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상태에 190km로 뺑소니 친 사고, 아들이 찾아낸 그 날의 숨겨진 진실 (CCTV)

황효정
2020년 09월 1일 오전 9:48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후 6:01

190km로 후방 추돌사고 후 그대로 아무 일 없다는 듯 사라진 음주 뺑소니 운전자에 조수석에 앉아있던 엄마는 사망했고 운전하던 아빠은 하반신이 마비됐다.

그러나 아들을 더욱 황망하게 한 것은 경찰의 태도였다.

지난 6월 22일, 경기 시흥시 평택 파주 고속도로 동시흥 분기점 부근에서 쏘나타 차량이 정상적으로 주행하던 스파크 차량을 빠른 속도로 들이받았다.

주변에 차 한 대 없는 한적한 고속도로 2차로에서 난 이 사고로 스파크 차는 튕겨 나가 가드레일에 부딪혔다.

스파크 운전자 A(57) 씨는 척추가 크게 다쳤고, A씨의 아내 B(56) 씨는 숨졌다.

그러나 사고를 낸 쏘나타 차량은 멈추지 않고 그대로 달려 도로를 빠져나갔다. 쏘나타 차량은 만취한 23살 운전자가 몰고 있었다.

문제는 이후 해당 사고를 대하는 경찰의 태도였다.

엄마의 장례식과 아빠의 수술로 아들 C씨가 경황이 없었던 때, 경찰은 가해자의 진술을 토대로만 사고를 처리했다.

가해자는 털끝 하나 다친 곳 없이 사고 당일 곧바로 변호사를 선임해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경찰은 블랙박스 영상도 피해자인 A씨 부부 차량은 제외하고 가해자 차량의 블랙박스만 확인한 상태였다.

블랙박스는커녕, 사고 순간이 담긴 고속도로 CCTV를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

그때까지 가해 운전자의 혐의는 단순 음주운전에 그쳤다.

유튜브 ‘한문철 TV’

아들 C씨가 직접 사고 위치를 찾아가 조사한 끝에 고속도로 CCTV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자 며칠 뒤에야 경찰은 “뺑소니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처음부터 CCTV 영상을 확보하지 않고 있다가 피해자 가족이 요청하니 그제야 확인한 것.

또 C씨가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를 통해 공개한 영상에서는 사고 후 13분이 지나서야 가해자가 차 없이 맨몸으로 현장으로 걸어오는 모습이 찍혔다.

가해자는 이같은 CCTV 영상을 보여준 뒤에도 뺑소니 혐의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전해졌다.

엄마는 세상을 떠났고, 아빠는 평생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몸이 됐다.

수술 후 움직일 수 없는 몸으로 아내의 마지막 곁도 지키지 못하고, 자식들에게는 “미안하다”는 말만 했다는 아빠.

청와대 국민청원

아들 C씨는 “왜 죄 없는 아버지가 미안해야 하고 왜 죄 없는 어머니가 돌아가셔야 하는지 너무나도 억울하고 원망스럽다”고 슬퍼했다.

“파렴치한 가해자는 물론이고, CCTV 확보도 하지 않고 가해자도 집으로 돌려보낸 경찰이 이해가 안 갑니다.

왜 피해자의 가족이 끔찍한 사고의 흔적들을 뒤져가며 조사를 요청해야 하고, 그제야 경찰에서 확인 조치가 이뤄지는 건가요?

제가 CCTV 확인 요청을 하지 않았다면 뺑소니 여부는 죽을 때까지 몰랐을 것이고 어머니의 억울한 죽음 역시 단순 교통사고로 처리됐겠죠.

가해자에게 정당한 법에 따라 처벌을 내려주시고, 미흡한 조치로 평생 뺑소니 사건이 묻히게 할 뻔한 관련자들 또한 엄중한 조사와 처벌이 내려지길 바랍니다”

아들 C씨는 해당 사건을 청와대 국민청원에 게시했고, 해당 청원은 31일 오후 6시 기준 13만 명이 동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