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공자학원 실태③] 메르켈 독일총리와 공자학원의 관계

양훙(楊洪)
2022년 04월 18일 오전 10:59 업데이트: 2024년 01월 27일 오후 9:01

3. 정치 침투(하)

머리말

2016년은 중·독 양국이 외교적으로 풍성한 결실을 맺은 해로, 최고위층 지도자들 간의 상호 방문이 빈번하게 이뤄졌다.

앙겔라 메르켈 당시 독일 총리는 2016년에만 중국을 두 차례나 방문했다. 그녀는 아홉 번째 방중에서 리커창(李克強) 국무원 총리와 ‘제4차 중·독 정부 협상’을 진행했고, 열 번째 방중에서는 항저우(杭州)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2016년 3월 21일에는 요하임 가우크(Joachim Gauck) 독일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에서 열린 ‘2016 중·독 청소년 교류의 해’ 개막식에 함께 참석했다.

또 2016년 11월 24일에는 류옌둥(劉延東) 중국 국무원 부총리(공자학원 본부 이사회 주석 겸임)가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Frank-Walter Steinmeier) 당시 독일 외무부 장관과 함께 함부르크에서 열린 ‘중·독 청소년 교류의 해’ 폐막식에 참석해 연설을 했다.

다음 날인 2016년 11월 25일, 류옌둥 부총리는 베를린 총리관저에서 메르켈 총리와 만났다.

이 사례를 통해 양국 고위급 지도자들 간의 관계가 각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그해 슈트랄준트 공자학원을 설립한 것은 중국과 독일의 정치·경제·문화 협력의 ‘꽃’이었다.

2016년 8월 30일, 메르켈 총리는 쉬린(許琳) 국가한반(漢辦) 주임과 함께 독일의 17번째 공자학원인 슈트랄준트 공자학원 개원식에 참석했다.

2015년 10월 30일, 중국 안후이(安徽)성에서 메르켈 총리와 리커창 총리가 만나 독일에 17번째 공자학원을 설립하기로 협약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메르켈 총리와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이 공자학원을 얼마나 중시하는지를 알 수 있다. 그들이 이처럼 공자학원을 중시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공자학원은 어떻게 독일 정계에 침투했을까? 본편에서 이 문제들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자 한다.

2) 메르켈 총리와 공자학원의 관계

① 총리 재임 기간 내 공자학원 17개 개설

2016년 8월 30일, 메르켈 총리는 슈트랄준트 공자학원 개원식에 참석해 축하연설을 했다. 이 자리에서 스밍더(史明德) 독일 주재 중국 대사는 “정치와 경제 관계도 물론 중요하지만, 양국 청소년 간의 교류와 왕래는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 이는 미래를 위한 최고의 투자다”라고 했다. [1]

이에 앞서 같은 해 3월 19일~24일, 요아힘 가우크(Joachim Gauck) 독일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의 초청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방중 기간 중인 3월 21일, 시진핑 주석과 가우크 대통령은 베이징에서 열린 ‘2016 중·독 청소년 교류의 해’ 개막식에 함께 참석했다. 이로써 중국 공산당과 독일의 교류는 새로운 절정기에 접어들었다. [2]

중·독 청소년 교류 강화는 시진핑이 2014년 3월 독일 방문 기간 중 제안한 것이다. 2014년 3월 29일, 베를린에서 독일 한학가(漢學家·중국학 학자), 공자학원 교사, 학생 대표 등을 만난 시진핑은 소통과 교류의 중요한 도구는 언어라며 “한 나라의 언어를 익히는 것은 그 나라의 문화로 통하는 열쇠를 쥐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는 언어 교류와 협력 및 중국과 서방의 비교 연구를 확대하는 데 공자학원이 더 큰 역할을 수행하기를 권장한다. 양국 젊은이들이 교류를 강화하고 우정을 이어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3]

2014년 10월, 리커창 총리와 메르켈 총리는 ‘제3차 중·독 정부 협상’에서 2016년을 ‘중·독 청소년 교류의 해’로 정했다. [4]

2016년 6월 12일, 메르켈 총리는 베이징에서 ‘중·독 청소년 교류의 해’가 열린 지 두 달여 만에 아홉 번째로 중국을 방문해 리커창 총리와 양국 협력의 영역과 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제4차 중·독 정부 협상’을 진행했다.

