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갈족·먹튀·스파이·노쇼·솔저’…주한 중국대사 8인 행적 논란

에포크타임스 중국전략연구소
2023년 08월 17일 오후 11:05 업데이트: 2023년 08월 18일 오후 4:05

지난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현재까지 한국에는 총 여덟 명의 중국 대사가 부임했다. 각양각색의 이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거친 말과 행동으로 물의를 빚어왔다는 사실이다. 이들 중에는 놀랍게도 진짜 ‘간첩’이 된 전직 대사도 있다.

에포크미디어코리아 중국전략연구소가 펴낸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자료집인 ‘역대 주한 중국대사의 행적과 논란’에 따르면,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초대 대사 장팅옌은 한중 수교 전 베이징과 평양을 오가며 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실제 장팅옌은 진한 북한 사투리를 구사했다.

장팅옌은 대사 부임 후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한중 수교 과정에서 6·25 전쟁과 관련해 중국이 한국 측에 유감을 표시할 필요도 없다”고 발언했다. 이후 장팅옌은 중국도 6·25 전쟁의 피해자라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중국이 북한을 도와 6·25 전쟁에 참전하고 결과적으로 한반도 분단의 원인을 제공한 사실을 부정하고, 나아가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는 한국 정부의 공식 발표와 반대되는 내용이기도 하다.

이상옥 외무장관과 첸치천 중국외교부장이 ‘한·중 외교관계 수립에 관한 공동성명’에 서명하고 있다. 1992.8.24 | 연합뉴스

2대 대사 우다웨이는 각종 현안에 대해 중국 입장을 강하게 대변한 인물로 유명하다.

대표적으로 탈북자 문제가 있다. 우다웨이는 “탈북자는 난민이 아니다. 탈북자 문제는 중국과 북한 사이의 문제이며 이를 거론하는 것은 내정 간섭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우다웨이의 내정 간섭성 발언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지난 2000년, 티베트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방한 일정이 잡혔다. 그러자 우다웨이는 “중국을 분열시키려는 달라이 라마가 한국에 오면 양국 간 관계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며 우리 정부를 협박했다.

우다웨이의 후임 3대 대사 리빈 또한 논란을 빚은 대표적인 인물로 거론된다.

외교부 부국장 출신인 리빈은 대사 내정 때부터 중국이 한국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말이 많았다. 한국은 장관이나 차관급 고위직을 중국 대사로 보내는데, 국장급인 외교부 부국장을 보내다니 격(格)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2004년 천수이볜 대만 총통의 취임식에 한국 여야 국회의원들이 참석하려 하자 중국대사관은 국회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대만에 가지 않는 게 좋겠다”라며 사실상 협박을 했다.

당시 종용 전화를 받은 의원들은 “국민의 대표이자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을 우습게 봤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한국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상식 밖의 일을 벌인 리빈은 2005년, 4년의 대사 임기를 마쳤다.

그러다 2008년 충격적인 보도가 전해졌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리빈이 한국 정보기관에 김정일, 북한, 북중 관계 등에 관한 정보를 정기적으로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리빈이 한국 측에 포섭돼 스파이가 된 것이다. 다시 말해 중국 대사가 한국 스파이였다는 말이다.

2011년 인민해방군 소장 진이난은 “세상에 어느 나라에서 외교부 대사가 주재국 간첩이 되나? 그런 예는 지금껏 없었다. 그런데 중국에서 발생했다. 사건은 너무도 치욕스럽고 손해 막심한 것이었다. 다만 이를 공식적으로 알릴 수 없어서 경제 문제를 대고 7년 정도 징역형만 선고한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진이난의 말대로 리빈은 7년형을 선고받았다. 혐의에 비해 가벼운 형이 선고된 것인데, 중국의 체면 문제와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 등을 역임한 다이빙궈의 구명 노력이 복합 작용했다고 전해진다.

리빈과 김일성종합대 동기동창이기도 한 4대 대사 닝푸쿠이 역시 대사 임기 내내 문제를 일으켰다.

2008년 1월 닝푸쿠이는 문화 주권 침해 논란에 휘말렸다. 그해 서울과 부산에서는 션윈예술단 내한 공연이 예정돼 있었다. 중국대사관은 이를 취소하도록 압력을 넣었다.

닝푸쿠이의 가장 큰 오점은 같은 해 4월 발생한 중국인 유학생 집단 폭력 사건이다. 당시 서울에서는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성화 봉송 행사가 열렸는데, 행사에 참가한 중국인 유학생들이 한국 시민과 경찰을 향해 폭력을 행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폭력 사건 현장에는 중국대사관 국방무관을 비롯한 대사관 관계자들도 있었다. 중국대사관이 폭력을 방조했다는 의미다.

