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득표율 58%로 재선…르펜은 패배 인정

한동훈
2022년 04월 25일 오전 10:35 업데이트: 2022년 04월 25일 오전 10:52

프랑스 차기 대통령을 결정짓는 결선 투표가 24일(현지시각) 진행된 가운데 에마뉘엘 마크롱 현 대통령이 국민연합 마린 르펜 후보를 물리치고 승리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58.55%의 득표율로  20년만에 재선에 성공한 프랑스 지도자가 됐다. 르펜 후보는 41.4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프랑스 여론조사기관들은 대선 때마다 투표소 표본조사를 통해, 주요 도시 투표가 종료되는 오후 8시가 되면 내무부의 공식 발표에 앞서 투표 결과 추정치를 발표해왔다.

마크롱 대통령이 승자로 예측된 지 몇 분 만에 르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패배를 인정하면서도 이번 선거가 자신의 정치 운동에 있어서는 여전히 승리라고 말했다.

르펜 후보는 결선투표 전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격차(10%포인트)보다 더 큰 격차로 패배했지만, 지난 대선 때보다는 격차를 크게 줄였다. 그녀는 2017년 대선에서 34%의 득표율로 66%를 얻은 마크롱에 패배했다.

르펜 후보는 이후 연설을 통해 지지자들에게 “자유의 큰 바람이 우리나라를 덮쳤을 수도 있었지만 투표함은 그렇지 않았다”면서도 이번 선거결과를 “빛나는승리”로 자평했다.

선거 전문가들은 르펜 후보가 패배하기는 했지만, 역대급 지지율을 이끌어내면서 소속 정당인 국민연합을 6월 총선에서 한층 유리한 고지에 올려놨다고 분석했다.

일부 언론은 마크롱 대통령을 중도, 르펜 후보를 우파로 분류하지만, 둘 다 신자유주의 노선을 프랑스 정치에 도입하려는 점에서 비슷한 방향성을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르펜 후보는 중공 바이러스(신종 코로나) 백신을 거부하는 프랑스인들을 몰아세운 마크롱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그를 노동자를 무시하는 엘리트주의자로 묘사해왔다. 또한 최근 치솟은 프랑스의 생활비 문제를 거론하며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르펜 후보는 연료세 대폭 인하, 식료품과 생활필수품에 대한 0% 판매세 적용, 청년 근로자를 위한 소득세 면제, 일자리·복지 분야 ‘프랑스 우선’ 정책을 약속했다. 그녀는 이러한 행보를 통해 이민자 대우에 주력하며 자국민을 소외시킨다는 비판을 받는 마크롱과 대비성을 선명히 해왔다.

마크롱 대통령은 르펜 후보와의 경쟁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프랑스 내 반러 감정을 이용했다. 마크롱은 르펜이 러시아에 대해 친밀감을 가지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문제 있어 르펜은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비난했다.

프랑스 내무부에 따르면, 이번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2차투표) 기권율은 28%로 2002년 이후 가장 높았다.

일부 유권자들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대선을 “원치 않는 후보에게 반대 투표하는 선거”라고 말했다. 프랑스 유권자 가스파드 헤르만(24)은 유로뉴스에 “이번 투표는 지지후보를 뽑는 선거가 아니라, 원치 않는 후보를 떨어뜨리는 선거”라고 말했다.

파리에서 판매원으로 일하는 휴고 윈터(26)는 로이터 통신에 “굳이 투표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나와 생각이 다른 두 후보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우리는 평행 세계에 살고 있다. 정치인은 국민을 대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마크롱 대통령은 재선이 유력해짐에 따라 정년퇴임 연령을 현행 62세에서 65세 올리는 친기업 개혁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야권의 만만치 않은 반발이 기다리고 있어, 올 6월 총선이 마크롱 집권 2기의 첫 번째 도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