같은 날, 메르켈 총리는 중국 사회과학원을 찾았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중국에 올 때마다 중국의 비약적인 발전에 경탄을 금치 못한다면서 “중국의 발전 방식은 세계에서 ‘유일무이’하다. 독일은 중국의 협력 파트너가 되기를 원한다”고 했다.

그녀는 또 “2016년은 ‘중·독 청소년 교류의 해’로, 양국은 상대국 언어 커리큘럼 개설학교에 대한 지원은 물론 상호 방문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상호 학습 활동을 펼쳐야 한다”고 했다. [5]

중·독 양측의 긴밀한 협력 속에서 2016년 8월 30일 슈트랄준트 공자학원이 메르켈 총리의 지역구인 슈트랄준트(Stralsund)에 둥지를 틀었다.

세인트 메리 교회에서 내려다본 슈트랄준트시(市). | Klugschnacker/위키피디아

2016년 3월 23일 신화망(新華網)에 따르면, 당시 독일에는 공자학원이 17개, 공자학당이 3개 개설돼 있었고, 중국어를 배우는 학생수는 총 5만여 명에 달했다. 또한 그동안 공자학원이 주최하는 문화행사에 참여한 사람 누적 합계가 약 100만 명에 달해 유럽 내에서 가장 많았다.

독일 내 공자학원은 2015년 한 해에만 1000여 회의 다양한 문화행사를 개최했고, 21만 5000여 명이 ‘중국문화’를 직접 체험했는데 주 이용객은 청소년이었다. 수년 동안 독일 공자학원은 ‘한어교(漢語橋)-독일 중·고등학생 여름캠프’를 자주 열었다(‘한어교’에 대해서는 9편에서 더 자세히 다룬다). [6]

공자학원은 ‘우의(友誼) 증진’을 앞세워 중·독 정부 간 협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이로써 우리는 공자학원이 양국 지도자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② 메르켈, 공자학원 개원식에 참석

2016년 8월 30일 오후, 메르켈 총리는 독일의 17번째 공자학원인 슈트랄준트 공자학원 개원식에 참석하기 위해 독일 동북부의 작은 해안 도시 슈트랄준트를 방문했다. 이는 서방 지도자들 사이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곳은 메르켈 총리의 ‘정치적 고향(그녀의 지역구)이다.

고딕 양식의 붉은 벽돌로 지어진 중세시대 건축물의 연회장에서 붉은색 상의를 입은 메르켈은 슈트랄준트 공자학원 설립을 알리는 현판식에 참여해 쉬린 한반 주임과 함께 현판을 덮은 붉은 천을 벗기고 악수를 나누며 축하했다.

슈트랄준트 공자학원은 독일 슈트랄준트 응용과학대학과 중국허페이(合肥)대학이 공동 설립했다. 지금까지 이 공자학원 이사회 비서를 맡고 있는 알렉산더 바드로(Alexander Badrow) 슈트랄준트 시장은 시청 맞은편에 위치한 역사적 건축물인 ‘불플람하우스(Wulflamhaus)’에 슈트랄준트 공자학원을 입주시켰다.

슈트랄준트 공자학원이 입주해 있는 14세기 건축물 불플람하우스(Wulflamhaus) 전경. | JoachimKohlerBremen/독일어 위키피디어

공자학원 개원식에 메르켈 총리가 참석하자 중국 공산당 기관지는 “10년을 걸어온 독일 공자학원은 이제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다”며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같은 해 11월 25일, 베를린자유대학 공자학원을 방문한 류옌둥 중국 국무원 부총리는 일부 독일 공자학원 원장들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양국 지도자들이 공동으로 추동함에 따라 독일 공자학원 사업은 계속해서 성장했고, 중·독 양국 국민을 이어주는 ‘마음의 고속철도’가 구축됐다”고 했다. [7]

③ 슈트랄준트 개원식 연설을 통해 드러난 정보

슈트랄준트 공자학원 개원식에서 중·독 양측 대표가 한 발언을 통해 많은 정보가 드러났다. 우리는 그 핵심을 짚고자 한다.

