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 4인 첫 법정 TV토론…경제 정책 대결

이윤정
2022년 02월 22일 오전 5:45 업데이트: 2022년 02월 22일 오전 5:45

경제 위기 대응 방안·차기 정부 경제 정책 놓고 격돌
李 “기업 규제 합리화·불공정 완화” 尹 “디지털 전환·규제 완화”
安 “규제 철폐·기업 자율성” 沈 “불평등 해소·녹색 전환”

대통령선거를 16일 앞둔 2월 21일, ‘경제 분야’를 주제로 대선 후보 4인의 TV토론이 열렸다.

이번 토론은 4명 후보의 3번째 TV토론이자 공직선거법에 따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주관하는 첫 법정 TV 토론이다. 토론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오후 8시부터 2시간 동안 생방송으로 진행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윤석열 국민의힘·안철수 국민의당·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15일 이후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코로나19 경제 위기 대응 방안

첫 공통질문은 ‘코로나19 경제 위기 대응 방안’이었다.

이재명 후보는 재정 도입을 통한 100% 손실 보상을 강조했다. 그는 “국가의 제1 임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 지키는 것”이라며 “감염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도 국가가 다 책임져야 할 부분이지만, 안타깝게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대신 책임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시기에 발생한 자영업자·소상공인·택배노동자 등의 손실을 전부 보상하겠다”며 “이번 추경도 곧 통과되겠지만, 추후 긴급재정명령권을 행사해서라도 반드시 책임질 것”이라고 다짐했다. 아울러 “향후에 손실은 100% 확실하게 보상하고 지원하겠다”며 “유연하고 스마트한 방역시스템을 도입해서 국민들이 경제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후보는 손실 보상과 함께 재정 건전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코로나로 인해 빈곤층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국가 첫 의무는 빈곤층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지금 빈곤층을 제대로 보호하지 않으면 나중에 엄청난 복지 재정이 또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방역’이라는 공공정책 아래서 손실을 본 분들이라서 헌법상 손실보상의 개념으로 확실하고 신속하게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며 “금융 지원과 세제 지원을 해야 하고 코로나 대응을 위해 확장재정과 금융확장정책 때문에 돈을 많이 썼지만,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정부가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후보도 재정 건전성을 강조했다. 그는 “재난 지원을 위해 국가 재정을 늘리는 건 불가피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재정의 건전·안전성을 유지하는 두 마리 토끼 잡아야 하는 문제가 있다”며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첫째 전 국민 재난지원금 같은 포퓰리즘 정책을 배척하고 대신 소상공인 그리고 자영업자 등 피해를 당한 분들에게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며 “두 번째는 코로나19 특별회계를 만드는 게 바람직하다. 특별회계를 한다면 땜질식 추경이 아니라 법률적으로 세입세출을 규정할 수 있으므로 안정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상정 후보는 부유층에게 더 큰 고통 분담을 지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코로나는 곧 경제 위기다. 지난 코로나 1년 국가가 돌보지 않은 자영업자, 소상공인, 비정규직 노동자 등이 헤어날 수 없는 가난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환의 리더십으로 대한민국을 불평등으로부터 구해내겠다. 확장 재정과 부유층에 더 큰 고통 분담을 요구해 코로나 재난을 회복하고 그린 경제로 새로운 도약의 길을 열겠다”고 덧붙였다.

경제 분야 토론 장면 | 화면 캡처

경제 대책 토론

이어 경제 대책에 관한 시간총량제 토론으로 각 후보에게 6분씩 주어졌다. 이 후보와 윤 후보는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 문제를 놓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이 후보가 먼저 “국민의힘은 지금 이 순간에도 극단적 선택을 고민할 정도로 힘든 우리 국민들을 위해서 신속하게 좀 지원하자는 것에 대해 반대를 하는 것인지 지금도 추경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데 정말 이해가 안 된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자 윤 후보는 “작년 9월부터 자영업자, 소상공인에게 약 50조 정도의 재원을 시급히 마련해 손실보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그런데 민주당은 손실 보상 없는 손실보상법을 작년 7월에 날치기 통과했다. 이 후보는 그동안 손실 보상에 대한 얘기를 한 적 없이 전 국민 재난지원금만 작년 내내 30만~100만 원 얘기하고 저보고 포퓰리즘이라고 한다”라고 맞받아쳤다.

