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스캔들’ 벗어난 트럼프, 미·중·러 관계 변화 예고

샤샤오창(夏小強)
2019년 04월 5일 오후 2:17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20

3월 24일, 윌리엄 바 미 법무장관(미국 검찰총장 역임)은 러시아 스캔들 수사 보고서를 정리한 4쪽짜리 요약본을 의회에 보냈다. 그는 요약본에서 “트럼프나 트럼프 캠프가 2016년 러시아와 ‘공모’해 대선에 영향을 준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했다.

3월 22일,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담당했던 로버트 뮬러 특검이 수사보고서를 법무장관에게 전달하면서, 22개월에 걸친 수사가 끝이 났다. 이로써 트럼프를 2년간 옭아맸던 족쇄가 풀렸다.

트럼프가 ‘러시아 스캔들’에서 벗어난 후, 그가 러시아와의 관계를 개선하는 한편, 중국과의 무역 협상에는 더욱더 강경하게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미국·중국·러시아 세 강대국 간의 관계에 미묘한 변화가 일어나고, 더 나아가 향후 국제정세의 향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미·중 관계

트럼프 취임 이후, 특히 2018년 3월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된 이후부터 미·중 관계는 오바마 정부 시절의 ‘전략적 협력’ 관계에서 ‘전략적 대결’ 관계로 완전히 바뀌었다.

트럼프 정부는 정치, 경제, 군사, 외교 등 모든 면에서 중국을 제재하기 시작했고, 경제와 문화 방면에서 미국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적색 침투와 관련해 반격 조치를 취했다. 트럼프의 인도·태평양 전략, 미국과 동맹국 간의 관계 강화, 남중국해 분쟁 개입과 대만과의 관계 격상 등이 모두 중국에 대한 제재에 해당된다.

중국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강경 조치는 미·중 관계를 대결 기조(基調)로 몰고 갔고, 미·중 무역전쟁의 충격에 휩싸인 중국 공산당의 정권 안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중·러 관계

현재 중국과 러시아의 진짜 관계는 중국 공산당 관영언론의 보도처럼 그렇게 사이가 좋거나 우호적이지 않다.

최근 러시아의 수십 개 도시에서는 중국이 바이칼호 인근에 생수 공장을 짓는 데 대한 항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으며, 러시아 공산당조차도 이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노동자 유입에 대한 오를로프 지역의 항의와 중국 회사의 삼림자원 벌채에 대한 시베리아 사람들의 항의를 포함해 반중(反中) 시위가 많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규모가 크고 정치인과 유명 인사가 많이 동참한 시위는 바이칼호 시위다.

앞서 뉴욕타임스는 ‘소리 없는 힘겨루기’라는 제하의 칼럼에서 중·러 관계의 현주소를 심층 분석했다. 이 칼럼에 따르면, 중국은 인구가 적은 시베리아에 대규모 토목공사를 진행했고, 이는 현지인의 경각심과 불만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중앙아시아와 동유럽 같은 전통적인 ‘세력권’에서의 러시아의 입지를 빈번히 약화했다. 뉴욕타임스는 칼럼에서 “중국의 더 큰 목표는 유라시아 대륙 지배로, 이는 러시아의 위상을 낮춰 이류 대국으로 만들겠다는 뜻”이라고 밝히며, “이러한 지정학적 정치 현실은 중국과 러시아가 일시적 이익에 의해 맺어진 동맹일 뿐임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칼럼에서는 “서방과 긴장 관계에 있는 러시아는 중국과는 어느 정도 전략적 동맹 관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러시아 발전을 위해 중국이 투자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결국 중국의 돈과 노동자가 유입됐지만, 러시아를 발전시키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부패하고 환경을 파괴하면서 최종적으로 탐관오리만 이익을 얻는 중국 모델의 효과가 러시아에서 똑같이 나타났다. 러시아는 지난날을 반성하게 됐다. 중국은 러시아의 발전에 실익은 주지 않고 약탈만 한 것이다.

언론은 러시아 중앙은행의 통계를 인용해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직접투자가 4분기 연속 감소했다고 전했다. 또한 2018년 상반기 중국 투자자들은 러시아 실물경제에서 10억 달러(약 1조1366억 원) 이상을 빼갔다. 서방 제재 후 중국의 자본과 투자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러시아의 기대가 빗나간 것이다. 러시아는 구소련 때와 마찬가지로 중국에 경계심을 갖고 있기에 결코 중국에 자신들의 선진기술을 넘겨주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양측 모두 서로에게 어느 정도 적대감과 불신을 갖고 있다.