◇슈트랄준트 공자학원은 중·독 고위층이 협력을 강화한 결과물이다

메르켈 총리는 2016년 9월 4일부터 이틀간 항저우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주말에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슈트랄준트 지역구를 대표해 그 회의에 참석하는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지금 내 정치적 고향에도 이런 공자학원이 생겨서 기쁘다”고 했다. [8]

스밍더 당시 독일 주재 중국 대사는 “양국 고위층의 정기적이고 빈번한 상호 방문, 그리고 상호 신뢰와 호혜에 기반한 정부 협상 및 긴밀한 경제 관계를 통해 중·독 양국은 전방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형성했다”며 “메르켈 총리가 공자학원 개원식에 참석한 것은 중·독 양국 관계를 매우 중시하고 중·독 양국 문화 교류를 대단히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그는 또, 메르켈 총리가 10번째(2016년에는 두 번째)로 중국을 방문해 G20 정상회에 참석하기를 고대한다고 했다. [9]

이로써 슈트랄준트에 공자학원이 설립된 것은 양측 고위층이 긴밀한 관계를 구축한 데 따른 결과물이란 사실이 드러났다. 그리고 양측이 모두 관계 심화를 바라고 있다는 사실도 여실히 드러났다.

◇공자학원의 기능을 끊임없이 확대하고 있다

슈트랄준트 공자학원 개원식 연설에서 메르켈 총리는 슈트랄준트 공자학원은 중국 전통의학 도입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많은 독일인들이 이에 대해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이 연설 독일어 원문을 찾지 못해 한반의 중국어 기사를 참고함) [10]

슈트랄준트 공자학원은 독일 최초로 중의학(中醫學)을 특화한 공자학원으로, 당시 이런 체계를 갖춘 공자학원으로는 전 세계에서 세 번째였다.

이렇듯 공자학원은 어학원으로 출발했지만 끊임없이 모습을 바꾸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슈트랄준트 공자학원 개원식에 참석하기 위해 베이징에서 온 공자학원 본부 총간사 겸 국가한반 주임 쉬린은 공자학원의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10년 전 처음 설립할 당시만 해도 공자학원의 포지션은 외국인에게 중국어를 가르치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난해(2015년) 시진핑 주석이 공자학원은 세계에 중국을 알리는 중요한 플랫폼이라고 했다. 이 요구에 따라 공자학원은 중국어 교육을 훌륭하게 수행함과 동시에 현지의 수요에 따라 학원 운영 기능을 계속 확장해나가야 한다.”

이는 독일 지도자와 언론 앞에서 중국 공산당 대표가 공자학원과 관련한 중국 공산당 지도자의 지시를 전하면서 공자학원이 중국 공산당의 통제 아래 있음을 밝힌 것이다.

또한 이 발언은 슈트랄준트 공자학원을 중의학 중심 학원으로 특화한 이유를 설명한 것이기도 하다. 즉, 중국 공산당의 새로운 요구에 맞춰 공자학원의 기능을 확장한 것이다.

2010년 6월 20일, 호주를 방문한 시진핑은 로열멜버른공과대학교(Royal Melbourne Institute of Technology) 중의학 공자학원 현판식에 참석했다. 이날 현판을 수여한 시진핑은 “중의학 공자학원은 전통 중의학과 현대 중의약 과학을 중국어 교육과 융합시켰다. 중의학 공자학원은 호주 국민들에게 중국 문화를 이해하는 새로운 창을 열어줄 것이며, 양국 국민 사이에서 마음의 소통을 강화하고 전통적 우호 관계를 증진하는 새로운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11]

‘새로운 패러다임’, ‘새로운 창구’, ‘새로운 가교’ 등 다양한 신조어는 공자학원의 발전 청사진을 내보일 때마다 사람들을 현혹하는 유행어가 됐다. 그러나 이는 양두구육식의 뉴스피크(Newspeak·정치 선전용의 모호하고 기만적인 표현)에 불과하다. 공자학원이 애초에 공자 이름을 내걸고 현혹했듯이 이제는 중국 전통 중의학을 내세워 음험한 전략을 위장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중국 공산당의 촉수를 서방 사회로 뻗어 해외 민중을 현혹하고 당의 ‘찬란한’ 이미지를 부각해 국제사회에서 당의 발언권과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중국 관영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19년 12월 기준 전 세계에 중의학 공자학원과 중의학 공자학당이 총 15개 설립됐으며, 78개국 240여 개 공자학원에서 중의학과 태극권 등의 강좌를 개설했다. 수강생 수는 3만 5000명이고, 18만 5000명이 관련 체험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중의약 침술 열풍이 이미 ‘일대일로’ 연선 35개 국가·지역으로 퍼졌다. [12]

