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혼 인정법 美 하원 통과…전통적 결혼관 파괴하는 입법

조영이
2022년 12월 9일 오후 10:57 업데이트: 2022년 12월 9일 오후 11:06

미 하원이 8일(현지시간) 동성 간 결혼을 법적으로 보호해주는 이른바 ‘결혼 존중 법안(Respect for Marriage Act)’을 통과시켰다. 이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서명만 남게 됐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LGBTQ를 언급하며 “매우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반면 법안에 반대한 공화당과 기독교 단체는 전통적인 결혼관을 파괴하는 입법이라며 반발했다.

동성결혼법, 바이든 서명만 남아…이성 간 결혼 지키는 법 무력화

이날 로이터·AFP통신 등에 따르면 미 하원은 결혼 존중 법안을 찬성 258표, 반대 169표로 가결했다. 민주당 소속 하원의원은 모두 찬성했으며,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가운데서도 39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결혼 존중법’은 동성 간 결혼의 효력을 전국적으로 인정하도록 규정했다. 현재 미국의 여러 주(州)는 동성혼을 금지하고 있다.

법안은 다른 주에서 한 결혼이어도 합법적으로 이뤄졌다면 그 결혼을 성(性), 인종, 민족을 이유로 인정하지 않는 행위를 금지한다. 그 결과 기존의 ‘결혼 방어법(the Defense of Marriage Act)’을 무력화한다. 또 동성 결혼 커플에게도 이성 결혼 커플과 같은 법적 지위와 혜택을 제공하도록 했다.

지난 7월 하원을 통과했던 이 법안은 상원에서 수정을 거친 뒤 재표결에 부쳐진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법안을 받는 즉시 서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민주당, 대법관 소수 의견 내세워 입법 주도…공화당 “과잉 입법”

‘결혼 존중법’ 입법은 지난 6월 미 연방대법원이 낙태를 합법으로 규정했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은 뒤 추진됐다. 민주당과 LGBTQ(성소수자) 단체는 지난 2015년 동성혼을 합법화한 ‘오베르게펠 대 호지’ 판결도 위헌 결정이 내려질까 우려된다며 ‘결혼존중법’ 입법을 주도했다.

민주당은 지난 5월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파기한 6명의 대법관 중 한 명인 클라렌스 토마스 대법관의 단독의견서 내용을 ‘결혼 존중법’ 추진 이유로 내세웠다.

의견서에서 토마스 대법관은 “‘적법 절차 조항’에 의존하고 있는 피임과 동성 관계, 동성 결혼에 대한 판결을 재고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적법 절차 조항’은 미국 수정헌법 제14조에 포함된 것으로 “어떠한 주(state)도 정당한 법적 절차 없이 어떠한 사람의 생명, 자유 또는 재산을 박탈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토마스 대법관은 그러면서 “의견서 내용을 두고 낙태와 무관한 판례까지 의문을 제기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안 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토마스 대법관이 로대 웨이드 판결 의견서 내용을 낙태와 관련 없는 판례와 연결 짓지 말라고 입장을 밝혔음에도 민주당이 의견서를 근거로 과잉 입법을 추진했다고 반발했다.

짐 조던 하원의원(오하이오·공화)은 “민주당이 토마스 대법관의 의견서 한 줄에 근거해 존재하지도 않는 위협을 생각해 냈다”며 “이 법안은 위험하며 나라를 잘못된 방향으로 끌고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밥 굿 하원의원(버지니아·공화)은 “이 법은 결혼에 대한 불경”이라며 “결혼에 대한 신의 정의를 완전히 무시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은 “LGBTQ+(성소수자) 커뮤니티를 위해 투쟁하면서 경력을 시작했는데, 하원의장으로서 서명할 마지막 법안 중 하나가 결혼 존중 법안이라는 사실은 매우 기쁘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종교의 자유 위협…일부다처제 물꼬 터주는 샘”

일각에서는 ‘결혼 존중법’이 동성 커플의 권리를 보장하는 기존 판결과 크게 다른 점은 없고 오히려 종교적 권리와 보호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독교 가치를 수호한다는 법률 단체 자유수호연맹(ADF, Alliance Defending Freedom)은 “이번에 통과된 법안은 동성커플의 지위를 놓고 볼 때 기존의 ‘오베르게펠 대 호지’ 판결과 사실상 달라지는 게 없다”며 “오히려 이 법안은 종교의 자유를 위태롭게 한다”고 주장했다.

ADF는 “이 법은 일부다처제가 연방 정부의 인정을 받을 수 있게 물꼬를 터줄 수도 있다”라며 “결혼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이라는 보통 사람들의 신념을 위태롭게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ADF는 “이 법안은 수백만 미국인의 종교적 자유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라며 “결혼에 대한 잘못된 정의를 ‘법 구조’에 포함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