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현역 장교 포섭 중공에 항복서약서 쓰게한 간첩에게 15년 선고

최창근
2023년 05월 6일 오전 11:44 업데이트: 2023년 05월 25일 오후 3:30

중국에 포섭되어 장기간 간첩으로 암약한 대만의 퇴역 장교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대만 푸젠진먼지방법원(福建金門地方法院)은 5월 5일, 여행사 대표 샤오웨이창(邵維強)에게 징역 15년, 자격정지 4년을 선고했다. 국가안전법, 은행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재판부는 “중국으로부터 긴첩 활동 자금을 받아 현역 장교에게 공여하는 등 국가 안보를 해쳤다.”고 판단했다. 은행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샤오웨이창의 비밀 송금 기간이 길고 금액이 커서 금융 질서, 외환 관리에 심대한 악영향을 끼쳤다고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황젠두(黃建都) 진먼지방법원 재판장은 “은행법 위반의 경우, 금융업 종사자가 아닌 샤오웨이창이 2016년 1월부터 2022년 2월까지 허가 없이 신대만달러와 중국 인민폐 환전 업무를 처리한 정황이 포착됐다. 금액은 9011만 360신대만달러(약 38억 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스파이 혐의에 대해서는 황젠두 재판장은 “샤오웨이창이 조사를 받기 시작했을 때 스파이조직은 20년이 된 것이 드러났고 그는 고위 장교에게 뇌물을 건넸다며 국군 사기와 국가 안보를 크게 위해했다.”고 밝혔다.

간첩 교사 활동이 발각되어 중형을 선고받은 샤오웨이창은 예비역 중위 출신이다. 1993년부터 지상파방송사 진먼(金門)현 주재 기자로 활동했다. 샤오웨이창은 20년 넘게 암약하며 친중국 조직 건설, 현역·예비역 장교 포섭 등 ‘간첩’ 활동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샤오웨이창은 현역·예비역 장교 4명에게 접근하여 이른바 ‘투항서약서’ 작성을 유도했으나 1명은 성공하고 3명은 실패했다.

국방부 군사신문통신사(軍事新聞通訊社·Military News Agency) 기자 쿵(孔)모 소교(少校·소령)를 비롯하여 육군 제8군단사령부 작전처 부처장 샹더언(向德恩) 대교(大校·대령)를 포섭하는 데 성공했다. 쿵 소령은 현재 조사를 받고 있다.

샹더언 대령은 지난 2월 가오슝지방법원으로부터 징역 7년 6개월형을 받았다. 샤오웨이창은 스파이 활동 기간 중국으로부터 업무비 명목으로 186만 5000신대만달러(약 7833만 원)를 받았으며 그중 56만 신대만달러(약 2352만 원)를 샹더언에게 건넸다.

샹더언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진먼 방어대 대장을 지낸 뒤 어려운 진급으로 인한 불투명한 군생활 등으로 퇴역을 고려했다. 샤오웨이창은 자주 연락하며 중국에 충성할 것을 설득했다.

결과적으로 포섭된 샹더언 대령은 2020년 초 군복을 입고 샤오웨이창이 운영하는 여행사 사무실을 방문해 중국 공산당에 충성을 맹세하는 항복서약서에 서명하고 사진을 찍었다. 그 대가로 샹 대령은 매월 4만 신대만달러씩 모두 56만 대만달러를 받았다.

지난해 9월 검찰은 그의 거주지와 사무실을 압수 수색하여 증거물을 입수했다. 관할 가오슝지방법원은 샹더언 대령에 군의 명예를 실추하고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징역 7년 6개월을 선고했다.

군 장교 출신 샤오웨이창은 중화방송공사(CTS), 중국시보그룹(中國時報集團) 등 미디어 기업 간부로 활동하며 간첩으로 활약했다. 이 밖에 진먼현 양안경제무역문화관광발전협회 이사장 직함을 가지고 있으며 중국인 대상 여행사도 운영하고 있다. 진먼현은 중국 푸젠(福建)성 샤먼(廈門)과 인접한 접경 지역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샤오웨이창은 2002년부터 중국을 위한 간첩으로 활동했다. 기자, 여행사 대표 등의 직함을 이용하여 대만 내 간첩조직을 운영했고 중국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았다.