’ 혐의로 경찰에 끌려가 5일간 구류를 당하기도 했다. 현재 연락 두절상태다.

그는 이어 “중공은 토지개혁, 문화대혁명, 3년 대기근, 산아제한, 천안문 학살, 파룬궁 탄압, 티베트·홍콩·신장위구르 박해 등 줄곧 전 세계를 향해 마수를 뻗어왔다. 그런데도 모두 여전히 못 본 척하고 심지어 칭송한다. 난 정말 참을 수 없다”고 직언을 쏟아냈다.

장원빈이 과거에 일원이었다고 밝힌 ‘샤오펀훙(小粉紅)’은 돈을 받고 활동하는 댓글부대 우마오당(五毛黨)과 달리, 자발적으로 중공을 극렬하게 지지하는 네티즌이다.

중공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면 벌떼처럼 몰려가 비난하고 욕설을 퍼부으며 당에 대한 충성을 애국으로 혼동하는 젊은층이다.

장원빈은 “홍콩, 대만 사람들이 공산당에 용감히 저항하는 것을 보고, 나도 목소리를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목소리를 내고 싶다. 모두 중공의 진면목을 똑똑히 보고, 함께 힘을 모아 앞에 놓인 벽을 무너뜨리자고. 공산당 퇴진(下課)”이라고 했다.

그러나 곧 “아마도 내 눈으로 직접 공산당이 망하는 날을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영상이 여러분들에게 보여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 세계에 나는 왔노라고…”라며 중공의 인터넷 감시를 염두에 둔 듯 비장한 말을 남겼다.

장원빈은 영상을 게재하며 “이 세상이 좋아질 수 있을까요? (제가 흘리는) 피로 여러분의 바른 마음을 깨울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저는 장원빈이라고 합니다. 중국의 한 학생입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이 영상은 폭발적인 조회수를 일으키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으나 곧 삭제됐다.

그러나 영상을 저장한 다른 네티즌들에 의해 트위터로 옮겨지며 국제사회로 그 울림이 확산되고 있다.

장원빈은 중공 당국의 추적을 각오하고 맨 얼굴로 카메라 앞에서 메시지를 전한 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진심을 전하기 위해서로 보인다.

영상을 접한 네티즌은 “정의롭고 용감한 젊은이다”, “울컥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감히 이 한 마디를 못했는가” “진정한 영웅”이라고 말했다.

한 네티즌은 “그대의 얼굴을 보니, 천안문 때 TV에서 ‘시위하러 간다’던 학생들이 왜가냐는 질문에 ‘우리에게는 정부를 감독할 책임이 있다’고 말하던 장면이 생각났다”며 가슴 쓰린, 벅찬 소감을 남겼다.

또 다른 네티즌은 “(영상에서) 카우보이 모자를 썼다. 미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한다는 걸 암시하는 것 같다. 힘내라, 의로운 이여”라고 응원 댓글을 남겼다.

앞서 에포크타임스(중문판)는 장문빈에 대해 익명으로 보도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온라인 인터뷰 도중 “차를 마시러 가야 한다”며 당국의 감시를 피해야 하는 상황을 우회적으로 표현했었다.

장문빈은 산둥성의 한 대학에서 프로그램을 전공하는 대학생으로 논문심사를 준비 중인 2020년 졸업예정자다.

그는 “이번 사태가 ‘공산당 퇴진’이라고 할 동기부여가 된 셈”이라며 “중공이 여전히 거짓된 교육으로 사람들을 눈멀게 하고 높은 담벼락에 가둬두고 있다는 사실을 더는 견딜 수 없다고 느꼈다”고 했다.

특히 친했던 학창시절 친구들이 중공에 깊게 세뇌된 모습은 그에게 충격과 좌절감을 안겼다.

그는 “올해 졸업예정자로 곧 취업하는데, 많은 동창이 교사직을 희망했다. 그중 고등학교 때 친했던 몇몇 친구들을 만났는데, 대화해보면 다들 중공의 샤오펀훙이 돼 있었다… 난 중공이 세뇌가 심각하다는 걸 절감했다. 지금 학생들은 깊게 다쳐있다”고 했다.

이어 “정말 정말 좋은 친구인데, 중공의 거짓선전에 완전히 넘어갔다. 선생님이 된다는데, 그렇다면 대대로 샤오펀훙들을 교육해낼 것이 아닌가”라며 비통한 심정을 드러냈다.

장문빈은 홍콩 여행이 그동안 몰랐던 진실에 눈뜨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작년 5월에 홍콩을 다녀왔다. 한 달 뒤 홍콩에서 송환법 반대 운동이 본격화됐는데…(홍콩에서) 중공이 티베트와 신장에서 저지른 범죄들을 알게 됐다.”

“티베트에도 갔었는데 인심이 순박하고 선량했다. 모두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나쁜 사람들이 아니었다.”

“대륙 매체들은 모두 쓰레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맨 얼굴을 드러낸 그의 용기가 가상하지만, 안전이 걱정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재미 중국 민주화 단체인 ‘공민역량(公民力量)’의 양젠리(楊建利) 박사는 에포크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장문빈 군의 안전이 매우 염려된다. 용감한 대학생을 모두 지켜봐 달라”고 호소했다.

베이징 사범대 출신인 양젠리 박사는 1989년 천안문 민주화 운동에 참여를 계기로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대 공공정책 대학원에서 정치경제 박사학위를 받고 중국 민주화에 투신해왔다.

양 박사는 “장문빈은 ‘시진핑 퇴진, 공산당 퇴진’이라고 했다. 잘못한 정권에 대한 퇴진 요구는 민주사회에서는 매우 정상적이다. 그러나 중공이 일당독재를 하는 중국에서는 도전이 허용되지 않아 매우 심각한 정치적 사안이 된다”며 “반란으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양 박사는 “당사자는 감옥에 갇히고 그 가족들은 큰 곤경에 빠질 수 있다. 사실 장문빈은 기본권을 행사한 것이다. 중국 헌법 제35조에서는 인민에게 언론의 자유를 보장한다. 그러나 그건 그냥 말뿐이다”라고 했다.

양 박사는 “이번 우한폐렴 사태 이후 현 정권은 사악함, 야만성, 무능함이 모두 폭로됐다”며 “이번 사태로 사람들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소리가 모여 정권이 함부로 진압할 수 없는 덩치가 되면 정치상황을 바꿀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사 리원량 사건을 겪고도 중공은 교훈을 못 얻었다. 시민기자 팡빈(方斌), 천추스(陳秋實), 리저화(李澤華)는 지금 어디 있나. 감히 목소리를 내던 런즈창(任志强), 쉬장룬(許章潤)은 어디 있나. 리원량 사건 이후 오히려 더 사람들을 억압하고 침묵시키고 있다”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