두 후보는 적정 국가 부채비율을 놓고도 충돌했다.

윤 후보가 이 후보를 향해 “국채를 얼마든 발행해도 된다는 뜻인가”라며 적정 국채 규모를 묻자 이 후보는 “우리나라 국민의 가계부채 비율이 전 세계적으로 제일 높다”며 “국가부채 비율은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축에 속한다. 다른 나라는 110%가 넘는데, 우리나라는 50%가 안 된다. 국가 부담을 개인에게 떠넘겼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이에 윤 후보가 “질문에 자꾸 딴 얘기를 한다”며 다시 같은 질문을 했고 이 후보는 “얼마든지 하면 당연히 안 된다. 제가 언제 얼마든지 발행해도 된다고 했나. 거짓말이다”라며 “무제한 국채 발행’을 언급한 바 없다”고 되받았다.

안 후보는 “다른 주요 선진국들은 평균 15% 정도 재정을 낮추는 긴축 재정에 돌입했는데 왜 우리나라만 이렇게 확장 재정을 해야만 되는지, 또 그것과 엇박자가 나는 것이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이라며 “금리 인상과 확장 재정을 동시에 하면 금리 인상의 효과가 사라져서 금리를 더 인상해야 되고 그렇게 되면 돈을 빌린 서민들이 굉장히 고통을 많이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가 확산할 때마다 계속 추경으로 땜질하는 것은 굉장히 비정상적”이라며 “추경은 주로 국채를 발행해서 빚을 얻는 것이라 지속 가능하지도 않고 우리나라 국가 재정을 누더기로 만드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심 후보는 “지난 2년 동안 코로나로 늘어난 소상공인의 부채가 240조”라며 “최소한 코로나 시기 2년 동안의 부채 이자만이라도 탕감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소상공인 대출이 140조 원이나 된다”면서 “이분들에 대해서는 만기 연장, 이자 유예, 장기 저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도록 트랙이 마련돼 줘야 한다. 파산 위기에 몰린 채무자들은 원할 경우 채무 조정을 할 수 있는 특별 트랙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기 정부 경제정책

네 후보는 차기 정부 경제 정책 방향성을 두고서는 뚜렷한 시각차를 보였다.

이 후보는 “먹고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게 없다”며 기업 규제 합리화 및 불공정 완화를 강조했다. 그는 “정부에게 중요한 일은 민생을 챙기는 것이지 정치보복을 하는 게 아니다”라며 “민생 중에서도 경제를 챙겨야 한다. 불공정 완화를 통해 성장의 길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학 기술에 대한 투자와 인프라 구축이 꼭 필요하다. 교육개혁을 통해 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규제도 합리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성장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G5 경제 강국, 국민 소득 5만 달러, 주가지수 5000포인트의 나라를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윤 후보는 디지털 전환과 규제 완화를 핵심으로 내세웠다. 그는 “지금은 초저성장시대다. 양극화 해소가 어렵고 계층 이동이 어렵다. 계층이 고착화되기 쉽다”며 “초저성장을 극복하기 위해선 재정정책이나 금융정책으로는 어렵다. 결국 우리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 전환에서 한 걸음 나아가 디지털 데이터 경제를 강하게 키워야 한다”며 “정부는 시장과 기업을 존중하고 규제를 풀면서 교육개혁과 노동 개혁을 추진해감으로써 산업구조를 고도화하는 것만이 초저성장 탈피, 양극화 극복 방안”이라고 역설했다.

안 후보는 규제 철폐와 기업의 자율성을 강조했다. 그는 “국가 경제 정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원칙은 경제성장과 일자리는 민간에서 만들고 정부는 그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기반 세 가지로 △산업구조 조정 △과학 기술 투자, 세계 1위 기술 확보 △인재 양성을 꼽았다.

