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토박이인 일본 할아버지가 5년째 한국어를 공부하는 이유

황효정
2020년 08월 4일 오전 11:30 업데이트: 2022년 12월 14일 오전 9:39

여기, 여든을 바라보는 도쿄 토박이 일본인 할아버지가 있다.

할아버지는 매일 아침 산책을 한다. 동네 강변으로 산책을 가서 할아버지가 하는 일은 한국어 말하기 연습.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열심히 한국말을 또박또박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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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에 푹 빠진 할아버지, 후루사와 이사오 할아버지가 한국어를 공부하게 된 계기는 우연했다.

몇 년 전, 한국에 여행을 왔던 할아버지는 “곤니치와”라고 일본어로 인사를 건네는 자기 또래 할머니들을 마주치고 놀랐다.

할머니들이 어릴 적, 일제 강점기에는 학교에서 일본어밖에 쓸 수 없었다. 한국말을 한 학생은 맞기도 했다. 할머니들은 살기 위해 일본어를 익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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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모국어를 빼앗긴 슬픔은 잊기 힘든 일이라는 것을 강하게 느꼈어요”라고 고백했다.

미안하다고, 할머니들께 위로와 사죄를 꼭 하고 싶었던 할아버지는 그 뒤로 한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한국어로 전하고 싶은 진심이 많았다. 그 뒤로 꼬박 5년 동안 한국어를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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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다음에 갈 때는 조금은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한 번쯤 가서 한국어로 대화해보고 싶습니다”라고 쑥스럽게 웃으며 작은 소망을 밝혔다.

얼마 전, 할아버지는 목표였던 전 일본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 참가해 할머니들의 사연을 주제로 발표했다.

“모국어를 빼앗긴 할머니들의 아픔을 절대 잊지 않기 위해서라도 한국에서는 한국어로만 말하자고 결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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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할아버지는 사연만큼 값지고 특별한 ‘특별상’을 탔다.

할아버지는 하루라도 빨리, 조금이라도 건강할 때 다시 한번 한국을 찾고 싶다.

모국어를 빼앗긴 가슴 시린 조선의 역사는 결코 되돌릴 수는 없지만, 서툰 한국어일지라도 작은 위로를 전할 수만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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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좋아하는 윤동주 시인의 서시에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이라는 구절이 있는데요.

저는 70살이 넘어서 시작해서 역시 죽는 날까지 신세 진 한국 사람들과 열심히 공부하고 싶다는 것을,

‘죽는 날까지’라는 제목으로 해서 공부하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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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루사와 이사오 할아버지의 이같은 사연은 지난해 YTN을 통해 소개되며 지금까지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회자되는 중이다.

누리꾼들은 “일본에도 이런 분들이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다”며 “이런 분들이 좀 더 소개되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