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로, 작품에 신성함을 담아낸 르네상스 거장

류시화
2023년 04월 4일 오후 10:13 업데이트: 2024년 01월 19일 오후 5:27

레오나르도, 미켈란젤로와 예술의 황금기 열어
작품 감상자의 선량한 본성 깨우는 ‘선한 영향력’

세상이 어둠에 덮인 듯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 암흑 속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막막할 때, 우리는 그 해답을 ‘전통 예술’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예술의 궁극적인 역할은 우리에게 선하고 진실하면서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 방향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전통 예술에서 영감을 얻어 우리의 본성에 있는 선천적인 선함을 깨울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 ‘라파엘로 산치오’의 작품들이 그러한 역할을 하는 전통 예술의 표본입니다. 그가 사망한 지 500년이 지난 지금, 그의 작품은 그 어느 때보다도 큰 의미를 지닙니다.

라파엘로는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함께 르네상스 시대의 가장 위대한 예술가로 불립니다. 특히 라파엘로의 이상주의는 종교적인 의미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선한 마음을 갖도록 하는 것에 지향점을 뒀습니다.

라파엘로는 예술을 공부할 때 레오나르도와 미켈란젤로의 작품에서 영향을 받았습니다. 각기 다른 방법으로 예술적 재능을 펼친 두 천재에게서 라파엘로는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과학자’ 레오나르도, ‘감성 거장’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는 예술에 접근할 때 과학자의 시선으로 다가갔습니다. 그는 자연을 관찰하고 주관성을 억제해 수학적으로 계산된 것을 예술로 표현해냈습니다.
반면, 미켈란젤로는 매우 주관적인 시각으로 자기 경험과 삶에서 깨닫고 느낀 문제와 감정을 예술로 표현해냈습니다.

라파엘로는 동료이자 대선배인 두 예술가에게서 예술을 표현하는 방식과 기술뿐만 아니라, 심리학에 대해 연구하는 레오나르도의 학문적인 면과 감정을 깊이 들여다보는 미켈란젤로의 방식을 배웠습니다.

라파엘로는 이들의 장점과 독특한 시각을 자신의 것으로 완벽하게 흡수했습니다.

라파엘로 이름 알린 ‘가바의 성모’ 비밀은?

라파엘로는 바티칸 궁전 벽에 그린 ‘아테네 학당’과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를 그린 ‘가바의 성모’를 통해 이탈리아 전역에 이름을 알렸습니다.

‘가바의 성모’에는 마리아와 아기 예수, 그리고 유아기의 성 베드로가 그려져 있습니다. 붉은 뺨의 어린 성 베드로는 아기 예수에게 미래 수난의 상징인 ‘카네이션’을 건네고 있습니다.

라파엘로는 이 작품에서 감정적이면서도 많은 의미를 담은 장면을 묘사했습니다. 그림 속 마리아와 아기 예수는 온화하면서 평화로운 모습입니다. 이 아름다운 작품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기독교적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그림 속 아기 예수는 나이를 넘어선 현자의 기운을 풍깁니다. 예수는 그를 감싸 안은 마리아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몸을 일으킵니다. 그리고 성 베드로와는 대비되게 몸에 아무것도 걸치고 있지 않습니다. 이는 그가 지상에 내려와 하느님의 가르침을 전파하는 것 외에는 세상에 바라는 것도, 필요한 것도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라파엘로의 ‘가바의 성모’는 종교적인 장면을 그려낸 작품이지만 그것을 초월한 은총과 영적이고 신성한 것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어머니와 아들의 인간적인 장면을 묘사했지만, 그들의 머리 위 링 모양의 후광이 인간계를 벗어난 신성한 장면임을 일러줍니다.

두 거장의 장점 흡수해 자신만의 길을 걷다

라파엘로는 그림을 그릴 때 감정을 과장해 표현하지 않았습니다. 작품 속 인물들은 절제된 표정과 몸짓으로 저마다 처한 상황과 태도, 신념을 드러냅니다. 이는 레오나르도가 수학적으로 계산된 개념과 형태를 예술로 묘사했던 것에서 착안한 것으로 보입니다.

동시에 라파엘로는 주관적인 점을 감정적으로 묘사했던 미켈란젤로에게서 감정을 작품에 어떻게 녹여내야 ‘예술의 궁극적 역할’을 수행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지를 배웠습니다. 극도로 절제된 감정이지만, 그 감정이 마음속 어떤 부분에 울림을 주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선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를 배웠습니다.

라파엘로의 작품은 우리가 어떤 사람과 어떤 가치를 최고로 여기고, 열망해야 하는지를 상기시켜줍니다.

‘아테네 학당’ 속에 묘사된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외의 많은 예술가, 철학자들을 보며 우리는 세속적 가치만 좇을 것이 아니라, 순수한 아름다움, 지식, 도덕적 가치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는 ‘가바의 성모’ 속 인자한 미소의 마리아와 나이를 초월한 아기 예수의 모습을 마주할 때 신성함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상기합니다. 그리고 아름다움에 감화된 우리의 본성 속 선한 마음이 가지를 뻗고 꽃을 피우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