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흑곰에게 얻어맞는 곰돌이 푸’ 군용 패치 화제…일반인 판매도 줄이어

최창근
2023년 04월 11일 오전 10:07 업데이트: 2023년 05월 25일 오후 3:47

중국이 대만 포위 실탄 훈련을 벌이는 와중에 대만 공군 전투기 조종사 군복에 부착된 패치에 ‘얻어 맞는 곰돌이 푸’가 등장해 화제이다.

얻어맞는 곰돌이 푸와 때리는 대만 흑곰 오숑이가 새겨진 패치. | 대만 청년일보.

곰돌이 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중국에서 일종의 ‘금기(禁忌)’가 됐다.

발단은 2013년 미·중 정상의 사진과 함께 사용된 그림이다. 시진핑 주석이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만날 때 시진핑 주석은 ‘곰돌이 푸’로 오바마 대통령은 푸의 호랑이 친구 ‘티거’로 묘사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곰돌이 푸와 티거로 묘사한 그림. AFP/연합뉴스.

이후 푸는 고(故)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시진핑 주석의 정상 회담 때도 활용됐고, 이후 아류작이 쏟아졌다.

이를 두고 자유세계 국가에서는 환호했지만 중국 당국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자국 최고 지도자를 희화화했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중국에서 곰돌이 푸는 핍박받게 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정상회담 사진을 풍자한 곰돌이 푸. | AFP/연합뉴스.

시진핑 주석을 연상케 하는 곰돌이 푸는 중국 당국의 검열 대상이다. 이 속에서 지난 3월 21일, 홍콩에서 개봉 예정이었던 공포영화 ‘곰돌이 푸: 피와 꿀’ 상영이 돌연 취소되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기술적 문제’ 핑계를 댔지만 중국 당국의 검열과 압박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 와중에 대만 공군 전투기 조종사 패치에 등장한 이른바 ‘얻어맞는 곰돌이 푸’가 등장한 것이다.

곰돌이 푸를 때리는 대상은 대만을 상징하는 흑곰을 캐릭터화한 ‘오숑(喔熊· Oh! Bear)’이다. 오숑은 손에 대만(중화민국) 국기 청천백일만지홍기(靑天白日滿地紅旗)를 들고 있다. 푸가 들고 있는 꿀단지에는 중국(중화인민공화국) 국기 오성홍기(五星紅旗)의 오성(五星)이 새겨져 있다.

해당 사진은 지난 4월 9일, 대만 ‘청년일보(靑年日報)’에 실렸다. ‘청년일보’는 한국 ‘국방일보’와 유사한 대만 국방부가 발행하는 군 신문이다.

해당 일자 신문에는 대만 ‘국산 방위 전투기(IDF) 징궈(經國)호’를 살펴보고 있는 조종사와 항공 정비사 사진이 게재됐다. 징궈호는 대만이 자체 제작한 전투기로, 1988년 타계한 장징궈(蔣經國) 전 대만 총통의 이름을 붙였다. 1989년부터 실전 배치됐다.

고 장징궈 대만 총통의 이름을 딴 대만 국산 전투기 IDF-징궈호. | 야후 키모.

‘대만이 중국을 때리는’ 의미를 담은 두 마리 곰 마크 아랫 부분에는 영어로 ‘스크램블(Scramble)’이라 새겨져 있다. 스크램블은 ‘긴급 발진’ 혹은 ‘비상 출격’을 의미한다. 나날이 고조되는 중국의 위협 속에서 언제든지 출격하여 대만 영공을 수호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대만 ‘연합보’ 보도에 의하면 대만 공군 관계자는 “해당 비장(臂章)은 대만 공군 차원에서 공식 제작한 것이 아니라 민간 업체가 직접 디자인하고 조종사가 개인적으로 구매하여 부착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해당 관계자는 “전투기 조종사의 비행복에 민간 비장을 다는 것을 금지하지 않았고, 메시지가 웃음을 주어 장병의 사기를 고취하는 데 도움이 된다 판단하여 부착을 허용했다.”고 밝혔다.

패치 디자이너 쉬푸위(徐福佑) 씨도 디자인 배경에 대해서 지난해 중국 인민해방군의 대만을 향한 무력 시위를 언급하며 “대만 전투기 조종사가 중국을 상징하는 곰돌이 푸를 때리는 패치를 디자인한 것은 국군을 격려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해당 보도 후 대만에서는 패치 인기가 상한가다. 군인이 아닌 일반인들도 패치를 주문하며 중국에 핍박받는 현실 속에서 작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