그러면서 “산업구조 개혁이 중요하다는 건 제가 벤처기업을 경영하면서 뼈저리게 느꼈다”며 “정부는 관치 경제에서 손을 떼고 규제를 철폐해서 기업에 자유와 자율성을 줘야 한다. 공정한 시장경제를 만들고 사회적 안전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 후보는 ‘불평등 해소’와 ‘녹색 전환’을 키워드로 제시했다. “대한민국은 명실상부 세계 10위 경제선진국이지만, 자살률·노인빈곤율·중대 재해율은 최고인데 출생률은 최저”라며 “이제 시민의 삶을 바꾸는 정치를 해야 한다. 세계는 디지털 혁명을 넘어 녹색산업 혁명으로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노동법으로 소득 불평등을, 제2의 토지혁명으로 자산 불평등을, 주 4일제로 사회혁신을 이루겠다”며 “그린 경제로 전략산업의 탈탄소 전환을 서두르고 지역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으로 지역 균형 발전과 청년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李 vs 尹 설전 : 법인카드 유용·대장동 녹취록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토론 장면 | 화면 캡처

이날 이 후보와 윤 후보는 ‘대장동 의혹’ ‘법인카드 유용’ 등을 놓고 격돌했다.

윤 후보가 시간 총량제 토론에서 “민주주의와 경제발전 이야기를 하셨는데, 언론에 연일 나오는 경기지사 법인카드 공금 횡령에 대해 말을 하지 않는다. 공무원들의 마음이 다 떠나가고 있다. 여기에 대해 제대로 조사하고 본인이 엄정하게 책임지는 것이 민주주의이고 이렇게 해서 사람들의 일할 의욕을 북돋는 것이 경제발전의 기본 아니냐”라고 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대장동 의혹의 핵심인 김만배 씨와 대화자의 녹취가 적힌 ‘화천대유 관계자 녹취록’ 패널을 꺼내 들고 적힌 대로 읽어 내려갔다.

이에 대해 윤 후보는 주도권 토론 시간에 “통화 녹취록 말하는데 그 사람들은 이재명하고 훨씬 가까운 측근”이라며 “저는 10년간 본 적도 없고 정영학 알지도 못하고 내용도 없잖은가”라고 반박했다. 이어 “제가 듣기로 녹취록 끝부분 가면 ‘이재명 게이트’라는 말을 김만배가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저는 그 사람들, 정영학·남욱 본 일도 없다. 무슨 측근에 가까운 사람인가. 이재명 게이트라고 있다고 했나? 그 녹취록 내라. 허위사실이면 후보 사퇴하시겠는가. 그거 있었으면 지금까지 가만히 있었겠는가. ‘그분이 이재명이다’ 수없이 주장해놓고 이제 와서 이런 거짓말을 하는가”라고 받아쳤다.

윤 후보는 “그만하라”면서 “계속 질문하면 딴 이야기하니까 토론이 안 된다”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마무리 발언

이 후보는 “경제, 아무렇게나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라며 “정치적 목적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삶이 훨씬 더 중요하다. 능력 있고 또 능력이 실적으로 검증된, 위기에 강한 리더가 꼭 필요하다. 대한민국의 경제 저 이재명에게 맡겨달라”고 호소했다.

윤 후보는 “민간과 시장을 존중해서 민주당 정권에서 여러분이 고통받았던 일자리, 집값, 또 코로나 이런 문제들을 제가 잘 해결을 하겠다”며 “여러분들이 만약 딸이나 아들의 상대로 정직하고 헌신적이며 합리적이고 유능한 사람을 구하신다면 여러분의 자녀는 누구한테 맡길 수 있는지 판단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발언을 마쳤다.

안 후보는 “많은 분이 실제로 바라는 것은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고 정권교체는 그를 위한 수단이다. 이를 위해서는 도덕적이고 유능한 대통령이 필요하다”며 “저는 기업을 만들어보고 돈을 벌어본 사람이다. 제게 기회를 주신다면 미래 먹거리, 미래 일자리를 반드시 만들어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심 후보는 시민 발언을 인용해 “장애인들이 요즘 매일 아침 이동권 예산을 촉구하면서 지하철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 대한 책임은 세계 10위 경제 선진국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장애인들에게 이동권조차 보장하지 못한 정치권에 있다고 생각한다. 대선 후보로서 매우 죄송하다는 말씀드리고 이동권 예산 확보뿐만 아니라 장애인이 인간다운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장애 선진국 만들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마무리했다.

한편,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하는 법정토론은 오는 25일(정치), 3월 2일(사회) 2차례 더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