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책임 PD, 어린이용 콘텐츠에 ‘동성애 코드’ 끼워넣기 시인

한동훈
2022년 03월 30일 오후 3:53 업데이트: 2022년 03월 30일 오후 5:53

디즈니 고위 간부 내부 회의 영상 유출
“할 수 있는 모든 곳에 동성애·퀴어 코드 넣어”

“회사에서도 격려…막는 사람 아무도 없었다”

디즈니의 책임 프로듀서가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에 동성애 코드를 삽입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영상이 유출됐다. 이 프로듀서는 “회사의 그누구도 나를 저지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보수 성향의 맨해튼 정책연구소에서 발행하는 공공정책지 <시티 저널> 선임 편집자 크리스토퍼 루포는 최근 소셜미디어에 ‘리이매진 투모로우(Reimagine Tomorrow) 서밋’ 영상을 공개했다.

<시티 저널>에 따르면, 이 회의는 인종차별 반대를 주제로 한 내부 토론 모임이다. 소수자를 위한 목소리를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에 담아내기 위한 제작 지침 등을 마련하는 자리다.

유출된 영상에서 디즈니 그룹 최고위급 직원들의 동성애, 퀴어 등 성소수자(LGBTQ+) 코드를 콘텐츠에 더 많이 포함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디즈니 TV애니메이션 제작 책임자인 라토야 라브노는 자신은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에 LGBTQ 코드를 집어넣기를 희망했으며, 처음에는 회사가 당연히 이를 거부할 줄 알았으나 거부하지 않았고 오히려 일부는 적극적으로 환영해줬다면서 “기분 좋게 놀랐다”고 말했다.

라브노PD는 “그래도 처음 시작할 때는 좀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점차 의심이 사라졌다”며 “메러디스 로버츠(디즈니 채널 선임 부사장)를 비롯해 우리 임원들은 나의 ‘전혀 비밀스럽지 않은 아젠다’를 매우 환영해줬다”고 말했다.

그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곳에 ‘퀴어함(Queerness)’을 집어넣도록 격려를 받았으며 “(결국) 아무도 나를 말리지 않을 것을 확신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함께 공개된 또 다른 영상에서는 디즈니 엔터테인먼트 사장 카레이 버크(Karey Burke)가 자신에 대해 “범성애자, 성전환자인 두 명의 엄마”라고 소개하는 장면이 담겼다. 버크 사장은 디즈니가 앞으로 더 많은 회사 콘텐츠에 큐어 요소를 집어 넣을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최대 어린이 채널인 디즈니 채널에서 동성애 커플을 등장시킨 것은 지난 2013년 인기 시트콤 ‘찰리야 부탁해(Good Luck Charlie)’ 시즌4 마지막 에피소드가 최초였다. 이후 미국에서는 어린이·청소년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방송에서 동성애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다.

이번 영상 공개는 플로리다의 론 드산티스 주지사가 ‘교육에 관한 보호자 권리 법안’에 서명한 가운데 이뤄졌다.

일명 ‘돈 세이 게이(Don’t Say Gay)’로 불리는 이 법안은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3학년생까지 성정체성 및 성적 지향 교육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학생의 정신·신체 발달 상태나 연령에 적합하지 않은 방식으로 성정체성 교육이 이뤄져선 안 된다는 취지다.

드산티스 주지사는 “성정체성 교육은 부모에게 맡겨야 한다. 유치원에서부터 아이들에게 ‘너희들은 원하는 성별이 될 수 있다’고 가르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디즈니 지도부는 이 법안을 규탄하고 드산티스 주지사에게 법안에 서명을 거부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캘리포니아의 디즈니 직원들은 지난주 LGBTQ를 상징하는 무지개색 옷을 입고 LGBTQ 슬로건이 담긴 푯말을 든 채 “세이 게이(Say Gay)”라고 외치며 이 법안에 반대하는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드산티스 주지사는 꿈쩍하지 않았다. 그는 “디즈니는 신장 위구르족, 홍콩, 티베트 등 인권탄압으로 악명 높은 중국 공산당의 후원을 받아 중국에서 사업을 벌이면서 미국에서는 사회 정의(social justice)를 부르짖는다”며 “그것은 위선”이라고 일축했다.

드산티스 주지사는 “플로리다의 정책은 플로리다 주민들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며, ‘깨어있는(Woke)’ 기업의 주장에 따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디즈니는 다양한 콘텐츠에서 LGBTQ 코드 삽입을 늘려나가고 있다.

영화 ‘아이언맨’, ‘어벤져스’ 시리즈로 세계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는 4단계(Phase 4)에 돌입하면서 영화 ‘이터널스’에 첫 동성애자 수퍼히어로 커플을 등장시키며 LGBTQ 콘텐츠 본격화를 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