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바닥 드러낸 장강…공산당 매체들 “아름다운 광경”

한동훈
2021년 02월 11일 오전 10:14 업데이트: 2021년 02월 11일 오전 11:07

지난달 중순, 중국 중동부 호북성(湖北省・후베이성)에서는 장강(長江) 일부 구간에서는 강물이 말라 강바닥이 드러났다.

강물이 마른 곳은 ‘우한폐렴’으로 불리는 중공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발원지인 무한(武漢・우한)시 관통 구간이었다.

강이 바닥을 드러냈는데, 중국 공산당(중공) 매체들은 이를 오히려 “아름다운 경관”이라며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장강일보(長江日報)는 이를 “모래바닥이 끝없이 이어지는 아름다운 느낌을 준다”며 미사여구 한껏 붙여 보도했다.

보도에 현혹된 무한 시민들은 앞을 다퉈 이 광경을 보기 위해 강으로 나와 사진을 찍으며 ‘절경’을 만끽했다.

중공 매체는 여러 가지 원칙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나쁜 일도 좋은 일로 보도하라”이다.

모순된 것을 끝까지 우겨 남을 속이거나 ‘사실’로 만든다는 뜻의 ‘지록위마’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이 고사성어에는 윗사람을 농락해 권세를 마음대로 휘두른다는 뜻도 있다. 일반적인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음을 생각한다면, 중공 매체에 의해 기만당하는 중국인들의 처참한 현실과도 잘 어울린다.

인터넷에 영상이 올라오고 또 중공 매체들이 앞다퉈 ‘신기한 장면’이라고 떠들썩하게 보도하자 현장을 찾은 시민들도 흉측한 강바닥을 보면서 기뻐했다.

현장을 촬영한 영상에서 많은 무한 시민들은 “무한에서 이렇게 오래 살았지만 이렇게 넓게 강바닥이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라고 감격해했다.

강물이 마른 이유에 대해 수리공학 전문가 왕유락(王維洛·왕웨이뤄) 박사는 “장강이 바닥을 드러난 것은 갈수기에 장강 상류 댐에서 물을 저장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독일에서 활동하는 왕 박사는 10여년 이상 삼협(三峽·싼샤)댐과 장강을 비롯해 중국의 수리환경과 정책을 연구해온 이 분야 전문가다.

중국 외부에 머물고 있기에 오히려 자유롭게 독립적으로 연구할 수 있었던 왕박사는 “현재 장강 한구(漢口·한커우) 지역의 수위는 14.68미터로 작년 같은 기간의 절반에 불과하며 이는 갈수기의 수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장강은 지난해 비슷한 시기에도 바닥을 드러냈다.

지난해 1월 무한이 중공 바이러스 확산으로 전면 봉쇄되기 직전, 장강은 물이 말라 앙상한 바닥을 드러냈다.

당시 중공 매체들은 다수의 사진 보도를 내며 드러난 강바닥을 “아름다운 풍경”이라고 선전하면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철저히 입단속을 했다.

그러면서 강바닥이 드러난 이유에 대해 “2019년 여름에 강수량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2020년 여름, 중국에서는 한달 이상 지속되는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엄청난 물난리를 겪었다.

그런데도 올해 또 강바닥이 드러났다. 중공 매체도 홍수를 의식해서인지 올해 물이 마른 이유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 18일 중국 후베이성 싼샤댐이 일부 수문을 열어 물을 방류하고 있다. | 호북성/신화=연합

왕 박사는 “재작년 여름 강수량이 부족해 작년에 강바닥이 드러났다는 중공 매체의 설명은 거짓이다. 장강 수위는 상류에 있는 삼협댐에서 통제하는데, 무한의 강이 마른 것은 삼협댐 수위가 너무 낮기 때문”이라고 했다.

왕 박사는 “삼협댐의 수위가 낮은 건 더 상류에 있는 중경(重慶·충칭) 상류 댐의 방수량이 너무 적기 때문인데, 장강의 댐들은 홍수 예방이 주 기능이 아니라 전력수요가 최우선이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했다.

중공 당국은 매년 발생하던 장강 유역의 홍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며 삼협댐 건설을 대대적인 업적으로 보도했었다.

그러나 작년 여름, 중국에는 수십년 만에 최악의 홍수가 덮치면서 삼협댐은 아무런 수재 예방 기능도 하지 못함이 입증됐다.

왕 박사는 “중국의 댐은 홍수 때 물을 저장하고 건조기 때 방류하는 방식으로 운영하지 않는다. 정반대로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 당국은 전력생산을 위해 물을 가두고 있다. 이 바람에 무한에서 강바닥이 드러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