지정학적으로 중앙아시아와 벨라루시에 대한 영향력을 둘러싸고 중국과 충돌하고 있는 러시아는 베트남과 인도와 손잡고 중국을 포위하는 ‘러시아-베트남-인도 군사동맹 삼각지대’ 구축을 주장해 왔다.

중국이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러시아의 도발을 묵인해줬는데도 중국과 베트남 간의 남중국해 문제에 있어서 러시아는 공개적으로 베트남의 주장을 지지하고 있다. 2010년부터 베트남의 깜라인만(Cam Ranh Bay)을 면밀히 조사한 러시아는 그곳을 중국을 포위하는 군사기지로 사용하려 하고 있다.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중국과 베트남의 갈등이 계속해서 심화하자,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베트남과 싱가포르에 군사기지를 구축하는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중국 공산당은 우크라이나 문제를 묵인했지만, 그것으로는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연대해 중국을 포위하려는 러시아의 일관된 정책을 잠재우지 못했다.

중국과 인도 국경 문제에서도 러시아는 인도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중·러 관계의 본질은 양측 모두 ‘상호 이용’이다. 따라서 현재 양측의 갈등과 분열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의 미·러 관계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은 끝났으며, 미국 전략의 중심은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이른바 전략적 동맹국들을 상대로 한 강대국 경쟁 구도로 회귀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최근 미국 정부가 공개한 보고서나 안보‧군사‧정보 기관의 수장이 의회에서 보고할 경우, 거의 모두 러시아와 중국을 함께 언급하고 있으며, 이 두 나라를 향후 미국의 가장 큰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지난해, 댄 코츠(Dan Coats) 미 국가정보국장과 지나 하스펠(Gina Haspel) 중앙정보국장을 비롯한 미국 6대 주요 정보기관 책임자는 미 의회 상원 정보특별위원회가 연 청문회에 참석해 미국이 현재 직면한 다양한 위협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다음은 보고 내용의 일부다.

“중·러 관계가 미국에 점점 더 큰 국가안보 위협이 되고 있는데, 이는 두 나라 모두 민주제도를 파괴하고 군사적 우위를 구축하려 하기 때문이다. 또한 워싱턴의 정보기관은 미국은 미국 기술을 훔치고 미국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베이징과 모스크바의 점점 더 공격적인 전략에 직면해 있다.”

3월 27일, 미 의회 하원은 미 국무부의 외교정책전략 및 2020 회계연도 예산 상황에 대한 청문회를 두 차례 열었는데, 여기에 마이크 폼페이오(Mike Pompeo) 미 국무장관이 증인으로 참석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예산 청구와 관련해 “이 예산 청구는 우리 국무부가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의 외교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먼저 우리는 중국과 러시아가 새로운 강대국 간 경쟁의 시대에서 전략적 우위를 차지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했다.

미·러 관계는 러시아 독립 이후 불안정해졌으며, 미국은 러시아를 적으로 간주하고 러시아를 제재해왔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러시아와 미국은 끊임없이 맞서고 있다. 트럼프는 취임 후 국내 정치의 압박으로 인해 대선 때의 미·러 관계 개선에 대한 바람을 이루지 못했고, 오히려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더욱 강화했다.

현재 미국과 러시아는 베네수엘라 사태에서도 대치하고 있다.

수십 명의 군인과 장비를 싣고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 도착한 러시아 항공기에 대해 미국이 비난하고 나섰다. 3월 25일, 폼페이오 장관은 세르게이 라브로프(Sergey Viktorovich Lavrov) 러 외무장관과의 전화 통화에서, 러시아가 니콜라스 마두로(Nicolas Maduro)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지지하는 데 대해 워싱턴은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존 볼턴(John Robert Bolton)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도 “미국은 서반구의 민주, 안보, 법률제도에 대한 외국의 군사적 개입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베네수엘라 군대는 국민의 편에 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정부는 베네수엘라 야당 지도자인 후안 과이도를 베네수엘라의 합법적인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마두로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오랜 동맹국인 러시아는 베네수엘라에 수십억 달러를 빌려줬다는 이유를 내세워 “이는 미국의 간섭이며, 미국이 사회주의 정부를 전복하려는 쿠데타를 지지하고 있다”며 미국을 비난하고 있다. 크렘린궁은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대통령을 지지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러시아 스캔들’의 제약에서 벗어난 뒤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 가능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러시아 역사와 현실 간의 모순을 포함해, 현재의 위기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해소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다.