메르켈 총리도 슈트랄준트 공자학원이 중의학 중심으로 특성화되면 많은 독일인이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믿었다. 사실 중국 공산당은 독일을 유럽에서 ‘일대일로’ 전략을 추진하는 데 가장 가치 있는 협력 국가로 보고 독일에 공자학원을 설립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쑨젠안(孫建安) 슈트랄준트 공자학원 중국 측 원장은 2017년 2월 ‘유러피언 타임스(The European Times)’와의 인터뷰에서 “슈트랄준트는 많은 외국인에게는 낯설겠지만, 뤼겐 섬 건너편에 위치해 있어 관광지인 뤼겐섬(Rügen·독일 북동부 발트해에 있는 독일 최대의 섬)의 육상 관문 역할을 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지역을 독일 북부의 중요한 관광지이자 휴양지라고 했다. 중의학을 특색으로 하는 슈트랄준트 공자학원은 바로 이러한 사회적·경제적 배경을 바탕으로 세워진 것이다. [13]

◇독일 청소년을 친중국화하는 데 주력한다

쉬린은 슈트랄준트 공자학원의 발전 계획과 관련해 “슈트랄준트 응용과학대학의 일부 학생들과 이 도시 중고등학생들을 중국에 초청해 여름캠프에 참가시켜야 한다”며 “청년들은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에 그들이 중국을 일찍 접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출처: 주석1)

중국을 알고 중국에 호감을 갖는 것은 나무랄 일이 아니다. 중국은 5천 년의 눈부신 문명과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은 바로 이 점을 이용해 당(黨)문화에 의해 변질된 ‘전통문화’를 내세워 외국인들을 기만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한반은 거액을 들여 해마다 전 세계에서 학생들을 모집하고 여름 캠프 및 각종 명목의 방중단을 꾸린 다음 중국으로 모셔와 ‘중국’을 알게 하고, 중국 공산당 찬가를 부르게 하고 있다.

스밍더 대사가 연설에서 “청소년은 양국 국민이 서로를 이해하는 우정의 사절이자 양국 간의 다리를 놓는 엔지니어”라고 밝힌 것처럼, 중국 공산당은 해외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 (출처: 주석1)

개원식에서 나온 중국 측 인사들의 발언은 그 자리에 있던 독일 최고 지도자에게 보내는 ‘장기적으로 협력하자’는 메시지였음이 분명하다. 물론 독일 지도자도 그것이 경제 협력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대학을 문화교류의 전초기지로 삼아 다방면에 침투한다

쉬린은 이 자리에서 독일의 중소기업인들을 중국에 초청해 양국 중소기업 간의 교류와 협력을 촉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독일 슈트랄준트 응용과학대학 총장이자 슈트랄준트 공자학원의 집행위원장인 팔크 호엔(Falk Hoehn)은 인사말에서 이 지역 중소기업들이 중국과 서로 이해하고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지역 발전에 활력을 불어넣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러피언 타임스 기자는 쑨젠안 슈트랄준트 공자학원 중국 측 원장에게 “슈트랄준트는 경제 발전, 산업 기반 등 여러 면에서 다른 지역보다 우수하지 않은데 공자학원은 왜 이곳을 택했나?”라고 물었다.

쑨젠안은 경제·정치·기업 교류는 결국 문화 교류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문화가 무대를 만들고, 경제가 공연을 한다(文化搭台, 經濟唱戲)”고 답했다. 그의 이 발언은 중국 공산당이 공자학원을 운영하는 목적과 방식을 한 마디로 요약했다. 즉, 중국 공산당은 문화 교류 방식을 통해 경제·정치 등 다양한 분야의 문을 열겠다는 것이다.

그는 또 독일 과학기술응용대학의 주요 임무는 기업에 필요한 엔지니어를 양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일 엔지니어의 3분의 2가 과학기술응용대학 출신이다. 이렇듯 대학의 가장 큰 역할 중 하나가 학교와 기업 간의 협력 및 교류를 강화하는 것이다. 1980년에 개교한 중국 허페이대학 역시 중국 안후이성과 독일 니더작센주의 문화 교류 및 협력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설립됐다. 따라서 슈트랄준트 공자학원이 양국 중소기업 간 교류에 주력하는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14]

이로써 우리는 시진핑이 공자학원의 새로운 기능을 확장해야 한다고 제안한 이유를 분명히 알 수 있다. 바로 정치·경제 등의 분야에서 중국 공산당의 국제적 위상을 끊임없이 다져야 한다는 것이다.

④ 슈트랄준트 공자학원, 메르켈 총리가 유치

메르켈 총리는 슈트랄준트 공자학원 개원식 연설에서 중요한 사실을 언급했다.

