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덮친 물폭탄에 죽은 줄 알았던 소들이 지붕에 올라간 채 발견됐습니다”

이현주
2020년 08월 10일 오후 12:17 업데이트: 2022년 12월 14일 오전 9:34

홍수로 축사가 침수되자 피난 간 소 떼들이 화제다.

전남 구례지역은 7일부터 이틀 간 380㎜의 집중호우가 쏟아지며 섬진강·서시천이 범람하며 막대한 피해가 났다.

이번 홍수로 구례 1만3000 가구 중 1182가구가 물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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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지 421㏊가 침수됐고, 소와 돼지 총 3650마리의 가축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구례에서 이번 홍수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은 양정마을이다.

이 마을에서는 이번 홍수로 인해 400여마리의 소가 폐사한 것으로 파악될 정도로 피해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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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빠진 소들 대부분을 잃었을 거라 무거운 마음으로 마을을 다시 찾은 주민들을 맞은 것은 지붕 위에 오른 소들이었다.

축사나 시설에 갇혀 차오는 물에 빠져나가지 못한 소들은 마을과 축사 주변 곳곳에 죽어있었다.

반면 겨우 축사에서 벗어나 살길을 찾던 일부 소들은 축사 지붕이나 주택 지붕을 딛고 버텨 살아남았다.

축사를 탈출한 소떼가 흙탕물 속을 헤엄치며 빠져나오고 있다./연합뉴스

일부나마 살아남은 자식 같은 소들이 축산 농민들은 반가웠지만, 더 큰 일이 눈앞에 놓였다.

지붕 위에서 소들을 끌어내릴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크레인이나 장비를 이용해 내리면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좁은 지역에 장비가 들어가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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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홍수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소들이 가만히 움직이지 않고 기다려준다는 보장도 없다.

이래저래 농가의 속만 타들어가는 상황이다.

간전면 도로에서 발견된 소 떼/SBS

이외에도 수십마리 일부 소 무리는 고지대까지 올라 생존하기도 했다.

전남 구례군 문척 해발 531m의 사성암에는 소 10여마리가 나타나기도 했고, 간전면 도로에서도 소 떼가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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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사성암에 나타난 소들은 축사가 침수되자 피할 곳을 찾다 산길을 걸어 사성암까지 오른 것으로 보인다.

한가롭게 풀을 뜯으며 얌전히 휴식을 취한 소들은 헐레벌떡 달려온 주인의 인솔로 다시 산에서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