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 생겼나? 중공에 불려간 마윈, 두달 넘게 행방불명

이윤정
2021년 01월 9일 오전 9:30 업데이트: 2021년 01월 9일 오후 12:56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이 두 달 넘게 공개 석상에 나타나지 않아 그의 행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TV쇼 ‘아프리카의 비즈니스 영웅들’ 결승전이 열렸지만, 마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프리카의 비즈니스 영웅들’은 2019년 공익사업의 일환으로 마윈이 직접 제작한 TV쇼 프로그램이다. 아프리카 청년 창업가들이 자신의 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경쟁을 벌여 최종 우승자에게 거액의 상금이 수여된다.

해당 쇼의 첫 번째 경연에서는 마윈이 심사위원을 맡았다. 그러나 결승전에서는 마윈 대신 알리바바 임원인 펑 레이가 심사위원으로 나왔다.

FT는 참가자 두 명의 말을 인용해 “지난해 11월 말 프로그램 홍보 영상에 마윈이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들 중 한 명은 “작년에 열린 대회 초반에는 마윈 앞에서 직접 사업 구상을 발표했는데 결승전에서 갑자기 심사위원이 펑 레이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은 지난 3일 “마윈이 결승전을 몇 주 앞두고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하루빨리 참가자들을 보고 싶다’고 트윗한 이후로 더는 글이 올라오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마윈은 보통 하루에도 글을 몇 개씩 올리곤 했었다.

보도에 따르면 알리바바 대변인은 마윈이 결승전 심사에 나오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일정을 조율하기 어려워서”라고 말했다.

외부에서는 마윈이 지난해 10월 24일 상하이에서 열린 와이탄 금융 서밋 연설에서 공개적으로 금융 당국을 비판한 후 불운이 이어졌다는 데 주목했다.

당시 마윈이 규제 당국에 불려가 면담한 이후 앤트그룹의 상하이·홍콩 증시 상장이 무기한 연기됐으며 앤트플랫폼의 인터넷 예금상품도 전부 판매가 중단됐다. 알리바바는 반(反)독점법 위반으로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다.

이처럼 중국 정부가 알리바바 그룹을 강하게 압박하는 가운데 2개월 남짓 마윈의 행방이 묘연해지자 일각에서는 실종설까지 나돌고 있다.

블룸버그사는 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지난해 12월 초 마윈이 당국으로부터 중국에 머물러 있으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는 마윈이 출국 금지됐다는 의미다.

중국 포털사이트 넷이즈의 지난해 12월 24일 자 보도에 따르면 “마윈에 대한 통제는 최고 지도자의 뜻이며 그도 이를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저장성 서기 위안자쥔이 세 번이나 공개적으로 시진핑에 대해 충성을 맹세하고 알리바바를 때리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는 것이다. 저장성은 알리바바의 본사가 있는 곳이다.

위안자쥔은 “반독점을 강화하고, 자본의 무질서한 확장을 막아야 한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에이킨 분교의 셰텐 교수는 “중공 내부 인사가 ‘마윈이 뒤에서 시진핑을 짐승이라고 욕한 적이 있는데 그것을 누군가 밀고했고, 시진핑이 분노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셰텐은 “중국 공산당은 지도자의 체면을 구겼다는 이유로 이런 일도 할 수 있는 정권”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훙얼다이(紅二代·혁명원로 2세)’이자 부동산 거물인 런즈창도 시진핑을 ‘벌거벗은 광대’라고 불렀다가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18년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마윈의 비판이 당 내부 권력투쟁과 얽혀있다는 해석도 있다. 시진핑이 마윈 배후에 있는 세력을 치려 한다는 것이다.

알리바바와 마윈은 장쩌민파의 주요 자금원이자 금융 무기다. 알리바바가 미국에 상장할 때 장쩌민의 손자 장쯔청은 알리바바에 4억 달러를 투자하고 1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장쯔청이 설립한 ‘보위 캐피털’은 앤트그룹에도 일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크로스로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유명 언론인 탕하오는 “중국 당국이 앤트그룹을 압박하고 알리바바에 대한 강력한 조사를 벌이는 것은 중공 파벌 간의 내부투쟁이 격화되고 있다는 것과 이미 경제전이 벌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탕하오는 “시진핑은 자금원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알리바바를 조사하지만, 실제로는 반대 세력의 자본을 약화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공 내부 인사의 말을 인용해 “마윈이 그와 베이징의 관계를 개선하고자 앤트그룹의 일부 지분을 당국에 바치겠다고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보도했다.

WSJ는 지난 5일(현지 시간) “수년 전 인민은행이 개인 신용정보회사를 만들었을 당시 앤트그룹 등 관련 기업들에 고객 신용 데이터 공유를 요청했지만 앤트그룹이 이를 거부했다”며 “중국 당국이 앤트그룹의 소비자 데이터를 노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의 시사평론가인 왕룽멍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마윈이 앤트그룹의 일부를 당에 바치려고 한 것은 팔을 잘라서 목숨을 살리는 것과 같지만 효과는 없을 것”이라며 “당국이 원하는 것은 마윈의 일부 이권이 아니라 전부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쿤밍 대학의 금융학자인 장진은 “마윈은 중공 자산의 바지사장”이라며 “그의 권력과 재산이 회수당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고 분석했다. 이어 “만일 그가 당국에 더욱 헌신하지 않으면 갈수록 더 위험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