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산 원유, ‘뒷문’ 통해 여전히 유럽에 팔려” 블룸버그

하석원
2022년 04월 11일 오후 3:39 업데이트: 2022년 04월 11일 오후 3:39

유럽의 정유회사인 쉘(Shell)이 유럽의 러시아 제재를 우회해 러시아산 원유를 유럽에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쉘이 러시아산 원유 49.99%와 다른 곳에서 구입한 원유 50.01%를 섞어 원산지를 라트비아로 표기해 유럽에서 판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유럽은 러시아 비난 여론이 대세다. 유럽인들은 유럽의 돈이 푸틴의 전쟁 자금으로 흘러들어가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사나운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현실은 그 반대다. 여전히 러시아산 원유를 제값 주고 수입하는 실정이다.

블룸버그는 유럽이 러시아산 석유·석탄·천연가스 구매를 금지했지만, 실제로는 어떠한 제약 규정도 없어 쉘이 판매하는 혼합유가 완전히 합법적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쉘이 유럽인들의 비난 여론을 피하기 위해 혼합유를 판매할 뿐, 러시아산 원유 100% 그대로 팔더라도 아무런 처벌이나 불이익을 받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를 돕겠다고 발표한 쉘이 러시아산 원유를 라트비아산으로 둔갑해 판매하는 것은 이중적이다. 그러나 유럽의 러시아 제재가 그만큼 실효성이 없다는 방증으로도 이해된다.

유럽이 러시아 경제제재를 발표한 직후부터, 제재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유럽 각국이 그린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면서 러시아산 석유·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왔기 때문이다. 러시아산 농산물도 유럽의 주요한 식량 자원이다.

물론, 러시아 제재를 충실하게 이행하는 정유업체들도 있다. 프랑스의 석유회사 토탈에너지는 제품의 전부 혹은 일부에 러시아산을 포함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약관을 변경했다. 스페인의 렙솔 역시 러시아산 원유를 금지하도록 규정을 변경했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여전히 헛점이 있다”며 상당수 무역업체들은 EU의 제재를 받지 않고 얼마든지 러시아산 석유를 거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러한 거래가 가능한 이유에 대해, 기업들이 이익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유럽 각국도 계속 저렴한 비용으로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아무리 제재를 강화하더라도 뒷문(backdoor)을 통한 거래는 계속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