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유업이 ‘특수분유’ 만들며 20년간 ‘손해 보는 장사’ 하는 이유

이서현
2019년 11월 27일 오전 10:49 업데이트: 2022년 12월 20일 오후 5:45

최근 매일유업과 남양유업의 실적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24일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매일유업은 올해 3·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7.7%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라이벌인 남양유업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9.6%가 쪼그라들었다.

두 기업의 명암과 함께 엇갈린 행보도 눈길을 끈다.

남양유업은 지난 2013년 대리점 갑질 논란 이후 기업 이미지가 급격히 추락했다.

반면, 매일유업은 최근 한 기업평가사이트가 실시한 ‘착한 기업’ 이미지 조사에서 500대 기업 중 6번째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유튜브 채널 ‘Maeil’

이는 창업주인 故 김복용 선대 회장부터 시작된 특수분유 생산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수분유는 신생아 5만 명 중 1명꼴로 발생하는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을 앓는 환아를 위한 것이다.

이 병은 태어날 때부터 아미노산이나 지방 등 필수 영양소를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하거나 만들어지지 않는다.

유튜브 채널 ‘Maeil’

고기나 빵, 쌀 등 일반음식을 전혀 먹을 수 없는 데다 식단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심각한 부작용은 물론, 생명이 위험 할 수도 있다.

환아를 위한 특수분유 생산이 절실했지만, 시장도 좁고 예상 수익도 없다보니 대부분 기업은 관심을 두지 않았다.

유일하게 이 사업에 뛰어든 이가 김복용 회장이었다.

유튜브 채널 ‘Maeil’

그는 1999년 이 질환을 앓던 한 아이를 대학병원에서 만난 것을 계기로 특수분유 개발과 생산을 시작했다.

특수분유는 만들기가 무척이나 까다롭다고 알려졌다.

일반분유에 들어가는 50가지 원료에 20가지 수입재료가 추가로 들어간다.

또, 제품을 생산하려면 전 공정을 중단하고 오로지 이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과정에 돌입해야 한다.

제품별로 제한해야 하는 아미노산이 다르기 때문에 제품생산 설비를 세척하고 혼합하는 시간이 일반분유 생산보다 10배는 더 걸린다고.

생산량보다 판매량이 적어 폐기하는 양도 만만치 않다.

매일유업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기에 김복용 회장은 2006년 세상을 뜨면서도 특수분유 생산을 중단하지 말라는 유지를 남겼다.

이후 매일유업 수장이 된 김정완 회장은 매년 3~4억의 손해를 보면서도 이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단 한 명의 아이도 굶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김복용 회장의 신념. 특수분유는 이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제품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