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대국 분위기 실종…리커창 총리 “허리띠 졸라매자” 강조

한동훈
2020년 07월 29일 오전 9:24 업데이트: 2020년 07월 29일 오전 11:24

중국 경제의 안살림을 맡은 중화인민공화국(중공) 국무원 리커창 총리가 또한번 ‘허리띠 졸라매야 하는 나날’(過緊日子)을 언급했다.

리커창 총리는 지난 23일 국무원 청렴업무회의에서 각 정부 부처 당국자들이 모인 가운데 재정지출 감축을 당부하며 이같은 표현을 사용했다.

지난 5월 정부 업무 보고에서 “올해 중앙정부는 급하지 않은 재정지출을 50% 이상 축소하고, 지방정부도 예산을 긴축해야 한다”며 “허리띠 졸라매야 하는 나날을 보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경기 하락과 정부 재정난을 인정하면서 각 당국자들에게 절약의 습관화를 강조하기 위한 표현이었다.

‘허리띠 졸라매야 하는 나날’은 최근 중공 관료들의 연설문이나 중공 언론에서 자주 등장한다.

이달 중공 관영 신화통신은 ‘인색하다(摳)는 단어 독해법’ ‘인색한 사람’(鐵公雞), ‘철주판’(鐵算盤·계산이 철저한 사람) 등 절약을 강조하는 기사를 연속으로 게재했다.

전염병(중공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전까지만 해도 미국을 추월해 세계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겠다던 사회 분위기가 실종됐다.

정부 재정수입도 감소했다. 지난 26일 재정수입 발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정부재정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했고, 전국 세수는 11.3%, 비과세 수입은 8% 줄었다.

상반기 지방정부 수입도 전년 동기 대비 7.9% 감소했고, 전체 31개 성 가운데 26개 성이 적자를 기록했다.

재정수입 감소는 전염병이 가장 처음 창궐했던 후베이성이 전년 동기 대비 38.44% 급감해 1위를 기록했고, 관광업 중심의 남부 하이난성, 농업 의존도가 높은 동북부 헤이룽장성이 20% 이상 하락하며 그 뒤를 이었다.

하이난성의 상반기 재정적자는 3천753억 위안(약 64조원)이었고 윈난성, 후베이성, 허베이성, 안후이성, 광시성도 모두 2천억 위안(약 34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중공 당국이 발표하는 통계수치의 낮은 신뢰성을 고려하면 실제 감소 폭은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무역업이 발달한 광둥성에서도 수출기업들이 주문급감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중국 최대규모 공장이 위치한 광둥성 둥관시에서는 시가 운영하던 유명 완구회사 둥관 판다가 28년만에 문을 닫았고, 다른 기업들도 직원들을 무급 휴가로 떠나보내거나 이직을 권유하고 있다.

설비를 팔아치우거나 폐업하는 업체가 속출하면서 방치된 공장이 속출하고 있다. 이달 6~7일 남서부 구이저우성의 수해 지역을 시찰한 리커창 총리는 당시 “오는 길에 도로변에 방치된 공장이 많이 보인다”는 소감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중앙정부의 “허리띠를 졸라매자”라는 외침과 달리 일선기관에서는 주민 감시와 통제에 예산을 우선 배정하도록 하는 이중적 모습도 포착됐다.

최근 에포크타임스(중국어판)에서 단독 입수한 지난 5월 20일자 허베이성 바오딩시 내부문서에는 “공안기관의 경비를 정해진 금액만큼 확보하라”며 지역별로 1인당 연간 비용을 3만위안(500만원)~5만 위안(800만원)씩 책정하도록 한 사실이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