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잉주 前 대만 총통 방중 환영하는 中 당국의 노림수

탕하오(唐浩)
2023년 03월 24일 오전 11:30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08

마잉주(馬英九) 전 중화민국(대만) 총통이 이달 27일부터 전·현직 중화민국 총통으로는 처음으로 중화인민공화국(중공)를 방문한다.

마잉주의 이번 방중으로 이득을 보는 자는 누구이고 상처를 입는 자는 누구일까? 중국 공산당이 마잉주를 환영하는 이면에 어떤 정치적 계산이 숨겨져 있을까?

최근 대만해협과 관련된 국제적 이슈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20일(현지시간) 2박 3일 일정으로 러시아를 방문해 21일 푸틴 대통령을 만나는 등 일정을 소화하고 있고, 마잉주 전 중화민국 총통이 27일부터 10여 일간 중국 본토를 방문할 예정이다.

1949년 양안이 분단된 이후 전·현직 중화민국 총통이 중국 본토를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필자는 마잉주를 두 번 인터뷰한 적이 있다. 당시 필자는 마잉주가 ‘명망(名望)’을 매우 중시한다는 것을 느꼈다. 따라서 마잉주가 2015년 퇴임을 앞두고 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첫 양안 정상회의 ‘시마회(習馬會·시진핑과 마잉주의 회담. 대만에서는 ‘마시회’라 부름)’를 연 것도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가 역사에 ‘이름’을 남기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이제 마잉주는 한 발 더 나아가 직접 중국 본토를 방문한다. 그는 양안 역사상 처음으로 중공을 방문하는 전 중화민국 총통으로 ‘이름’을 남길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의 본토 방문을 둘러싸고 대내외적으로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집권 여당은 ‘중국 공산당에 해서는 안 될 말’을 하지 말 것을 촉구했고, 국민당 내에서도 마잉주의 본토 방문이 내년 1월 있을 총통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마잉주의 본토 방문을 누가 가장 반기고 누가 가장 싫어할까?

물론 마잉주는 기뻐할 것이다. 자신의 뜻대로 또 하나의 ‘역사적 기록’을 세울 수 있고, 또 한물간 정치 스타가 다시 한번 양안 매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누가 기뻐할까? 물론 중국 공산당일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올해 들어 “양안은 한 가족(兩岸一家親)”이라며 ‘통일전선 카드’를 전방위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마잉주가 이 시점에 ‘대만 전 총통’ 신분으로 중국 공산당의 품에 안긴다면 중국 공산당은 당연히 기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이 진심으로 기뻐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렇다면 누가 가장 우려할까? 물론 국민당이다.

국민당은 이미 선거 문제로 대만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내년 총통 선거 여론조사 결과, 줄곧 앞서가던 국민당 후보 후유이(侯友宜) 신베이 시장이 민진당 후보 라이칭더(賴清德) 부총통에게 역전당했다. 이런 상황에서 마잉주의 본토 방문은 국민당과 공산당이 밀착관계임을 다시 한번 확인해주는 셈이어서 내년 1월에 있을 총통 선거와 입법위원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다시 중국 공산당 입장으로 돌아가 보자. 중국 공산당은 마잉주 본토 방문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다. 그 이유는 크게 3가지다.

◇‘대만이 본토에 귀속될 준비를 한다’는 분위기 조성

첫째, 중국 공산당은 ‘전 대만 총통’이란 신분을 ‘대만을 대표하는 정치 지도자’로 간주하면서 마잉주의 대륙 방문이 ‘대만을 본토에 귀속하기 위한 준비 단계’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물론 마잉주 전 총통은 ‘선영을 찾아 성묘하기 위해서’라고 본토 방문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이 당장이라도 대만을 집어삼킬 듯 여론 공격과 무력 공갈을 퍼붓는 상황에서 굳이 개인 일을 앞세워 중국을 방문할 필요가 있을까? 만약 우크라이나 전 대통령이 지금 러시아를 방문한다면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지금 중국 공산당은 이 이슈를 대대적으로 띄우고 있다. 마잉주가 중국 공산당이 주장하는 ‘양안은 한 가족’ ‘일국양제’ 등을 인정하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본토를 방문한다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중국 공산당의 2가지 의도가 숨어 있다.

하나는 대내 선전용으로 시 주석 3연임의 정당성을 내세우기 위함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 공산당이 ‘92공식(九二共識)’과 ‘일국양제’로 대만을 계속 압박하고 분열시키기 위함이다.

