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디추싱 처벌 여파 어디까지?… 전문가 “20차 당대회에 영향 미칠 것”

2021년 07월 13일 오전 9:23 업데이트: 2021년 07월 13일 오전 9:23

베이징 당국이 연일 중국 최대 차량 공유 업체인 디디추싱(滴滴出行)을 몰아붙여 숨통을 거의 끊어 놓았다. 디디추싱이 ‘양봉음위(陽奉陰違)’, 즉 앞에서는 복종하는 척하면서 뒤에서는 따르지 않고 미국에 상장함으로써 시진핑의 권위에 도전한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디디추싱 사태가 중국공산당의 내년 ‘20차 당대회’ 권력 분배뿐 아니라 중국공산당의 미래 운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디디추싱은 지난달 30일 미국에 상장한 후 이틀 만에 당국의 잇단 검열에 부닥쳤다.

중국 인터넷정보판공실(網信辦)은 지난 4일 모든 앱스토어에 디디추싱 앱 삭제 명령을 내린 데 이어 9일 밤늦게 디디추싱이 운영하는 25개 앱을 전부 앱스토어에서 삭제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디디추싱은 이례적으로 10일 새벽 공식 웨이보 계정을 통해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관계 부처의 요구에 “결연히 따르겠다”는 성명을 냈다. 하지만 몇 시간 뒤 이 성명은 삭제됐다.

재미 베테랑 언론인 탕하오(唐浩)는 “디디추싱의 배후에는 중국공산당 권력 가문의 이익이 걸려있다”며 “디디추싱이 이 같은 참형을 당한 것은 중난하이(中南海) 파벌 간 권력 투쟁이 격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디디추싱은 설립 9년 동안 20여 차례 융자를 받고 두 차례 합병을 거치면서 누적 융자금이 226억 달러가 넘고 지분 구조도 매우 복잡해졌다. 디디추싱 대주주의 배후에는 중국공산당 각 파벌과 태자당이 있다. 일례로 알리바바, 앤트그룹, 텐센트 등은 전 중공 당수 장쩌민파가 배후에서 움직인다.

디디추싱의 주요 주주인 국영기업 중국인수(中國人壽·중국생명보험)와 중신(中信)자본은 장쩌민파인 류윈산(劉雲山) 전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의 아들 류러페이(劉樂飛)가 연관돼 있다. 류러페이는 중국인수 CEO를 거쳐 현재는 중신산업기금(CITIPE) 회장을 맡고 있다.

디디추싱의 또 다른 주요 주주인 ‘중진쟈즈’(中金甲子)는 중국국제금융공사(CICC) 소속으로, CICC의 주윈라이(朱雲來) 전 CEO는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의 아들이다.

또 다른 주주 ‘중국핑안(平安)보험’은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의 가족과 관계가 깊다. 탕하오는 디디추싱 배후의 물이 그만큼 깊고 장쩌민파 세력뿐 아니라 태자당과 관얼다이(官二代·중국 관료 2세)까지 얽혀 있어 그 세력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9일 소식통 4명의 말을 인용해 “디디추싱이 미국에 상장하기 전 당국은 7월 1일이라는 특수한 시간만 피하라며 강압적으로 막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또 인터넷정보판공실이 특별히 디디추싱의 고위 임원들을 찾았는데, 이는 서면 기록은 없지만 사실상 규제 당국의 지시를 공식으로 전달한 것이다. 따라서 디디추싱으로서는 항변할 여지가 없다.

소식통은 디디추싱이 공산당 창당 기념일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 미국 증시에 상장한 것은 당국의 신임을 배반한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일부 사람들’을 격노하게 했다’고 전했다.

탕하오는 “디디추싱이 당 중앙을 거역하며 기어이 6월 30일 미국에 상장한 것은 시진핑 당국에 맞서는 것과 같다”며 “시진핑 당국으로서는 당 중앙을 심각하게 배반한 것일 뿐만 아니라 당 중앙에 공공연히 도전한 것”이라고 했다. 이 또한 디디추싱 배후의 정재계 권력자들과 태자당 무리에게는 ‘시진핑 핵심’이 안중에 없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중국공산당은 내년 가을 ‘20차 당대회’를 열고 권력 재분배를 진행한다. 탕하오는 디디추싱이 지금 시진핑을 난처하게 하는 것은 그의 권력과 지위에 직접 도전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시진핑이 강경하게 보복하지 않으면 당내에서 더 많은 파벌의 권력자들이 얕보고 도전할 것이고, 그러면 그의 연임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디디추싱 앱은 지난 4일 앱스토어에서 삭제됐고 9일에는 디디추싱이 운영하는 앱 25개가 모두 앱스토어에서 삭제됐다. 탕하오는 디디추싱이 지난 4~5일 동안 당 중앙이 만족할 만한 ‘사죄’나 ‘양보’를 하지 않았고 오히려 당 중앙과의 갈등이 한층 격화돼 당 중앙이 모진 수단을 쓴 것이라고 주장했다.

디디추싱의 주가는 현재 상장 당시 발행가였던 14달러 밑으로 떨어졌으며 시가총액은 200억 달러 이상 증발했다. 최근 미국의 여러 로펌들이 디디추싱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한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디디추싱은 상장 폐지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디디추싱 주주들과 중국공산당 권력자들의 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이 미치게 된다.

디디추싱 사건의 파장이 커지면서 미국에 상장된 다른 기업도 당국의 검열을 받게 됐다. 중국공산당 중앙판공청과 국무원 판공청은 지난 6일 향후 해외에 상장하려는 기업은 반드시 당국의 관련 규제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내용의 공문을 공동으로 보냈다.

로이터통신은 8일 중국 증권감독위원회가 전문 기구를 신설해 중국 기업의 해외 상장 계획을 심사함으로써 중국 기업 ‘해외 진출’ 주도권을 확고히 장악할 것이라고 중국공산당 관리감독 부처의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따라 미국 상장 예정 기업들은 이미 상장 연기를 선언했다.

중국 인터넷정보판공실은 10일 100만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한 기업이 해외에 상장하려면 반드시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인터넷안보심사방법’ 개정안 초안을 공개했다.

공산당 통치하의 중국공산당 권력자들은 금융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다. 탕하오는 “당국이 기업 상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시진핑 당국이 기업과 권력자들의 이익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들 기업과 권력자들은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시진핑 당국과 갈수록 격렬하게 대립할 가능성이 크다고도 했다.

현재 베이징 당국은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로 전 세계에서 행패를 부려 국제사회에서 갈수록 고립되고 있다. 또한 시진핑도 권력을 틀어쥐면서 많은 권력자의 이익을 건드려 당내에서 갈수록 고립되고 있다.

탕하오는 내년 중국공산당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중국공산당 고위층은 필사적으로 ‘무제한 전쟁(超限戰)’을 펼칠 것이라고 했다. 이는 ‘20차 당대회’의 권력 분배뿐 아니라 중국공산당의 미래 운명과 발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