닝푸쿠이는 “일부 중국 청년들이 과격 행동을 해 한국 경찰과 기자 등이 부상한 것에 대한 위로와 감사”를 전했다.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이에 폭력 피해자 중 일부는 닝푸쿠이를 고소하기도 했다. 주재국 대사로서 피소당하는 불명예를 안게 된 닝푸쿠이는 6개월 후인 10월에 이임, 한국을 떠났다.

5대 대사 청융화는 이른바 먹튀 논란의 주인공이다.

이 시기 쌍용자동차의 대주주는 중국 상하이자동차였다. 상하이자동차는 쌍용자동차 인수 시 신차 개발 비용 등 1조 2000억 원 투자, 차량 30만 대 생산을 약속했다.

상하이자동차 관계자들과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을 방문한 청융화는 “쌍용자동차는 중국 기업이 한국에 투자한 가장 큰 기업으로 중국 정부에서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중국 정부는 쌍용자동차에 대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며 필요하다면 한국 정부와 협력해서 쌍용자동차가 발전할 수 있도록 협의해 나갈 것이다”라고 발표했다.

문제는 상하이자동차가 투자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신 상하이자동차는 기술만 쏙 빼갔다.

상하이자동차는 이후 쌍용차를 매각하겠다고 공표하고 한국 시장에서 완전 철수하며 ‘완전 먹튀’에 성공했다.

6대 대사 장신썬이 부임할 무렵인 2010년 남북 관계는 경색됐다. 그해 3월 26일 천안함 피격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약 한 달 뒤인 5월, 북한의 김정일이 베이징을 방문했다. 이를 두고 중국 정부가 북한에 ‘천안함 사건 면죄부를 준 것이다’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파문이 일었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중국 측이 김정일의 방중에 관해 사전 통지나 언질을 주지 않은 데 대해 깊은 우려를 전달했다.

그러나 장신썬은 공식 석상에서 ‘천안함 침몰 책임에 무관하다’는 북한 입장을 대변했다.

그러다 11월 23일, 연평도 포격 사건이 일어났다. 중국은 역시 해당 사건에 대해서도 모호한 발언 또는 아예 회피하는 것으로 일관했다.

사건 이후 장신썬은 한 달간 휴가를 명목으로 한국을 비웠다. 소위 ‘노쇼’를 한 것이다.

7대 대사 추궈훙은 북한이 제4차 핵실험을 강행한 2016년 한국이 사드 배치를 검토하겠다는 의향을 밝히자 곧바로 “한중 관계 발전을 위한 그동안의 노력이 순식간에 파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사드 배치는 우리의 자위권 차원의 조치로 안보와 국익에 따라 결정할 사안”이라고 항의했다.

외교가에서는 “주재국이 국익과 안보를 위해 내린 결정에 대해 대사가 이렇게 경솔하고 노골적인 발언을 하다니 놀랍다. 굉장히 무례한 행동”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같은 해 중국대사관은 또다시 션윈예술단 한국 공연 대관계약을 취소하라고 서울 KBS홀에 압력을 넣어 문화주권 침해 논란을 빚었다.

싱하이밍 현 중국대사는 결례를 넘어 한국 정치에 노골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싱하이밍 현 주한 중국대사|연합뉴스

2020년 부임 전부터 외교가에서는 언젠가 크게 사고 칠 인물이라고 예견했다는 싱하이밍은 지난 6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회동에서 내정 간섭성 발언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다.

2021년에는 당시 윤석열 대통령 예비후보가 “중국이 사드 배치 철회를 주장하려면 자국 국경 인근에 배치한 장거리 레이더를 먼저 철수해야 한다”고 인터뷰하자 다음 날 “중국 레이더 언급 발언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천하의 대세를 따라야 창성한다는 말이 있다. 한국은 중국을 따라야 한다”고 압박했다.

싱하이밍은 부임한 지 3년이 지났다. 언제 교체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임기다.

문제는 ‘여우 피하려다 호랑이 만난다’는 말처럼 후임 대사로 거론되는 인물들도 만만치 않다는 데 있다.

가장 유력한 차기 대사 후보는 김일성종합대 출신인 천하이 현 미얀마 대사다. 주한미군 사드 배치와 관련해 한국을 향해 “소국이 대국에 대항해서야 되겠느냐”라고 발언, 한국인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바 있다.

천하이와 더불어 차기 대사 하마평에 오른 인물은 장청강 주광주 총영사다. 장청강도 만만치 않다. 지난 5월 광주 5·18기념재단은 2023 광주인권상 수상자로 홍콩 인권변호사 초우항텅을 선정했다. 그러자 장청관은 5·18기념재단을 직접 방문해 시상 철회를 요구했다. 내정 간섭을 제대로 한 셈이다.

*황효정 기자가 이 영상기사의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