◇차이잉원의 방미 효과 희석

둘째, 중국 공산당은 마잉주 전 총통의 방중을 이용해 차이잉원 총통의 방미 효과를 희석하는 동시에 미국의 대만 지원 의지를 약화할 수 있다.

차이 총통은 3월 말 중남미를 순방하고 미국을 경유하면서 캐빈 매카시 하원의장을 만날 예정이다. 이 시점에 마잉주가 중국을 방문하는 것이 과연 ‘우연의 일치’일까?

중국 공산당과 마잉주가 합의했을 가능성이 크다. 차이잉원의 방미 효과를 희석하는 동시에 대만 문제에서 미국에 맞서는 중국 공산당에 명분을 주고 힘을 실어주는 상징성을 띠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의 대만 방위 의지를 약화하기 위한 전략

셋째, 중국공산당은 마잉주의 방중을 이용해 국제사회의 이목을 흐리고 대만 방위 의지를 약화할 수 있다.

현재 유럽, 호주, 일본, 한국 등이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이 대만해협 문제에서 가장 꺼리는 것은 국제사회가 적으로 돌아서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 공산당은 최근 끊임없이 양면 전술을 쓰고 있다.

한편으로는 대만 내부에 이른바 ‘미국 의심론’을 퍼뜨려 대만 국민들로 하여금 미국의 대만 방위 의지를 의심케 함으로써 저항을 포기하게 만들고, 또 한편으로는 국민당 고위층이 잇달아 중국을 방문하게 함으로써 대만 내부에서도 사실상 중국 공산당과 통일하기를 원한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전술이다.

이는 국제사회로 하여금 대만의 저항 의지를 의심하게 만들어 국제사회의 대만 방위 의지를 꺾기 위함이다.

지난해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직후 샤리옌(夏立言) 국민당 부주석이 방문단을 이끌고 본토를 방문했다. 이로써 대만 내부에 ‘반미친공(反美親共)’ 세력도 있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부각할 수 있었다.

이번에 중국 공산당은 이런 효과를 배가하기 위해 ‘전 총통’ 마잉주를 불러들인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필자는 중국 공산당과 마잉주가 원하는 상황으로 전개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국제사회는 지난 몇 년 동안 대만 문제에 관심을 가지면서 대만의 정계 상황과 민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 국민당의 친공 성향은 이미 잘 알고 있고, 마잉주가 중국 공산당에 아첨함으로써 소외돼 주류 민의를 대표하지 못한다는 점도 알고 있다.

따라서 중국 공산당이 이 마잉주 카드로 국제사회를 현혹하려는 시도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다.

마잉주도 너무 기뻐할 일이 아니다. 마잉주가 양안 역사상 처음으로 공산 중국을 방문하는 중화민국 전 총통이 되더라도 중국 공산당은 그의 ‘전 총통’ 신분을 근본적으로 부정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중국 대만사무판공실은 브리핑에서 “마잉주 선생의 방문을 환영한다”고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가 중화민국의 ‘전 총통’ 또는 ‘대만 지도자’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정치적으로 민감하기 때문에 피했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겠지만, 그 속에는 중화민국의 국격과 주권을 말살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이것은 일종의 ‘호칭 뭉개기(符號消滅)’ 수법이다. 먼저 뉴스와 문서에서 상대방의 호칭을 의도적으로 격하함으로써 그 국가의 국격과 주권까지 짓밟는 방식이다.

따라서 마잉주와 국민당은 결코 기뻐할 일이 아니다. 중국 공산당이 그들을 환영하는 것은 총체적인 위기에 직면한 시진핑 정권에 대만 통일이 시급한 당면 과제이기 때문이다. 만약 중화민국을 병탄한다면, 그 후에는 어떻게 될까? 그때도 중국 공산당이 제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들을 환대할까?

마잉주는 장징궈(蔣經國) 전 총통이 자신을 보살피고 가르침을 준 데 대해 언급하기를 좋아했다. 장징궈는 일찍이 중국 공산당에 대해 불접촉(不接觸), 불담판(不談判), 불타협(不妥協)의 ‘3불 정책’을 고수했다. 이는 그가 오랫동안 중국 공산당을 겪으면서 얻은 교훈이다. 지금 마잉주 ‘선생’은 이 ‘3불 정책’을 기억하고 있을까?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