“지난해(2015년) 중국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를 만났던 장면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내가 중국으로 떠나기 전 슈트랄준트 시장이 내게 ‘허페이에서 만납시다’라고 했다. 내가 ‘어디서 만난다고요?’라고 묻자 그는 ‘중국에서 만나게 될 겁니다’라고 답했다. 그가 우리의 목적지를 나보다 먼저 알고 있었다는 것이 사실로 증명된 것이다. 안후이성은 리커창 총리의 고향이다. 우리는 그곳에서 양국 간의 교류를 확대했다.” [15]

BBC 보도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가 2015년 10월 29일 8번째로 중국을 방문했을 때는 마침 중국 공산당 18기 5중전회가 폐막할 즈음이었다. 5중전회의 핵심 의제가 ‘중국의 향후 5년간의 발전 계획에 대한 논의’였기 때문에 메르켈 총리의 방중 시기와 의제에 외부의 관심이 쏠렸다. 메르켈 총리는 리커창 총리의 초대에 응해 리커창의 고향인 안후이성을 방문했고, 외부에서는 ‘고향 외교’라는 평가가 나왔다.

BBC는 독일은 2015년 EU 28개국 중 중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였다고 밝혔다. 양국 무역액은 43년 전 수교 초기 2억 7400만 달러(약 3330억 5000만원)에서 2014년 1778억 달러(216조 1160억원)로 650배 가까이 늘어, 중국과 유럽의 경제 무역 총액의 거의 30%를 차지했다. [16]

2015년 10월 30일, 메르켈 총리와 리커창 총리는 허페이대학을 방문했다. 이 대학은 30년 동안 독일의 17개 대학과 교류 및 협력을 해왔다. 리커창 총리는 이 대학을 ‘중·독 실무협력의 성공사례’라고 칭찬했다. [17]

2015년 10월 30일 메르켈 총리가 안후이 방문 당시 리커창과 협정을 맺었다는 사실은 유로타임스 보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협정에서  독일은 17번째 공자학원을 설립하기로 했고, 반년 후인 2016년 3월 독일 북부 해안도시인 슈트랄준트의 공자학원이 정식으로 법적 등록 절차를 마쳤다.

이로 볼 때 메르켈 총리는 슈트랄준트 공자학원의 기획자이자 설립자로, 단지 개원식에 참석한 정도에 머물지 아니다.

슈트랄준트 공자학원의 쑨젠안 중국 측 원장은 ‘유러피언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공자학원의 설립 의의를 두 가지로 꼽았다. 하나는 메르켈 총리의 지역구이자 ‘정치적 고향’에 설립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과 독일 지도자가 인문 교류를 상당히 중시한다는 것을 보여준 점이다. [18]

그가 말한 ‘인문 교류’는 공자학원을 설립한 것을 의미하며, 공자학원을 설립하는 것은, 그가 ‘문화가 무대를 만들고, 경제가 공연을 한다’고 해석한 것처럼, ‘문화로써 경제가 공연할 무대를 만드는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슈트랄준트 공자학원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3년 후인 2019년 8월 30일, 메르켈 총리는 바쁜 와중에도 슈트랄준트 공자학원 창립 3주년 기념식에  축사를 보내 알렉산더 바드로 슈트랄준트 시장이 대독하게 했다.

메르켈 총리는 축사에서 이 공자학원이 성공적으로 발전해서 기쁘다며 “일련의 중·독 파트너십 협력 프로그램이 수립·유지·확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19]

독일 의회 자민당은 2020년 10월 9일 독일 연방정부에 보낸 두 번째 ‘간단한 대정부 질문(Kleine Anfrage) [20]’에서 공자학원 관련 질문을 22개 제기했다. 그중 6번째 질문이 “지금까지 연방총리, 연방장관, 국무비서관 또는 여타 정부 대표들 중에 누가 공자학원이나 한반이 주최하는 행사에 참석했는가?”이다.

또 하나의 질문은 “돌이켜보면 연방정부가 이러한 행사에 참여한 것이 이들 기관(공자학원 지칭)의 이미지와 대중의 신뢰도를 높이는 측면이 있었는데, 어떻게 평가하는가?”이다.

