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사려고 어렵게 약국까지 홀로 오신 시각장애 할머니를 도와드렸습니다”

김연진
2020년 03월 17일 오후 5:14 업데이트: 2022년 12월 20일 오후 4:59

앞이 보이지 않아 마스크를 구하기는커녕, 약국조차 찾아가기 어려운 할머니.

그런 할머니를 지나치지 않고 친절하게 도와준 한 중학생의 사연이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 1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시각장애 할머니가 혼자 마스크를 사러 오셨어요”라는 제목으로 감동적인 사연이 공개됐다.

사연에 따르면 작성자 A씨는 06년생으로, 월요일이었던 지난 16일에 마스크를 사러 동네 약국으로 향했다.

다행히도 A씨가 마지막이었다. A씨의 바로 뒤에 서 있던 사람들을 돌려보내는 것이 아닌가.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가까스로 마스크를 살 수 있게 됐다는 생각에 들떠 있던 A씨는 한 할머니와 만나게 됐다.

할머니는 유모차를 끌면서 A씨의 뒤에 줄을 섰다. A씨는 할머니께 “제 뒤로는 마스크 못 사요. 다른 약국에 마스크 있으니까 그쪽으로 가보세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할머니는 “시각장애가 있어서 더이상 어딜 못 간다. 혹시 모르니까 한 번 기다려보겠다”고 전했다.

할머니의 사정을 알게 된 A씨는 “제가 여기서 마스크 사고 나면, 다른 약국까지 같이 가드릴게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라고 말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다행히도 다른 시민분들이 마스크를 양보해주는 덕분에 A씨와 할머니 모두 마스크를 구할 수 있었다.

할머니는 A씨에게 “여기서 10년을 살아서, 앞이 안 보여도 대충 길을 외워서 다닌다. 근데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무시하고, 손도 잡지 못해 요즘 많이 어렵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할머니는 친절하게 도와준 A씨에게 “너무 고맙다”고 한참을 말씀하셨다.

그런 할머니 앞에서 A씨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아파 눈물을 흘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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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집까지 모셔다드리고 싶었는데, 자꾸 눈물이 나서 힘들었다. 할머니께 ‘다음주 월요일에는 8시에 만나서 같이 마스크 사러 가요’라고 말씀드리고, 건물 계단에 숨어 한참을 울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다들 힘드실 텐데, 이럴 때일수록 서로 돕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주변에 힘든 분들 계시면, 주저하지 말고 꼭 돕고 살아요”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