러시아에 대한 예언

2009년, 미국의 유명한 군사정치전문가인 조지 프리드먼 스트랫포 회장의 저서 <100년 후(The next 100 years)>가 미국, 일본, 한국에서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 책에서 프리드먼은 향후 100년간의 세계 정치 구도와 앞으로 일어날 중대한 변화를 지정학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예측했다. 그는 21세기는 미국의 세기가 될 것이며, 미국은 이슬람 알카에다를 상대로 한 대테러전쟁을 끝낸 후 강력한 경제, 군사, 정치 그리고 지리적 이점을 이용해 100년간 세계에 군림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한 “2020년 이후 머지않아 러시아는 다시 무너질 것”이라고 예언했다. 이와 관련한 그의 분석을 인용한다.

“유럽 동부에 위치한 러시아는 여러 차례 유럽 국가들과 부딪쳤다. 하나로 통합됐던 러시아가 냉전에서 살아남은 것 또한 유럽인들에게는 잠재적으로 큰 도전이다. 냉전 이후 미국이 러시아에 치명타를 안겨주지 못한 점을 고려하면, 머지않아 러시아가 다시 위풍을 떨칠 때 지정학적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다. 러시아는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군비를 투입해 군사력을 강화하고, 미국의 침략으로부터 자국을 보호할 완충지대를 만들어야 한다. 북유럽 평원에 깊은 완충지대를 만들고, 그들 이웃 국가를 분리하고 조종함으로써 유럽에 새로운 지역 균형을 수립하는 것이 러시아가 계획하는 거창한 전략 중 하나다. 미국의 세력을 감안하면 러시아는 미국을 직접 공격할 수 없고, 미국 또한 러시아를 자극해 화를 돋우는 모험을 하진 않을 것이다. 오히려 러시아는 유럽 지역이나 세계 다른 나라들의 실무상에서 미국에 압력을 넣으려 할 것이다. 러시아의 기본 전략은 나토(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북대서양 조약기구)를 와해하고 동유럽 국가들을 고립시키는 것이다. 주변 국가에 대한 쟁탈전이 가열되면서 미·러 간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은 냉전시대에 비해 훨씬 적은 힘으로 러시아를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2020년 이후 머지않아 러시아는 다시 무너질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우크라이나는 유럽과 미국 진영에 영입되면서 군사적으로 더는 러시아의 지배를 받지 않게 됐다. 또한 미국과 나토의 강력한 군사적 지원 아래 오히려 러시아에 위협이 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이탈함으로써 러시아는 중요한 군사적 완충지대를 잃어버린 꼴이 됐다.

세계정세의 발전은 나름대로 역사적 법칙이 있으며, 러시아의 2020년 붕괴 여부는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현시점에서 서방 자유사회 진영으로부터 고립되고 있는 러시아는 경제·정치·군사적 압박과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미 러시아의 쇠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선택의 기로에 선 러시아

트럼프가 러시아 스캔들 수사의 그늘에서 벗어나면서 러시아에 모처럼의 기회가 찾아왔다. 트럼프는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부터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계속해서 호의를 보내며 러시아와의 관계를 개선하려 했다. 또한 현재 트럼프 측은 이전의 제약이 사라졌다.

미국이 러시아와 중국 공산당을 동일 선상에 놓은 데는 러시아와 중국의 군사 협력 관계, 미국 대선 개입 의혹, 크림반도 문제 및 냉전시대의 적이었다는 점과 같은 역사적 이유가 크다. 현재 미국은 중국 공산당을 가장 큰 전략적 경쟁자로 보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이 현재 수십 년 전의 ‘연화제아(聯華制俄·중국과 연합해 러시아를 제압)’에서 ‘연아제화(聯俄制華·러시아와 연합해 중국을 제압)’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가 정말로 ‘연아제화’를 실현할 수 있을지 여부는 사실 여전히 푸틴 정부의 선택에 달려있다.

러시아는 사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와 비슷한 종교문화와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또한 러시아 민족은 지난 세기 공산주의 운동과 정권에 시달렸으며, 공산주의가 민족에게 가져온 재앙을 아주 잘 알고 있다. 만약 푸틴 정부가 역사적 흐름과 보편적 가치에 순응하고 중국 공산당 정권을 멀리하면서 서방세계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등 변화를 택한다면, 러시아는 프리드먼의 러시아 붕괴 예언을 깨고 밝은 전기(轉機)를 맞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트럼프가 러시아 스캔들에서 벗어나면서 미·중·러 세 강대국 간의 관계에 변화가 예상된다. 전반적인 추세를 보면, 러시아와 미국, 유럽의 관계는 점차 완화되는 반면, 러시아와 중국은 점점 긴장 관계가 악화되다가 결국 대립으로 치달으면서 중국이 더욱 고립될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