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프랑스 EU 15개국, 대만과 투자 포럼…무역 등 관계 강화 신호탄

류지윤
2020년 09월 24일 오후 6:29 업데이트: 2020년 09월 24일 오후 6:47

미국을 주축으로 한 서방 각국과 중국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유럽 연합(EU)과 대만 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일본 경제전문지 닛케이 아시안 리뷰는 22일(현지 시각) 독일, 프랑스 등 EU 주요 15개국이 공동으로 대만 투자 유치 포럼을 개최했다며 “기념비적 투자 포럼”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투자 포럼은 대만에 있는 유럽연합 대표처 격인 ‘유럽경제무역사무처’에서 주최했으며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스페인 등이다.

주최 측 대표는 포럼 개막 연설에서 “코로나19(중공 폐렴) 팬데믹으로 노출된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을 보완하기 위해서”라며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또한 EU와 대만 양측이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공정한 국제무역 시스템이라는 동일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의 폐쇄적이고 불투명하며 불공정한 무역관행을 우회 비판하며 대만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대만은 팬데믹 사태를 계기로 외교 관계 확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날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EU는 대만의 최대 투자국”이라며 “내수 확대와 국제관계 강화를 위해 강력한 투자 환경을 조성했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차이 총통은 또한 “우리는 EU와 마찬가지로 공정하고 예측 가능한 업무를 통해 상호 호혜적인 글로벌 파트너십 구축을 장려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7일 우자오셰 대만 외교부장은 언론 브리핑에서 “오랫동안 대만은 중국이라는 단일 국가에만 투자해왔지만, 그곳의 투자 환경이 변함에 따라 현지의 많은 대만 기업이 다른 곳으로 옮기는 문제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EU는 대만과 민주주의·자유·인권이라는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며 자국 기업에 EU 투자확대를 호소하는 한편, “대만 역시 유럽 각국이 투자하기 좋은 나라”라고 강조했다.

이번 투자 포럼 개최는 베이징에 대한 EU의 불신이 커지는 시기와 맞물렸다.

지난 14일 열린 EU-중국 정상회의에서 EU 정상들은 “유럽은 더는 손해를 보지 않을 것”이라며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를 향해 공정한 무역관계를 요구했고, EU 장관들 역시 시장 개방과 인권 존중을 베이징에 촉구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유럽은 다른 사람들이 장난치는 곳이 아니다”라며 중국이 약속했던 공정하고 자유로운 무역을 이행하지 않고 있음을 꼬집었다. 중국을 바라보는 EU의 달라진 시선을 드러낸 발언이기도 했다.

중국은 왕이 외교부장이 지난 8월 말~9월 초 독일, 프랑스 등 유럽 5개국을 방문하며 중국과 협력 강화를 강조했지만, 그동안 중국과 무역에 적극적이었던 유럽의 반응은 예상외로 미지근했다.

인권 문제에 대한 지적도 잇따랐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독일은) 미국과 러시아, 중국 사이에서 장난감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홍콩 입법회 선거의 신속한 실시와 홍콩 국가안전법 폐지를 왕이 외교부장에게 요구했다.

네덜란드 외무장관도 홍콩 국가안전법과 중국 소수민족 위구르족 인권상황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한편, 대만은 이번 투자 포럼을 계기로 정보통신(IT) 외에 바이오, 건강, 관광 분야에서 EU와 무역 관계를 증대한다는 방침이다. EU-대만 간 투자협정 협상도 제안했다.

2019년도 기준으로 대만은 EU의 15번째 교역 파트너이고 EU는 중국, 미국, 일본에 이어 대만의 4번째 교역 파트너다.

애플과 구글의 공급업체인 팍스콘 등 대만 주요 제조업체들은 체코, 폴란드, 독일, 슬로바키아, 헝가리 등 유럽 여러 국가에 제조공장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