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오징어 게임’ 사회 현실과 인성에 대한 잔혹한 풍자극

안정연
2021년 10월 5일 오후 10:39 업데이트: 2024년 01월 19일 오후 6:14

드라마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한국 콘텐츠 최초로 미국을 비롯해 83개국 넷플릭스 순위 1위에 오르는 등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잔혹한 서바이벌 게임을 통해 오늘날 어지러운 사회와 복잡한 인간관계를 풍자한 드라마에 세계인의 시선이 집중됐다.

‘오징어 게임’은 영화 ‘도가니’의 황동혁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이정재, 박해수가 주연을 맡았다. 현실 세계에서 큰 빚을 지고 있거나 막다른 골목에 몰린 이들이 거대한 시설에 갇혀 여섯 가지 종목의 게임을 통과하면 456억 원의 상금을 받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액의 상금을 노리고 모인 참가자들은 첫 게임  패자는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는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진다. 참가자 1명당 1억원씩 배정된 상금은 1명이 죽을 때마다 적립돼 천장에 걸린 거대한 황금돼지 저금통에 쌓인다.

눈앞에서 거액의 상금을 목격한 참가자들은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협력하며 인간성과 선악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잔혹한 규칙 앞에서 노출되는 인성(人性)

드라마에서 참가자들은 ‘게임 기획자’가 정한 룰에 따라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줄다리기’, ‘달고나 뽑기’, ‘구슬치기’, ‘유리 징검다리 건너기’, ‘오징어 게임’으로 승자를 가린다.

게임은 개인전 또는 단체전으로 진행된다. 참가자들은 단체전 동료들을 선택할 때, 우정이냐 승리냐 선택에 직면한다. 약속과 배신이 오가고, 가까웠던 사람이 경쟁자가 되는 상황도 벌어진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사람들은 적나라한 속마음을 드러낸다.

거액의 빚을 진 한 참가자는 한쪽은 일반 유리, 다른 한쪽은 강화유리로 만들어진 징검다리를 건널 때 다른 사람을 밀어 낙사시키고, 막다른 삶을 살던 한 참가자는 1대 1 승부 게임에서 “살 이유가 있는 사람이 나가야 하지 않겠나”라며 상대방에게 승리를 양보해 죽음을 맞는다.

각자 기구한 사연을 가지고 게임에 들어온 참가자들은 극단적 상황 속에서 예기치 않은 이타심을 발휘하거나 감춰뒀던 이기심을 표출하며 결말을 맞거나 다음 종목을 향해 나아간다.

그러나 드라마가 후반에 이를수록, 시청자들은 생사를 건 참가자들의 분투가 돈 많은 사람들의 눈에는 그저 남들의 목숨을 걸고 즐기는 유희거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게임의 설계자는 그저 인생이 허무해 재미를 위해서 게임을 만들게 됐다고 말한다.

아직 많은 미스터리를 남긴 채 종료된 드라마는 시즌2 제작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사회 현실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이유는 잔혹한 살인 게임을 통해 어두운 사회현실을 적나라하게 다뤘기 때문이라는 점이 지적된다.

게임 참가자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빚을 지고 궁지에 몰린 사람들이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대출이 보편화되면서 고액을 빌리는 일이 상대적으로 쉬워졌다. 드라마에서는 참가자의 입을 빌려 이같은 현실이 가져다주는 위기를 경고한다.

불법 장기적출도 그려진다. 일부 게임 관리자들과 사망한 참가자들의 장기를 몰래 적출하는 행위에 가담한 한 참가자는 다음 게임에 대한 정보를 미리 입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운영진은 ‘평등한 기회’라는 게임 원칙을 어겼다는 이유로 처벌할 뿐, 장기 적출이라는 범죄에 대해서는 묵인한다.

또한 무리를 이룬 폭력집단은 다른 참가자들의 음식을 빼앗고 이에 항의하는 이를 죽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운영진은 사망자를 탈락자 처리할 뿐 살인에 대해 제재하지 않는다.

이 사건을 계기로 참가자들은 게임과 무관하게 서로 죽이는 일이 허용된다는 것을 알게 됐고, 결국 그날 저녁 단체 숙소의 전등이 꺼지자 참가자를 줄여 자신의 승산을 높이고자 서로 죽고 죽이는 살육전을 벌이기에 이른다.

참가자들은 다음 게임의 힌트를 놓고 서로 속고 속이는 가운데, 사실 모든 게임 종목에 대한 정보가 숙소 내부 벽면에 큼지막하게 그려져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알아채지 못한다. 참가자들의 신경은 온통 천장에 걸린 거액의 상금과 자기 옆에 있는 경쟁자에게 쏠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모두가 목표를 좇기에 급급하지만, 정작 가까운 곳에 놓인 중요한 것을 놓치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을 풍자한 극적 장치로도 풀이된다.

세계 유력 매체들은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뛰어난 연출력과 배우들의 열연, 기발한 아이디어에 호평했다.

반면, 탈락자가 총살을 당하고 등장인물 간에 살인을 벌이는 등 폭력과 잔인성이 구체적으로 묘사돼 잔혹하다는 평가도 함께 내리고 있다.

세계적인 흥행과 화제성은 반갑지만, 이로 인해 폭력적 콘텐츠를 청소년과 어린이들까지 관람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오징어 게임’을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 판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