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 타도” 쿠바서 공산주의 정권 반대 수천명 거리 행진

2021년 07월 12일 오전 9:37 업데이트: 2021년 07월 12일 오후 12:02

카스트로 구호 ‘조국 아니면 죽음’ 비튼 “조국과 삶” 외쳐

공산국가 쿠바에서 인권 탄압과 자유 억압, 식량난과 전력난에 항의하며 독재 타도를 위치는 시위가 발생했다.

11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에는 수도 아바나와 산티아고 등 쿠바 곳곳에서 미겔 디아스카넬 정권에 반대하는 시위 모습을 전한 글과 영상이 동시다발적으로 게재됐다. 영상에서 시민들은 코로나19(중공 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접종과 공산주의 독재 종식을 요구했다.

사람들은 이번 시위가 1994년 혁명 이후 두 번째 일어난 반정부 시위라고 말하고 있다. 규모면에서는 혁명 이후 최대다. 가스·전력난과 식량난, 백신을 포함한 의약품 공급 부족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억눌렸던 민심이 폭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에는 거리로 나온 시민들이 “독재 타도”, “자유”, “조국과 삶” 등의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 보였다.

스페인어로 ‘파트리아 이 비다’(Patria y vida)로 발음되는 ‘조국과 삶’은 여러 쿠바 뮤지션들이 만든 노래로, 쿠바 공산혁명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의 구호 ‘조국 아니면 죽음’을 비틀어 공산정권의 문화와 인권 탄압을 신랄하게 비판한 노래다.

한 시위 참가자는 로이터 통신에 “위기 때문에 항의하게 된 것이다. 정전이 이어지고 식량도 약도 없다”고 말했고, 또 다른 쿠바 주민도 “전력난과 식량난이 견디기 힘들다”고 말했다.

시위 현장에는 많은 젊은이의 모습도 보였다. 이들은 “더 큰 자유를 원한다”며 “쿠바 정부가 내세우는 ‘영구혁명’에 신물이 난다”고 외쳤다.

영구혁명은 한 나라의 공산주의 혁명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으며, 각국 무산계급이 단결해 국제적 혁명을 일으켜야 하며 최후 승리까지 혁명을 계속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쿠바 대통령 디아카스넬은 다른 마르크스주의 정부들의 상투적인 대응 방식을 되풀이했다.

그는 이날 오후 국영방송 연설에서 쿠바가 겪고 있는 위기와 혼란의 원인을 “미국의 제재 때문”이라며 외국 탓으로 돌렸다.

또한 “전투 명령이 내려지면 혁명가들은 거리로 뛰어나갈 것”이라며 치안부대에 시위대 해산 명령을 내릴 것임을 시사했다.

쿠바 혈통인 공화당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쿠바의 공산주의 정권 반대 시위 소식에 즉각 반응을 보였다.

루비오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시위 영상을 공유하며 “쿠바의 여러 도시에서 ‘우리는 두렵지 않다’는 구호를 외치며 자발적으로 시위를 벌이고 있다”며 “무능과 탐욕 그리고 억압에 대한 좌절감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썼다.

또한 해시태그 #쿠바(#Cuba)를 달고 “공산당 탄압 부대가 온다”면서 정권의 강경진압에 대해 우려하고, “하지만 대부분의 미국 미디어 기업은 이번 소식을 무시하고 있다”며 언론의 관심을 촉구했다.

미국이 개입해 쿠바 시민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플로리다 마이애미의 프랜시스 수아레즈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쿠바는 독재를 끝내고 자치할 준비가 돼 있으며 그럴 자격이 충분하다. 그것은 오늘 끝나야 한다”고 말했다.

쿠바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마이애미는 미국 내에서도 쿠바를 이탈해 정착한 쿠바계 이민자들이 많은 지역이다.

수아레즈 시장은 쿠바의 시위가 니카라과와 베네수엘라에 사는 수백만 명에게도 상당한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잭 필립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