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척임 없이 ‘꿀잠’ 자고 싶다면 ‘무거운 이불’ 덮는 게 좋다

이서현
2021년 02월 8일 오후 2:24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전 11:30

잠이 보약이라고, 피로 해소에는 푹 자는 것만큼 좋은 것도 없다.

그런데 스트레스가 쌓이면 피곤해도 쉽게 잠들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또 자다가도 중간에 자주 깨다 보니, 오히려 피로가 누적돼 아침에 일어나는 게 고역이다.

이런 경우 숙면을 위해 식생활을 조절하고 침실 환경에 변화를 준다.

이제는 단잠을 위해 이불 무게도 바꿔보면 어떨까.

연합뉴스

숙면에는 가벼운 이불보다 무거운 이불이 더 좋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웨덴의 카롤린스카 의과대학 연구팀은 불면증을 앓고 있는 우울증, 조울증 등 정신질환을 가진 성인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실험은 18세 이상 참가자 120명을 두 팀으로 나누어 4주가 진행했다.

절반은 무거운 이불을, 나머지는 가벼운 이불을 덮고 자도록 한 것.

무거운 이불의 무게는 약 8kg, 가벼운 이불은 1.4kg가량이다.

참가자들은 4주 동안 손목에 센서를 달고 생활하며 취침시간 기상 시간과 활동량 그리고 피로도 등을 체크했다.

연구팀은 이와 함께 수면의 질에 관해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이불 무게가 수면에 미치는 효과를 측정했다.


임상 수면 의학 저널 (Journal of Clinical Sleep Medicine)

그 결과 무거운 이불을 사용한 이들은 42.2%가 불면증 심각도 지수에서 7점 이하의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는 수면에 거의 문제가 없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

가벼운 담요를 덮고 잔 참가자는 3.6%만이 이에 해당했다.

불면증 심각도 지수 점수가 50%까지 감소한 비율도 무거운 담요 사용 그룹이 60%, 가벼운 담요 사용 그룹이 5.4%로 나타났다.

이불의 무게는 전체적인 수면 시간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하지만 무거운 이불을 덮은 그룹은 자다가 깨거나 뒤척이는 경우가 현저하게 줄었다.

낮에 졸리거나 피곤함을 느끼는 현상이나 불안이나 우울 증상 역시 확실히 감소했다.

연합뉴스

연구팀은 이불의 무게가 몸을 누르는 압력이 마사지와 비슷한 효과를 내는 것으로 분석했다.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하고 교감신경을 억제해 몸을 진정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

과학적 원인이 정확히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무거운 이불이 숙면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는 꾸준히 나왔다.

미국 NBC 뉴스는 미국 내 무게감 있는 이불의 판매 급증을 보도하며 “무게가 약 15파운드 (약 6.8kg) 정도 되는 이불을 덮고 잤더니 누군가에게 안겨 있는 느낌을 받았다. 보다 안전하고 안정감이 느껴져 중간에 깨지 않고 푹 잘 수 있었다”는 체험담을 전하기도 했다.

타이완 창궁 대학 연구팀은 사랑니 발치 수술을 받는 60명 중 절반은 무거운 이불을 나머지는 이불을 덮지 않도록 했다.

그 결과는 무거운 이불을 덮고 수술을 받은 사람들은 심장에 가해지는 압력이 부교감 신경을 활성화해 훨씬 편안하고 안정감 있게 수술을 받았음을 확인했다.

서천석 정신건강의학과 박사는 “무거운 이불을 사용하는 것이 불안과 불면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있었다”라며 “아기를 포대기나 싸개로 꽉 감싸면 편안함을 느끼고, 잠을 잘 자듯이 몸 전체가 어느 정도의 압력에 의해 눌리는 것이 안정감을 주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 답답한 걸 싫어하는 사람이나 코골이나 수면 무호흡증이 있는 사람 등 개인의 상태에 따라 효과는 다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