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필요하다는 친구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고 ‘1500만원’ 빌려준 남성에게 일어난 일

김연진
2020년 10월 14일 오전 10:08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후 5:28

“아무리 친한 친구여도, 가족 같은 사이라도 돈은 빌려주면 안 된다”

“돈 때문에 친구 잃는다”

흔히 이렇게 말한다. 실제로 돈 문제가 얽혀 친구 사이에 다툼이 일어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은 조금 달랐다. 돈이 필요하다는 친구에게 선뜻 돈을 빌려줬고, 친구는 믿음을 배신하지 않고 꼬박꼬박 돈을 갚았다.

사연의 주인공 A씨는 “1500만원을 잠시 맡겨 두고 ‘진짜 친구’를 얻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A씨에 따르면, 어느 날 고등학교 동창이 갑자기 연락을 해왔다. “잠깐 볼 수 있어?”.

사실 두 사람은 그리 친하지 않은 사이였다. 친구의 친구, 뭐 그런 관계였다. 다 같이 모여서 논 적은 있었으나 단둘이 만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도 두 사람은 서로 연락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뜬금없이 전화해서 만나자고 한 것.

그렇게 A씨와 만난 친구는 조심스럽게 부탁을 했다. 돈이 필요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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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을 받은 A씨는 다음 날에 바로 1500만원을 친구에게 보냈다. 조건 없이 돈을 빌려줬다.

A씨는 “제가 거절을 못 하는 성격이라 그런 게 아닙니다. 저는 3가지 이유 때문에 돈을 빌려주기로 마음먹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첫 번째 이유. 그 친구는 어려운 가정에서 자란, 성실하고 착한 친구라는 점.

두 번째 이유. 그렇게 친하지도 않은 사람에게 찾아와 창피함을 무릅쓰고 절박하게 부탁을 했다는 점.

세 번째 이유. 돈이 왜 필요한지, 얼마나 필요한지, 지금까지 어떤 노력을 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갚아나갈 것인지를 아주 자세하고 진정성 있게 말해줬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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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1500만원을 빌려 간 친구는 매달 20일쯤 꼬박꼬박 돈을 갚아나갔다. 적게는 10~20만원, 많게는 70~80만원. 가능한 만큼 매달 A씨에게 돈을 갚았다.

처음에는 친구가 연락해 돈을 적게 보낼 때는 어떤 사정이 있는지, 입금이 며칠 늦어질 때는 왜 그런지 세세히 설명해줬다. 그런 친구에게 A씨는 “그럴 필요 없다. 연락도 안 해도 된다. 믿으니까. 무리하지만 말아라”고 말했다.

A씨는 “이후 단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다. 돈 문제를 떠나서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기도 했으나, 그 친구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내가 친구가 아니라 ‘채권자’로 느껴질까 봐”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약 3년이 지났다. 친구는 A씨에게 빌린 돈 1500만원을 모두 갚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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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돈을 모두 갚은 날 A씨에게 연락했다. “이자는 언제든 내 도움이 필요할 때, 마음껏 가져가라”. 이렇게 말하며 A씨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날 A씨는 3년 만에 처음으로 친구에게 연락해 술 약속을 잡았다.

이후 A씨와 친구의 근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A씨의 말처럼 둘은 ‘진짜 친구’가 됐을 것이다. A씨는 돈을 맡겨두고 사람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