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가려면 주석 말씀 외워라? 중국 대입 시험 작문에 시진핑 어록 등장

최창근
2023년 06월 8일 오후 3:07 업데이트: 2023년 06월 8일 오후 6:07

대학 가려면 ‘시진핑 말씀’을 외워야 한다?

중국 현대사의 암흑기로 꼽히는 문화대혁명(1966~76년) 시절, 홍위병들은 ‘마오쩌둥 어록’을 읽고 암기했다. 50년의 시간이 흐른 오늘날 중국 대입 수험생들은 ‘시진핑 어록’을 암기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CTV 등 중국 현지 매체들은 6월 8일, 올해 대학입학시험 관련 보도를 했다. 중국판 수능 시험 가오카오(高考)는 요일과 상관없이 매년 6월 7일과 8일, 이틀에 걸쳐서 진행된다. 과목은 언어 영역, 수리 영역, 사회탐구(문과) 또는 과학탐구(이과) 영역, 외국어 영역 등으로 구성된다. 언어 영역은 논술이 포함되어 있는데 공통 주제 1개와 지역마다 다른 주제 1개에 대해 서술해야 한다. 외국어 영역은 영어, 일본어, 러시아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중에서 선택한다.

첫날인 6월 7일 치러진 언어 영역 작문시험 전국 공통 문제 4개 가운데 한 문제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어록’을 제시한 뒤 수험생들의 생각을 서술하도록 했다. 제시문은 ‘남의 등불을 끈다고 해서 자신이 더 빛나는 것은 아니다(吹滅別人的燈, 並不會讓自己更加光明)’라는 글귀와 ‘꽃 한 송이만 피면 봄이 아니고 백화제방해야 봄이 뜰에 가득하며(一花獨放不是春, 百花齊放春滿園), 세상에 한 송이 꽃만 있다면 아무리 아름다워도 단조롭다(如果世界上只有一種花朵, 就算這種花朵再美, 那也是單調的)’는 구절로 모두 시진핑의 발언에 연원을 두고 있다. 제시문은 “이 문장들은 시 주석의 연설 내용의 일부로, 생생한 언어로 보편적인 이치를 설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확한 시각과 분명한 입장, 명료한 문체로 이 문장에 대한 인식을 800자 이상으로 정리하라.”고 했다.

‘남의 등불을 끈다고 해서 자신이 더 빛나는 것은 아니다.’라는 문장은 지난 3월, 시진핑 주석이 ‘중국 공산당과 세계 정당 고위층 토론회’에서 한 발언이다. 당시 시진핑은 “현대화를 추구하는 그 어떤 나라도 단결과 협력, 공동 발전의 이념을 견지하고 공동 번영의 길로 가야 한다. 앞서가는 나라는 진심으로 다른 국가의 발전을 도와야 하며, 다른 사람의 등불을 끈다고 해서 자신이 더 빛나는 것은 아니고, 다른 사람의 길을 막으면 자신도 더 멀리 갈 수 없다.”고 공동 행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백화제방’ 관련 제시문은 2014년 3월, 시진핑의 프랑스 유네스코 본부 연설의 일부이다. 그는 “중화 문명은 다른 문명과 끊임없이 교류하며 형성된 문명이며 종이 제조법과 화약, 인쇄술, 나침반 등 중국의 4대 문명은 세계의 변혁과 르네상스를 이끌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중국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기관지 ‘중국청년보(中國靑年報)’는 해당 문제에 대하여 “사상의 기치(旗幟)를 높이 들고 이상과 신념을 굳건하게 하는 문제이다.”라고 해설했다.

지난 2022년 중국공산당 총서기 3연임에 성공한 시진핑 1인 독주 체제가 강화된 가운데 중국공산당은 지난 4월, 시진핑의 어록인 ‘시진핑저작선독’을 대학 교재로 채택했다. 이어 대학입시에 ‘어록’을 출제함으로써 고등학생에게까지 시진핑 어록 공부를 강요하고 있다.

시진핑 어록이 출제된 작문시험은 가오카오 언어 영역 점수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이에 매년 작문시험에서 제시되는 주제는 중국 사회에서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