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지 마세요” 팻말 무시하고 ‘인생샷’ 찍으려 핑크뮬리 짓밟는 시민들 근황

황효정
2019년 11월 6일 오후 4:01 업데이트: 2022년 12월 20일 오후 5:55

나들이하기 좋은 가을, 주말마다 인파로 각종 명소가 북적이는 요즘이다.

그러나 보기 좋은 광경만 목격되는 건 아니다.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사진 하나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3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어느 누리꾼이 찍은 사진 한 장이 공유되며 수많은 댓글이 쏟아졌다.

사진에는 어느 공원, 가을 억새와 핑크뮬리를 배경으로 나들이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기념 촬영을 하는 장면이 담겼다.

온라인 커뮤니티

문제는 이들이 규정을 어기고 이곳에 서 있다는 것.

핑크뮬리 앞에는 펜스 역할을 하는 밧줄이 둘러쳐져 있고, 심지어는 “들어가지 마세요”라는 안내문까지 친절하게 붙어 있다. 영어와 중국어로도 번역돼 있다.

눈앞에 뻔히 팻말이 걸려 있는데도 불구, 사진 속 사람들은 이를 무시하고 줄을 넘어가 억새와 핑크뮬리를 밟고 다니는 모습이다. 핑크뮬리와 억새를 더 가까이서 보기 위해서다.

핑크뮬리가 짓밟히고 쓰러지는 바람에 길까지 생겼다. 억새와 핑크뮬리는 벼목 벼과 식물로, 밟히거나 짓눌리면 다시 자라지 않는다.

연합뉴스

이같은 사진을 접한 누리꾼들은 저마다 겪은 경험을 소개했다.

한 누리꾼은 “아침고요수목원에 갔는데 수목원도 사람들이 다 밟아놨더라”라며 “경주 대릉원도 사람들이 아예 무덤을 다 밟고 다녀서 잔디가 죽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경산 반곡지에도 나무 위에 밟지 말라고 해놨는데, 사람들이 밟고 그 위에 올라가서 사진 찍다가 결국 나무가 부러졌다”고 댓글을 남겼다.

우리 사회의 시민의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진에 많은 이들은 “아예 벌금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며 부끄럽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