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지 끊으려던 경찰이 갑자기 차에서 내려 얘기 좀 하자고 했습니다”

박민주 기자
2019년 09월 13일 오전 10:15 업데이트: 2022년 12월 20일 오후 6:21

미국인 라본테 델(Lavonte Dell·당시 29세)는 운전 중 백미러를 통해 사이렌을 켠 경찰차가 뒤따르는 것을 보고 가슴이 흠칫했다.

미시건주 웨스트랜드의 한 도로를 달리던 그는 “자동차 창문 선팅 때문에 딱지(범칙금스티커) 떼겠구나 싶었다. 날아들 범칙금 고지서가 눈앞에 선했다”고 폭스TV와 인터뷰에서 말했다.

경찰은 그에게 차에서 내려 얘기 좀 하자고 했다. 그는 “(차에서 내리자는 지시에) 좋은 일이 아닌 게 확실했다. 겁이 덜컥 났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운전자 라몬트 델(오른쪽)과 그의 딸 | COURTESY OF THE WESTLAND POLICE DEPARTMENT

선팅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차량 뒷좌석에는 당시 3살이었던 딸이 유아용 카시트 없이 달랑 앉아 있었다. 경찰관은 이를 눈치챘음이 분명했다.

델은 경찰관에게 딸아이 카시트를 살 여윳돈이 없다며 당시 자신이 얼마나 힘든 상황인지를 설명했다. 눈물이 살짝 맺히기도 했다.

경찰관은 그의 하소연을 참을성있게 듣더니 “그럼 월마트까지 가주실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의아했던 델은 “왜 그러시냐”고 물었고, 경찰관은 “카시트를 사드릴 수 있으면 기쁘겠다”라고 답했다.

이상의 대화는 지난 2016년 4월 미국 ABC 보도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해본 것이다.

조슈아 스카글리온 경찰관(왼쪽)과 운전자 라몬트 델. | COURTESY OF THE WESTLAND POLICE DEPARTMENT

델은 폭스TV 인터뷰에서 “경찰관은 핑크색 카시트를 사줬다. 딸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색이었다. 나비 무늬가 들어간 시트였는데, 딸이 무척 마음에 들어 했다”며 감격했다.

너무 감동했던 델은 자신에게 친절을 베풀어준 경찰관의 이름조차 잊어버렸고, 나중에 해당 경찰관을 찾기 위해 자신의 SNS에 사연을 담은 게시물을 올렸다.

게시물에서 델은 “백인 경찰관이 월마트로 동행해달라고 했다. 경찰은 사비로 내 딸에게 카시트를 사줬다. 그날 여러분들이 월마트에서 우리를 봤다면 경찰과 제가 아주 친한 친구 사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초면임에도 경찰은 우리에게 진심으로 다가와 줬다”라고 적었다.

운전자 라몬트 델(오른쪽)과 그의 딸이 조슈아 스카글리온 경찰관을 만나고 있다. | COURTESY OF THE WESTLAND POLICE DEPARTMENT

델의 게시물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그 결과 그가 신세를 진 경찰관이 미시간주 웨스트랜드 소속의 죠슈아 스카글리온(Joshua Scaglione)이라는 신참 경찰관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후 두 사람은 현지 언론과 경찰의 주선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자리에서 델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감사하고 고맙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고, 스카글리온 경찰관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는 일은 스스로에게도 기분 좋은 일”이라고 답례했다.

스카글리온 경찰관은 ABC와 인터뷰에서 “그 상황에서 위반 스티커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 역시 델처럼 힘든 상황에 직면했던 적이 있었다. 그의 상황을 악화시키는 위반 스티커 발부보다는 도움을 주면서 안전의식을 높이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법의 집행관으로서 시민의 상황을 헤아리고 법의 정신을 건설적 방향으로 구현한 신참 경찰관의 행동은 많은 이에게 오랜 여운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