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NSC 비서장, 외교부장 방미 임박… 매카시 하원의장 대만방문 논의할듯

최창근
2023년 02월 20일 오후 1:43 업데이트: 2023년 05월 25일 오후 4:14

국가안전회의(NSC) 비서장(상임위원 겸 사무총장에 해당), 행정원 외교부장 등 대만 외교안보 분야 수뇌부의 미국 방문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자유시보’ ‘연합보’ 등 대만 주요 신문들은 2월 20일, 장치천(江啓臣) 국민당 입법위원을 인용하여 “국가안전회의 비서장, 외교부장 일행이 조만간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며, 방문 시 케빈 매카시 신임 미국 연방 하원의장 대만 방문을 논의할 예정이다.”라고 보도했다.

‘자유시보’는 구리슝(顧立雄) 국가안전회의 비서장, 우자오셰(吳釗燮)의 방미 시 미국의 대(對)대만 무기 판매 가속화, 경제·무역 문제, 대만의 국제기구 참여 확대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만 둥우대(東吳大) 정치학과 교수 출신의 장치천 입법위원은 대만 중부 타이중(臺中)을 지역구로 둔 3선 입법위원으로 마잉주(馬英九) 정부 시절인 2010~11년 행정원 신문국장(국정홍보처장 겸 정부대변인), 2020~21년 국민당 주석을 역임한 외교안보 전문가이다. 국민당 내 대표적인 미국통으로도 꼽힌다.

장치천 입법위원의 해당 발언은 케빈 매카시 연방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된 가운데 나온 것이라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고 대만 언론들은 전했다. 장치천 입법위원의 발언을 종합할 때 매카시 하원의장의 2023년 연내 대만 방문은 확실시되지만 구체적인 시기는 미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연방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명분으로 중국 인민해방군은 대만 봉쇄 훈련을 실시했다. 이후 대만해협에서 실탄 사용 훈련 등 무력 시위가 연말까지 이어졌다.

중국은 매카시 신임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도 강력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1월 30일,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매카시 하원의장을 직접 거명하지 않은 채 “미국의 특정 인사도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진지하게 준수해야 한다. 국제 관계의 기본적인 규범에 위배하는 어떤 행동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매카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하면 미국 현역 연방 하원의장으로는 1997년 뉴트 깅그리치, 2022년 낸시 펠로시에 이어 3번째가 된다. 미국 대통령, 부통령(상원의장 겸임)에 이어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이기에 중국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1979년 1월 1일, 미중수교 공동성명 발표 후 ‘하나의 중국’ 원칙에 의거하여 미국은 중국(중화인민공화국)과 국교를 정상화하고 동시에 대만(중화민국)과는 단교했다. 이후 고위층 방문 등은 자제해 왔다.

대만 방문 이슈의 중심에 선 공화당 소속 매카시 의장은 2020년 5월, 하원의원들로 구성된 ‘중국 태스크포스’를 조직해 대중국 공세를 주도했다. 올해 하원의장 취임 직후에는 ‘미국과 중국공산당 간 전략 경쟁에 관한 특별위원회’를 설치한 미국 의회 내 대표적인 ‘반중 인사’로 통한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는 1월 28일, 전문가 발언을 인용하여 “매카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하면 펠로시 전 의장의 방문 때보다 중국 측 대응의 강도가 더 세질 것이다.”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매카시 의장은 2월 1일, “언제든 어디서든 나는 내가 어디에 갈 수 있는지 중국이 내게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중국의 주장을 일축했다.

장치천 입법위원은 지난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인해 고조된 대만해협 위기, 미중 갈등 격화 등을 들어 “바이든 행정부는 그의 대만 방문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집권 민진당 측은 매카시 하원의장의 방문을 계기로 미국과 대만 간 유대를 강화하고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맞설 미국의 지원을 재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의 대만 방문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왕딩위(王定宇) 민진당 입법위원은 “대만은 세계 안보의 최우선 순위에 있고 대만을 위협하는 중국의 야망이 국제사회 모두의 관심사이다.”라고 강조하면서 “대만과 미국 정상 특별채널의 상호 방문을 통해 실질적인 대화가 이뤄질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집권 민진당과 제1야당 국민당이 미국 연방 하원의장 방문을 두고 평가가 엇갈리는 주원인으로는 내년 1월로 예정된 총통‧입법원 동시선거가 지목된다. 매카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빌미로 중국의 무력 위협이 현실화할 경우 집권당에는 선거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만 국내적으로 친중 성향의 국민당은 양안관계 해빙을 전제로 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독립 성향의 민진당은 미국과의 협력을 극대화해 중국의 군사적 위협을 차단해야 한다는 전략을 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 연장선상에서 지난 1월 단행된 개각에서 구리슝 국가안전회의 비서장,  우자오셰 외교부장, 추궈정(邱國正) 국방부장 등 외교안보 라인 책임자는 전원 유임됐다. 민진당 측은 “대미국 외교의 일관성 유지 차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