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수천만 마리 ‘생매장’ 당한 땅에서 단 3년 만에 벌어진 일

김연진
2020년 09월 16일 오전 9:47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후 5:50

수많은 동물들이 고통에 몸부림치며 죽음을 맞이한 땅. 이곳을 방문한 사진작가 문선희씨는 이렇게 말했다.

“죽음의 땅이었다”

문씨가 ‘죽음의 땅’이라고 부르며 두려움까지 느꼈다는 그 장소는, 오래전 가축들이 생매장당한 곳이었다.

앞서 지난 2011년,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가 창궐하던 시기였다.

EBS ‘지식채널e’

당시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수많은 동물들이 살처분됐다. 구제역으로 소와 돼지 약 347만 마리, AI로 가금류 647만 마리가 땅에 매몰됐다.

동물보호법 제10조에 따르면, 안락사 후 매립 또는 소각 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인력과 시간 부족 등의 이유로 이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생매장을 당하는 동물들이 많았다.

문자 그대로 ‘죽음의 땅’이었다. 곳곳에서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고, 살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동물들 위로 흙더미가 뿌려졌다.

다시 흙을 덮으면 없던 일이 될 줄 알았다. “3년이 지나면 이 땅을 다시 농경지로 쓸 수 있다”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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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3년이 지나고 어떻게 됐을까. 사진작가 문씨는 그렇게 전국의 매몰지 100곳을 찾았다.

그곳에서 마주한 풍경은 그야말로 처참했다. 악취가 진동했고, 돼지 뼈가 하얗게 보이기도 했다. 그곳에 자란 들풀은 새하얀 액체를 토해내며 죽어가고 있었다.

3년이 지나 농사를 시작한 매몰지에서는 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했다. 어떻게든 오염된 땅을 다시 수습하기 위해 곰팡이와 풀들이 뒤엉키며 몸부림치고 있었지만, 이곳에 묻힌 동물들처럼 하릴없었다.

“우리가 저지른 일을 수습하기 위해 땅이 엄청 애를 쓰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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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씨는 이 모습을 촬영해 그대로 전시하면서 사람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이런 비극은 사육을 통해 생산되는 고기를 먹는 우리에게 어느 정도 책임이 있는 일이다”라며 경종을 울렸다.

그러나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 2016년 최악의 AI가 발생해 가금류 3123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지난해에는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전국적인 돼지 살처분이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