2020년 11월 9일, 독일 연방정부는 이 질문에 “최근 5년간 연방총리부와 연방 각 부처의 관리들이 공자학원이나 한반과 협력한 기록을 찾지 못했다”고 답했다. [21]

그렇다면 메르켈 총리가 리커창과 협의해 슈트랄준트 공자학원을 유치하고 현판식에 참여한 것 등은 무엇이며, 이와 관련한 보도는 또 무엇인가? 연방정부의 답변은 오히려 양국 지도부의 협력이 떳떳지 못하거나 드러난 것 이상으로 깊은 유착 관계였음을 반증하는 것일 수도 있다.

⑤ 중·독, ‘전방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발전

2016년 11월 24일, 함부르크대학에서 열린 ‘중·독 청소년 교류의 해’ 행사 폐막식에 류옌둥 중국 국무원 부총리(공자학원 본부 이사회 주석 겸임)와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부장관이 함께 참석해 연설을 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류옌둥은 중국과 독일의 ‘전방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현재 건강하고 안정적이며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녀는 중·독 청소년들이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양국 관계의 깊은 발전을 위해 끊임없는 동력을 제공하기를 바라며, 중·독 관계를 위해 더 많은 청년 사절과 우정 사절이 양성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22]

슈타인마이어도 연설에서 “교류, 우정, 미래는 중·독 학교 및 ‘청소년 교류의 해’의 좌표”라고 강조했다. [23]

중국정부망(中國政府網) 홈페이지에 따르면, 2016년 11월 25일 베를린 총리관저에서 메르켈을 만난 류옌둥은 “중국은 양국 고위급 인문교류 메커니즘이 되도록이면 빨리 공식적으로 구축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또 “며칠 후면 독일이 G20 의장국을 승계하게 되는데, 중국은 G20 함부르크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독일에 적극 협조하고자 한다”고 했다.

메르켈 총리는 항저우 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치른 데 대해 다시 한번 축하하면서 “독일은 중국 축구 발전에 도움을 주고 양국 청소년 교류가 강화되길 바라며, 양국 간 고위급 인문교류 메커니즘 구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24]

위에서 언급한 사례들은 메르켈이 2016년 8월 30일 직접 슈트랄준트 공자학원을 개원한 후 일어난 일이다. 이처럼 양국 관계는 갈수록 가까워졌다.

‘중·독 청소년 교류의 해’ 행사가 시작된 이래 중국과 독일이 공동 주최한 행사는 250개가 넘고, 중·독 청소년 3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 그 행사 중에는 ‘미래의 가교, 청년 리더 교류캠프’도 있다. 이 행사에서 중·독 양국의 정치·경제·과학·언론·사회 분야의 청년 리더 각 15명이 대화를 나눴다. [25]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자인 시진핑은 독일 측의 협력, 특히 독일 공자학원의 발전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2017년 7월 4일, 독일을 방문한 시진핑은 독일 주류 매체인 ‘디벨트(Die Welt)’에 ‘더 나은 세상을 위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냈다.

그중 일부 내용은 다음과 같다.

“중국은 독일에 중국문화센터를 비롯해 공자학원 19곳과 공자학당 4곳을 개설했다. 독일 괴테스티튜트(Goethe-Institut)와 독일학술교류처(DAAD) 등의 중국 내 기관들도 중·독 인문 교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 학생 4만여 명이 독일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그들은 독일 내 최대 외국인 유학생 집단이다. 중국에는 독일의 전문가가 3만 명, 독일 유학생이 8200명 있다. 2016년 중국과 독일의 인적 교류는 200만 명을 넘어섰다. 두 나라 사이의 지역 교류도 활발해서 현재 양국에서 자매도시 결연을 맺은 지자체(중국은 省, 독일은 州)가 91개에 이른다.” [26]

중국 공산당은 독일과 긴밀한 파트너십을 유지하기를 원한다. 시진핑은 2014년에 중국과 독일 청소년 간의 교류를 강화할 것을 제안했다. 그로부터 2년 뒤인 2016년 양국 정상은 ‘중·독 청소년 교류의 해’ 행사의 개·폐막식에 함께 참석했다.

독일 공자학원 홈페이지 첫 화면을 보면 ‘2016년 중·독 청소년 교류의 해(Deutsch-Chinesisches Jahr für Schüler-und Jugendaustaustausch)’라고 적힌 중국어·독일어 자막과 엠블럼이 눈에 띈다. [27]

이는 공자학원이 중·독 양국의 우의를 증진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중국 공산당 지도자의 뜻을 전하는 도구로 이용될 뿐 아니라, 양국의 청소년 교류 행사가 공자학원을 선전하고 몸값을 높이는 데 이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