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끓이려다 불길 번지자 10살 형은 동생부터 이불로 감쌌다

이서현
2020년 09월 18일 오후 2:23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후 5:47

엄마가 없는 집에서 초등학생 형제가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난 화재로 중상을 입었다.

10살 형은 불이 나자 8살 동생부터 이불로 감싸 보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형제의 엄마는 화재 전날부터 집을 비운 것으로 파악돼 수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18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14일 오전 11시 10분께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의 한 빌라 2층에서 발생한 화재로 초등생 A(10)군과 B(8)군 형제가 중화상을 입었다.

화재 현장 | 인천 미추홀소방서

부엌에 불이 나자 형제는 집을 비운 어머니 C(30)씨에게 가장 먼저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가 되지 않았다.

이후 119에 전화를 걸었고, 긴박한 상황에 “살려주세요…”라는 말만 남긴 채 전화를 끊었다.

출동한 소방대는 10여 분 만에 불을 껐으나 두 아이는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로 발견됐다.

빌라 물청소 작업 중 떠밀려온 것으로 추정되는 즉석식품 용기 | 연합뉴스

침대 위에 있던 A군은 상반신에 3도 중화상을 입는 등 전신의 40%에 화상을 입었다.

침대와 맞닿은 책상 아래 좋은 공간에 이불로 막혀 있었던 동생 B군은 다리 등에 화상을 입었다.

소방관계자는 형인 A군이 동생 B군을 책상으로 피하게 한 후 이불로 막고, 자신은 연기를 피해 텐트 속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했다.

엄마 C씨는 화재 발생 이후 10∼20분가량이 흐른 뒤 현장에 도착했으며, 곧바로 형제가 이송된 병원으로 이동했다.

화재 당시 어디 있었냐는 경찰관의 물음에 C씨는 “지인을 만나고 있었다. 어제 집에서 나갔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앞서 C씨는 2018년과 지난해에도 형제를 자주 방치해 주변 이웃들이 3차례나 경찰에 신고한 적이 있다.

특히 주의력 결핍 과다행동 장애(ADHD)를 앓는 A군을 때려 신체적 학대 및 방임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아동보호 전문 기관은 지난 5월 법원에 엄마 C씨와 형제를 격리해 보호하는 명령을 내려달라고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달 27일 격리보다는 심리상담이 바람직하다며 상담 위탁 보호 처분 판결을 내렸다.

연합뉴스

비대면 수업을 하는 기간에도 학교 돌봄교실을 이용할 수도 있었지만, C씨가 한 번도 신청하지 않아 이용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C씨가 오랜 시간 집을 비운 사이 화재가 발생해 아이들이 크게 다친 점을 고려해 방임 혐의 수사에 착수할지 검토하고 있다.

현재 A군 형제는 서울 한 병원 내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전신의 40%에 3도 화상을 입은 A군은 위중한 상태이며 동생 B군은 상태가 다소 호전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